인스턴트 메신저 대화 상황에서 이모티콘 단서에 따른 학령기 아동의 간접화행 이해 능력
Comprehension of Indirect Speech Act according to Emoticon Expression Types in Instant Messenger Conversation of School-Aged Children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학년에 따라 간접화행 이해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어떠한 이모티콘 유형을 제시하는 것이 간접화행 이해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방법
초등학교 2, 4, 6학년에 재학 중인 일반 아동 총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였으며, 간접화행 이해 과제는 이모티콘 유형을 ‘표정단서, 동작단서, 사물단서, 무제시’로 나누었다. 아동은 문장과 답지를 차례대로 읽은 후, 밑줄을 그은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3가지 답지(정답, 표면적 의미 답지, 관련성이 약한 답지) 중에 선택했다. 과제 문항은 이모티콘 유형별로 8문항씩 32문항과 필러 문항인 직접화행 16문항, 총 48문항이었다.
결과
연구결과, 학년과 이모티콘 유형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 학년과 이모티콘 유형의 상호작용 효과 또한 유의하였다. 2학년과 4학년, 2학년과 6학년 간에 간접화행 이해 점수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이모티콘 유형의 경우, 2학년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4학년과 6학년의 경우 표정단서와 무제시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오답 유형을 살펴본 결과, 세 학년 모두 표면적 의미 답지를 선택한 빈도와 비율이 관련성이 약한 답지보다 더 높았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를 통해, 일반 아동의 경우 2학년에서 4학년 사이에 인스턴트 메신저 대화 상황에서 간접화행을 이해하는 능력이 크게 발달하며, 화자의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보여주는 것이 간접화행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후 화용언어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 아동은 어떠한 경향을 보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aims to examine if there is a difference in indirect speech comprehension ability based on grade level and to identify which type of emoticon is most helpful in the students’ understanding of indirect speech.
Methods
A total of 60 students were gathered, consisting of 20 children each from the second, fourth, and sixth grades of elementary school, who lived in Seoul and Gyeongi-do. The indirect speech comprehension task divided the emoticons into four types: facial expression clue, motion clue, object clue, and no clue. The experiment was conducted using a slideshow, where students read sentences and answered clues. They were then required to select the meaning of the underlined part in the last sentence of the article among three answer choices: the correct answer, example of surface meaning answer, and example with weak connection answer. The task consisted of a total of 32 questions, with 8 questions for each emoticon type and an additional 16 questions involving direct conversations as filler questions.
Results
A statistically significant difference was observed in indirect speech comprehension scores between second and fourth graders, as well as between second and sixth graders. Statistical significance was found in the indirect speech comprehension task with regard to grade level and emoticon types. In addition, the effect of interaction between grade level and emoticon type was statistically significant. There was a decreasing trend in the overall frequency of error types as grade level increased.
Conclusion
This study revealed that, as the grade level increases, individuals develop the ability to comprehend indirect speech accurately, even when the meaning is not explicit on the surface, by understanding the social context and utilizing their knowledge of the world. For future research, it is essential to examine the tendencies of children with disabilities or conversational language difficulties compared to non-disabled children.
인간은 출생 직후부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옹알이나 눈빛, 울음으로 표현하다가, 언어를 습득하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직접적인 문장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비율이 증가한다(Kim, Lim, Lee, & Woo, 2020).
Austin (1962)은 화행(발화 행위, speech acts)이란 한 명의 대화자가 다른 대화자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라고 하였다. 화행은 화용 언어 능력 중 하나이며, 문장이 아닌 언어 행위가 의사소통 기본 단위가 된다. 화행은 ‘직접화행’과 ‘간접화행’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직접화행과 간접화행은 문자적 행위와 내재하고 있는 의도가 일치하여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지, 불일치하여 맥락의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Lee, 1999).
직접화행은 화자가 자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진술하기 때문에, 화자의 발화 의도를 추론하거나, 함축된 의미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연령이 어릴수록 의사소통 상황에서 자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직접화행 화법을 사용한다.
