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지식과 한국어 음소배열확률이 비단어 따라말하기 및 빠른의미연결 능력에 미치는 영향
The Effect of Linguistic Knowledge and Korean Phonotactic Probability on Nonword Repetition and Fast Mapping 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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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언어 기저의 처리 과정에서 일반아동 및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단어유사성에 따른 수행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하였으며, 두 집단에서 음운단기기억과 어휘학습 능력이 연령, 어휘력과 같은 다양한 변인이나 비단어의 음소배열확률과 상관을 보이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방법
서울 및 경기에 거주하는 만 4-6세의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두음소배열확률을 조정함으로써 단어유사성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를 실시하였으며, 통계분석은 분산분석 및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
모든 실험 과제에서 집단의 주효과가 유의하였으며,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의 이해에서 단어유사성의 주효과가 유의하였다. 모든 과제에서 이차상호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단순언어장애 아동에 한해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수행과 수용 및 표현어휘력, 연령 간의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과 일반아동의 수행이, 빠른의미연결의 이해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이 두음소배열확률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논의 및 결론
음운단기기억과 어휘학습 능력과 같은 언어 기저의 처리 과정이 한국어 음소배열확률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높은 단어유사성에서 이점은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이 모두 언어적 지식의 영향을 받았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결과들은 한국어 비단어를 사용한 평가와 중재에 음소배열확률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e present study aimed to discover whether specific variables correlated with performance of non-word repetition (NWR) and fast mapping (FM) in each group, and whether the mean score of correct response per non-word correlated with each biphone phonotactic probability (PP) in the NWR and FM comprehension task of each group.
Methods
Fifteen children with specific language impairment (SLI) and 20 age-matched children with normal language (NL) from 4- to 6-year-old participated in this study. We performed NWR and FM tasks according to wordlikeness by adjusting biphone PP. Two-way mixed ANOVA and 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 were used to analyze the data.
Results
The main effect of the group was significant in all tasks. In NWR and FM comprehension, the main effect of wordlikeness was significant. There was no interaction in any task. Also, the SLI group showed significant correlation between NWR, age, 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he NL and SLI groups showed significant correlation between mean score per non-word item and each non-word biphone PP in the NWR, and only the SLI group showed significant correlation between mean score per non-word item and non-word biphone PP in FM comprehension.
Conclusion
The results indicate that Korean language is also affected by PP. In addition, an advantage of high wordlikeness is that the NWR and FM, which are known to tap underlying language processing, are affected by Korean PP, and that both NL and SLI are influenced by linguistic knowledge. These results suggest the need to consider PP in evaluation and intervention with Korean non-words.
Leonard (2014)의 정의에 의하면, 단순언어장애(specific language impairment)란 인지, 신체, 감각, 정서 및 신경학적인 장애의 동반 없이 언어 습득에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언어발달 과정 중에 이러한 문제를 보이는 아동을 단순언어장애 아동이라고 일컫는다.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음운인식, 음운기억 능력의 결함(Baddeley, Gathercole, & Papagno, 1998; Botting & Conti-Ramsden, 2001; Kang & Kim, 2007), 낱말 찾기 및 습득의 어려움(Kim, 2004; Yang, Yim, Kim, & Han, 2013) 등의 특성들은 언어발달 지연의 원인이 되며, 이후 읽기와 쓰기, 학습영역에서 부진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Bishop & Adams, 1990; Gathercole & Baddeley, 1993; Leonard, 2014; Mackie & Dock-rell, 2004).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언어발달 초기에 정상 발달하는 아동 집단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의 수행을 비교함으로써 기저의 언어처리 기제의 결함을 밝히고, 적절한 중재를 제공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언어 기저의 처리 능력을 측정하는 과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그 중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 음운 단기기억 능력을 측정하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새로운 어휘의 이해와 산출 능력을 측정하는 빠른의미연결 과제이다(Gathercole, 1995; Gray, 2004). 비단어 따라말하기(nonword repetition)는 무의미 음절을 들려주 고 즉각적으로 따라 말하도록 하는 과제이며(Gathercole, 1995), 새로운 단어의 음운 정보의 표상을 형성하고 일시적으로 저장 및 유지하는 처리 단계들을 거쳐 수행된다(Baddeley, 2003). 빠른의미연결(fast mapping)은 한두 번의 노출 후 시간적 간격을 두고 새로운 단어와 지칭하는 대상을 연결 지을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과제로(Rice, Buhr, & Nemeth, 1990) 한 번의 기회가 제공되고 즉각적으로 인출해야 하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와는 다르다. 그러나 빠른의미연결 과제가 청각적으로 제시된 말소리 정보들을 지각하고 음운적 및 의미적 표상을 형성, 연결, 저장하는 여러 하위 처리 단계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유사하다. 또한, 두 과제 모두 아동의 장기기억 속에 존재하는 실제 어휘가 아닌 비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의 선행지식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한 기억 능력, 어휘학습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Carey, 1978; Dollaghan, 1985; Dollaghan & Campbell, 1998).