반면 ‘간접화행’은 화자가 자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간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간접화행은 청자가 화자의 발화 의도를 추론하여 그 함축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게 된다(Kim, 2003; Beak, 2005). 간접화행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청자가 화자의 발화에 포함된 정보를 통해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고, 세상사 지식을 활용하여 화자의 의도를 추론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간접화행은 일상생활 중 무의식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자주 사용하며 일상 속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Kim et al., 2020). 이러한 이유로 간접화행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Beak, 2005). 화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친밀감, 대화 상황 등을 고려하여 직접화행을 사용할 것인지, 간접화행을 사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Jeong, 1994). 그리고 간접화행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접화행은 직접적으로 요구하기 힘든 것을 완곡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일상적인 대화에서 빈번히 사용된다. 그러므로 간접화행은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인해 사람들은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 비대면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란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 사진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있다(Ministry of Science and ICT, 2021).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후 2020년, 2021년에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한 비대면 소통 이용 비율이 2019년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Institute for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Policy, 2021). 이러한 상황이 초등학생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조사한 ‘2021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95.6%였으며, 이용하지 않거나 해당이 없는 초등학생은 4.4%에 불과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생 중 73.7%가 최근 24시간 이내에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초등학생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할 때 인스턴트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인스턴트 메신저의 텍스트만으로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Gefen & Straub, 2003). 대면 상황에서는 다양한 비언어적 단서로 상대방의 복합적인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는 이러한 단서를 포착하기 어렵고, 자신의 감정 또한 온전하게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Hassanein & Head, 2005).
이러한 함축적인 의미전달과 감정적 표현,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인스턴트 메신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모티콘이 등장했다(Lee, 2017).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호 혹은 도구로 ‘감정(emotion)’과 ‘유사기호(icon)’의 합성어이다(Luor, Wu, Lu, & Tao, 2010). 이모티콘은 메시지의 정서적인 측면을 보완하여 사람들이 상대방의 의도나 태도를 유추하고 메시지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Kim, Lee, Noh, & Park, 2014). Kakao (2017)에서 제공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6년간 1,700만 명이 이모티콘을 구매했고, 매월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가 20억 건에 달했다고 한다. 월 2,700만 명의 카카오톡 이용자가 텍스트를 대신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Kakao, 2017). 이처럼 이모티콘은 함축적으로 의도와 감정을 전달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현존감과 실재감을 부분적으로 실현하는 상호작용 현상을 만들어 냈다(Han, Choi, & Kim 2019). 그러므로 이모티콘은 문자를 보완하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Lee, 2017).
이모티콘 유형은 연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되고 있다. 우선 Seo와 Park (2020)은 이모티콘을 형태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사람, 그리고 의인화한 동물, 여러 사물 등으로 표현한 이모티콘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용도에 따라 나눈 연구를 살펴보면 Lee (2018)는 이모티콘을 온전한 감정표출, 상황전달, 혹은 의사전달의 기능으로 나누었다. Kim (2014)은 감정표현, 행동표현, 특정 사물표현으로 나누었으며, Jung 등(2022)은 감정단서, 상황단서, 텍스트단서로 나누었다. 종합해보면 이모티콘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 어떠한 사물의 모습으로 자신의 의사전달을 하기 위한 수단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모티콘 유형을 ‘표정단서, 동작단서, 사물단서’로 나누었다.
간접화행 이해에 관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간접화행을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Loukusa 등(2007)은 5-9세 아동들이 청자에게 모든 것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더 경제적으로 표현한다고 하였다. Bernicot, Laval과 Chaminaud (2007)는 세 가지 비문자적 형식(간접적인 요구, 관용어 이해, 함축 과제)을 세 연령 그룹(6세, 8세 및 10세)으로 나누어 연구하였는데, 그 결과 6세가 되면 대화 시 간단한 간접적인 요구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Ackerman (1978)은 초등 1-3학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간접화행 이해 능력을 살펴보았는데, 간접화행이 포함된 짧은 단락을 제시한 뒤 발화문장에 포함된 화자의 의도를 해석하도록 하였을 때 성인과 아동 모두 간접화행의 의미를 적절히 해석할 수 있었다. 즉,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면 짧은 단락의 수준에서 화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Ackerman, 1978).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 간접화행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해서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보고 의미를 적절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보이는지 알 수 없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아직 화용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에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간접화행 이해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장애 아동의 간접화행 이해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일반 아동과 장애 아동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학령기 아동의 간접화행 이해 발달을 살펴본 연구는 찾기 어렵다. 더불어 학령기 아동에게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 이모티콘 단서를 제시하였을 때 학년에 따라 간접화행 이해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연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찾아보기 어렵다. Lee와 Park (2019)에 따르면 주의렵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과 일반 아동 모두 간접화행 이해 과제 문장을 들려주었을 때 문장과 그림을 함께 제시한 조건에서 수행점수가 가장 높았고 그림만 제시했을 때 가장 낮았다고 한다. 이러한 양상이 이모티콘이라는 그림 조건과 간접화행 문장을 같이 제시했을 때 유사하게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년에 따라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 이모티콘 단서 유무와 유형에 따른 간접화행 이해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오류 양상은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서울, 경기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초등학교 2, 4, 6학년에 재학 중인 아동 각 20명씩 총 60명이며, 학년별로 성비를 일대일로 일치시켰다. 구체적인 대상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교사나 부모에 의해 언어 및 인지, 시각, 청각 등 다른 감각장애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아동 중에서, (2) 특수교육 또는 언어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3) 기초학습기능 수행평가체제: 읽기검사(BASA:R; Kim, 2000)에서 25%ile 이상이고, (4) 비언어성 지능검사(K-CTONI-2; Park, 2014)의 도형척도 점수가 ‘평균하 점수’에 해당하는 80 이상이며, (5) 수용 ·표현어휘력검사(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에서 수용어휘와 표현어휘 결과 모두 또래 평균 –1 SD 이상인, (6)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학년별 연구 대상 아동들의 기초정보는 아래 Table 1과 같다.
연구도구
유형에 따른 이모티콘 제작
본 연구에서는 이모티콘 유형을 ‘표정단서, 동작단서, 사물단서’로 나누었고, 이모티콘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스턴트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에 있는 이모티콘을 위주로 선정하였다.
‘표정단서’는 주체가 대화 맥락에서 느낄 수 있는 표정을 통해 감정을 알 수 있는 단서이다. 이는 간접화행의 주체가 어떠한 감정일지 보여줌으로써 간접화행의 내포된 의미를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표정단서의 이모티콘은 주로 얼굴을 강조하거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표정단서 이모티콘을 선정하기 위해 발화 주체가 어떠한 감정일지 추론한 뒤, Jack, Blais, Scheepers, Schyns와 Caldara (2009)가 제안한 7가지 기본 정서(행복, 슬픔, 공포, 놀람, 혐오, 분노, 경멸)를 토대로 이모티콘을 선정하였다.
‘동작단서’를 분류하기 위해서는 ‘동작’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에서 ‘동작’이란 몸이나 손발 따위를 움직임, 또는 그런 모양이라고 한다(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2003). ‘동작단서’는 간접화행의 주체가 발화 상황을 행동이나 손발 따위를 움직이는 몸짓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단서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문장의 모습을 동작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선정하였다. 이모티콘으로 보여줌으로써 문장을 설명하였으므로 동작단서는 문장의 간접화행 의미를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동작단서는 이모티콘 표정만으로는 문맥을 이해하는 데 단서가 되기 어렵고 어떠한 행동,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몸의 특정한 부분을 가리키거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선정하였다. 동작단서 이모티콘에 표정이 부가적인 단서가 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모든 동작단서 이모티콘을 무표정으로 수정하고 동작을 강조하였다.
‘사물단서’는 대화 속에서 간접화행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사물을 강조하는 단서이다. 사물단서의 이모티콘은 화자가 말한 대화 중 핵심이 되는 특정 사물을 다시 한번 가리키므로 간접화행을 추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물단서는 특정 사물만을 강조하는 이모티콘을 선정하였다. 사물단서 이모티콘을 선정하기 위해 맥락에서 핵심이 되는 사물이 무엇일지 추론한 뒤 그에 맞는 이모티콘을 선정하였다.
‘무제시’는 이모티콘을 제시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모티콘에 텍스트가 포함되면 추가적인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모든 이모티콘에서 텍스트를 삭제하였다. 더불어 적절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없는 경우에는 직접 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된 이모티콘의 유형별 예시는 Figure l과 같다.
간접화행 이해 검사 문항 제작
연구과제는 연습 문항 4문항, 본 문항 48문항(간접화행 32문항, 필러 문항인 직접화행 16문항)으로 구성하였다. 문항은 Kim (2021), Sa (2015), Seo (2012), Lee (2012), Lee (2017), Jang (2010), Jung 등 (2022)의 연구에서 사용된 간접화행 이해 과제 문항을 참고하고 문항을 수정하여 연구자가 과제를 제작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온라인 상황에 적합하게 대화를 구성하였고, 카카오톡 대화 상황과 동일하게 보이도록 제시하였다. 또한,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하였고, 카카오톡 대화 상황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단어는 수정하였다. 대화 상황은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으로 구성하였다. 과제에 사용한 어휘는 등급별 국어 교육용 어휘(Kim, K. H., 2003)의 1등급(기초 어휘), 2등급(정규 교육 이전)에 해당하는 어휘를 선정하여 작성하였다. 각 문항에 포함된 모든 문장은 6어절을 넘지 않도록 구성하였다.
답지는 정답, 표면적 의미, 관련성이 약한 표현의 답지 3개씩으로 구성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표현을 답지로 제시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아동이 쉽게 답지 유형을 파악하여 무조건 배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지막 문장과 표면적으로 의미가 같은 ‘표면적 의미 답지’로 바꾸었다. 문항 보기에 ‘우와! 지금 배고팠는뎅’이라는 문장이 있다면, ‘우와! 지금 배고팠는데’라고 문자 그대로 제시하지 않고 ‘지금 출출했어요.’와 같이 표면적 의미는 거의 같지만 다른 표현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제작된 간접화행 이해 과제 문항 예시는 Appendix 1과 같다.
연구절차
검사는 대상 아동의 집, 스터디 카페와 같이 조용한 장소에서 연구자와 아동이 일대일로 진행하였다. 대상자 선정 검사를 실시한 후 본 연구과제를 실시하였다. 아동 모두 1회기로 진행하였고, 1-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실험과제는 노트북 ‘14ZD90NVX30K’를 사용하여 슬라이드쇼로 제공하였다. 아동이 한 문장을 다 읽고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다음 문장이 나타나도록 하였다. 연구자는 “선생님이 한번 보여줄게요. 우선 이 버튼을 누르면 문장이 나와요. 그럼 나오는 문장을 다 읽어요. 그런 다음 버튼을 또 누르면 다음 문장이 나올 거예요.”라고 말하며 실험 절차와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문항의 마지막 문장이 나왔을 때 “문장 제일 앞에 ㉠ 모양이 있어요. 그 문장을 다 읽은 뒤 버튼을 더 누르면 오른쪽에 문제가 나와요. 답지를 보고 가장 적절한 거 같은 거를 알려주세요.”라고 말하며 답지를 보고 정답을 말할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문항에 이모티콘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요. 어떤 게 밑줄과 가장 비슷할까요?”, “밑줄 친 부분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등의 질문과 설명을 해주었다. 연습 문항에서 아동이 반응이 없거나 오반응일 때 정확한 이해를 위해 정답을 알려주었지만, 정답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연습 문항에서 아동이 검사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판단되었을 때, 본 문항을 시작하였다. 본 문항에서부터는 자신의 대답이 정답인지 물으면 정답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긍정적인 피드백만을 제공함으로써, 아동의 객관적인 간접화행 이해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시간제한은 없지만, 아동이 검사 문항을 읽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체크하도록 하였다. 48개의 문항 중 절반인 24개의 문항을 푼 뒤 5분 이내의 휴식을 취하게 했다. 과제 진행 시 아동의 발화를 녹음하였고, 아동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기록하고 검사가 끝난 뒤 이틀 안에 전사하여 채점하였다.
타당도 검증
본 연구를 위하여 제작된 간접화행 이해 검사의 타당도 검증을 위하여 언어병리학 석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14인에게 의뢰하여 내용타당도를 평가하였다. 설문지를 통하여 내용타당도를 평가하였고 예시를 포함한 모든 검사문항을 5점 척도(전혀 타당하지 않다, 대체로 타당하지 않다, 보통으로 타당하다, 대체로 타당하다, 매우 타당하다)에 따라 내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하위영역 및 전체 검사의 평균값을 산출하여 검증하였다. 그 결과, 간접화행 32문항의 내용타당도는 평균 4.67점으로 ‘대체로 타당하다’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모티콘의 타당도를 평가하기 위해 본 연구 목적을 이해하고 있는 언어병리학 석사, 박사과정 6인에게 의뢰하여 5점 척도로 설문조사에 답하도록 하였다. 이모티콘 유형(표정단서, 동작단서, 사물단서)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이모티콘이 적절한지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 결과, 이모티콘이 들어간 38문항의 내용타당도는 평균 4.76점으로 ‘대체로 타당하다’로 평가되었다.
자료분석 및 처리
본 연구의 간접화행 이해 과제는 필러 문항인 직접화행 문항을 제외한 본 문항 32개에 대한 응답을 정반응 시 1점, 오반응 시 0점으로 채점하였다. 과제는 32점 만점이며, 이모티콘 유형(표정단서, 동작단서, 사물단서, 무제시)별로 최고 점수는 8점, 최저 점수는 0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수집된 자료는 SPSS for windows 25.0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 학년 간 이모티콘 유형(표정단서, 동작단서, 사물단서, 무제시)에 따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집단(3) X 이모티콘 유형(4)으로 반복 측정 이원 분산분석(two-way repeated measures ANOVA)을 실시하였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날 경우 Tukey 사후검증을 실시하였다.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 아동의 오류 유형은 단서제시 유형(표면적 의미 답지, 관련성이 약한 답지)에 따라 어떠한 경향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응답한 오류의 유형을 빈도와 비율로 계산하여 그래프로 표시하고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학년 간 이모티콘 유형에 따른 간접화행 이해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반복측정 이원분산분석(two-way repeated measures ANOVA)을 실시한 결과는 Table 2와 같다. 학년의 주효과(F(2, 38) = 21.339, p<.001), 이모티콘 유형의 주효과(F(4, 152) = 418.798, p<.001)가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학년과 이모티콘 유형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했다(F(8, 152) =18.485, p<.001). 학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사후검증을 실시한 결과, 2학년과 4학년, 2학년과 6학년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p<.001) 4학년과 6학년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 .116). 이모티콘 유형에 따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사후검증을 실시한 결과, 4학년과 6학년은 표정단서와 무제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며(p<.01) 2학년은 이모티콘 유형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1.000).
상호작용 효과를 설명해주는 시각적 자료는 Figure 2로 제시하였다. 2학년의 경우 표정단서와 무제시에서 점수 차이가 거의 없지만, 4학년과 6학년은 무제시와 표정단서의 점수 차이가 컸다. 그리고 2학년에서 4, 6학년으로 학년이 증가함에 따라 표정단서의 점수 상승 폭이 가장 컸고, 그 다음 사물단서, 동작단서, 무제시 순으로 점수가 상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학년의 경우 점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동작단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반면, 4학년과 6학년은 표정단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2학년은 동작단서와 사물단서 중 동작단서의 점수가 더 높았으나, 4학년과 6학년은 동작단서보다 사물단서의 점수가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학년에 따라 이모티콘 유형에 따른 응답 양상에 차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2, 4, 6학년 세 집단의 간접화행 이해 과제에서 나타난 오류 유형별 빈도 및 비율을 Table 3에 제시하였다. 오류 빈도는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줄어들었으며, 세 학년 모두 표면적 의미 답지를 선택한 비율이 관련성이 약한 답지를 선택한 비율보다 90% 이상 높아서 모두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4학년과 6학년은 관련성이 약한 답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 학년에 따라 간접화행 이해 능력에 차이가 있는지, 이모티콘 유무 및 유형에 따른 수행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단서제시 유형에 따라 어떠한 경향을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간접화행 이해 능력은 2학년과 4학년, 2학년과 6학년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나 4학년과 6학년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간접화행 이해 능력은 2학년에서 4학년 사이에 급격하게 발달하며, 4학년이 되면 간접화행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읽기 이해 발달을 살펴본 선행연구에서 추론 능력이 초등학교 2학년과 3, 4, 5학년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보인 결과와 일치한다(Hwang, Kim, & Lee, 2007). 읽기 이해에서 추론 능력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메신저 대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이 보낸 메시지를 읽고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 또한 2학년에서 4학년 사이에 발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접화행은 주어진 정보를 통해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고, 세상사 지식을 활용하여 화자의 의도가 무엇일지 추론해야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고학년에 비해 아직 다양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기회가 많지 않으며 세상사 지식이 확장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간접화행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과 대화할 때, 간접화행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므로 자신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모티콘 유형에 따른 간접화행 이해 능력을 살펴보면 2학년은 동작단서, 표정단서, 무제시, 사물단서 순으로, 4학년과 6학년은 표정단서, 사물단서, 동작단서, 무제시 순으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2학년은 동작단서와 표정단서에서, 4학년과 6학년은 세 가지 이모티콘 유형 모두에서 무제시보다 수행이 높았다. 즉 이모티콘 단서를 제시하는 것이 모든 학년에서 간접화행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Lee와 Park (2019)에 따르면 간접화행 이해 과제에서 그림이라는 시각적 단서와 문장이라는 텍스트 단서가 아이들의 수행을 돕는다는 결과가 나타났고, 이는 본 연구결과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2학년의 경우, 이모티콘 유형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으며, 유의한 차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2학년은 간접화행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고 이모티콘을 단서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4학년과 6학년은 간접화행 이해 과제에서 이모티콘 유형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즉 사물단서 이모티콘에서 표정단서 이모티콘보다 간접화행 이해 점수가 낮은 결과는 초등학교 6학년 지적장애 아동들이 얼굴 표정 이모티콘보다는 사물 상징 이모티콘일 때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나타냈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Han, Park, & Shin, 2021).
표정단서를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화자의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표정이라는 감정과 관련된 비언어적 요소가 간접화행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정단서는 화자의 의도를 표정으로 보여주는 것이므로 화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보다 수월하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물단서와 동작단서는 대화 맥락에서 관계가 있는 사물이나 동작만 보여줌으로써 화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고 특정 사물이나 동작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즉 대화 맥락에서 나오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대방에게 이모티콘 단서를 제시할 때 얼굴 표정이 강조되는 것이 메시지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간접화행 이해 과제에서 나타난 오류의 유형을 살펴보았을 때, 세 학년 모두 표면적 의미 답지를 선택한 빈도와 비율이 관련성이 약한 답지보다 더 높았다. 이는 간접화행 관련 연구에서 문자 그대로 해석한 답지를 선택한 비율이 높았던 결과와 유사하다(Kim, 2021; Kim et al., 2020; Sa, 2015; Seo, 2012; Lee & Park, 2019; Jang, 2010). 특히 2학년이 표면적 의미 답지를 선택한 빈도가 높은 것은 직접화행과 간접화행을 구분하기 어려울 때 간접화행 문장을 직접화행 문장처럼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 해석하였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사회적 맥락을 파악하고, 세상사 지식을 활용하여 화자의 의도를 추론하는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에 의미가 직접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간접화행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은 이모티콘을 단서로 이용해서 간접화행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4, 6학년은 문장을 제시할 때 화자의 감정이 어떠할지 이모티콘으로 보여주는 것이 간접화행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본 과제의 답지가 3개이므로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과제의 난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한 본 연구의 과제에 포함된 이모티콘을 피험 아동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지를 고려하지 못하였다. 후속연구에서는 답지의 유형과 개수, 이모티콘 노출 여부 등을 보다 세세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인스턴트 메신저 상황에서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간접화행 이해 능력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기초연구로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자폐 범주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화용언어장애(Pragmatic Language Impairment) 등과 같이 화용적 측면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장애 아동의 경우 어떠한 경향을 보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화용 측면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간접화행을 중재할 때, 어떤 단서를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지 판단하고 더 효과적인 중재를 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