이전의 많은 연구들은 비단어 따라말하기, 빠른의미연결 과제를 사용하여 언어 기저의 하위 처리 과정에서 정상 발달하는 일반아동과 언어장애 아동 간의 수행 차이를 살펴보고자 하였다(Archibald & Gathercole, 2007; Alt, Plante, & Creusere, 2004; Gray, 2003a; Weismer & Hesketh, 1996; Weismer et al., 2000). 다수의 연구들은 정상 발달하는 또래 아동에 비해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유의하게 더 낮은 수행을 보이며, 음절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수행이 낮아진다는 일관적인 보고를 하였다. 이는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제한된 음운기억용량과 새로운 음운 표상의 저장에서 보이는 어려움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Dollaghan & Campbell, 1998; Edwards & Lahey, 1998; Gathercole, 2006; Gath-ercole & Baddeley, 1990a, 1990b). 빠른의미연결과 관련한 많은 연구의 결과에서도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정상 발달하는 일반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어휘학습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하였다(Gray, 2003b, 2004; Rice et al., 1990; Rice, Buhr, & Oetting, 1992). 이는 최소한의 노출 후 단기적으로 저장된 의미적, 음운적 표상들이 리허설, 충분한 자극의 양과 같은 추가적인 지지 수단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우며,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경우 불안정한 표상이 손실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들(Baddeley, 2003, 2012; Ellis, 1996; Gray, 2006)을 뒷받침한다. 또한, 아동(Alt et al., 2004; Jackson, Leitao, & Claessen, 2016) 뿐만이 아니라 성인 집단(Baddeley et al., 1998; Gupta, 2003)에서 보인 음운 단기기억과 어휘학습 능력 간의 상관관계는 새로운 음운 정보를 저장 및 유지하는 데 음운 단기기억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이렇듯 언어 정보의 처리 능력을 측정하며, 기저의 처리 기제 결함을 선별 가능하게 하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은 단일언어를 습득하는 아동 집단에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적, 문화적 환경에서 언어를 습득하는 집단에서도 단순언어장애 아동들을 선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발히 권유되어 왔다(Hong & Yim, 2014; Windsor, Kohnert, Lobitz, & Pham, 2010).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수용어휘력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용어휘력과 빠른의미연결의 수행 간의 상관관계가 어린 아동들이 새로운 단어의 음운 표상을 확립하는 데 장기기억에 저장된 어휘지식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낮은 수행이 기저의 처리 메커니즘의 결함에 부족한 어휘지식의 영향이 더해져 비단어의 음운 표상을 형성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Gathercole & Baddeley, 1989; Gray, 2004; Munson, Kurtz, & Windsor, 2005; Roy & Chiat, 2004). 따라서 다수의 연구자들이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비단어의 음운 정보를 처리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웃밀도(MacRoy‐ Higgins, Schwartz, Shafer, & Marton, 2013; Storkel, 2004), 조음복잡성(Bishop, North, & Don-lan, 1996; Gallon, Harris, & Van der Lely, 2007), 단어유사성(Gath-ercole, Willis, Emslie, & Baddeley, 1991; Lee, Kim, & Yim, 2013) 등을 밝혀냈다.
그 중, 이웃밀도(neighborhood density)는 특정 어휘와 음운적으로 유사한 어휘의 수의 정도를 나타내며, 유사한 어휘가 많을수록 이웃밀도가 높아진다. 이웃밀도와 관련하여 몇몇의 연구에서는 어린 아동들이 이웃밀도가 낮을수록 더 나은 어휘학습 능력을 보고하였으나(MacRoy‐ Higgins et al., 2013; McKean, Letts, & How-ard, 2013) 일부 연구에서는 이웃밀도가 높은 단어가 낮은 단어에 비해 더 높은 수행을 보인다는 상이한 연구결과를 보고하였다. 그 밖에 다른 연구에서도 과제의 종류, 연령 및 집단에 따라 이웃밀도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주었으며(Gray, Pittman, & Wein-hold, 2014; Metsala, 1997; Vitevitch & Luce, 1999), 이는 아직까지 일관적인 이웃밀도의 효과를 설명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조음복잡성(phonetic complexity)은 말 산출에 영향을 주는 조음의 위치와 방법, 이중모음 및 종성의 유무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배점 기준에 따라 점수를 산출한다(Dworzynski & Howell, 2004). Gallon 등(2007)에서는 단순언어장애 아동들이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조음복잡성이 높은 비단어에서 낮은 비단어에 비해 유의하게 더 낮은 수행을 보임을 밝혔으며, 다른 연구에서도 말 산출에 조음복잡성이 미치는 효과를 증명하였다(Lee, Han, & Sim, 2004).
단어유사성(wordlikeness)은 비단어가 실재하는 특정 단어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닌 실제 단어들의 음운배열구조와 유사한 정도를 의미한다(Gathercole, 1995; Gathercole et al., 1991). 따라서 단어유사성은 단어의 특정 위치에서 소리의 배열이 실제 언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확률(Jusczyk & Luce, 1994)을 뜻하는 음소배열확률(phonotactic probability)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Frisch, Large, & Pisoni, 2000; Vitevitch, Luce, Charles-Luce, & Kemmer-er, 1997). 즉, 높은음소배열확률의 소리 연쇄로 구성된 비단어는 실제의 언어에서 유사한 음소배열이 많으므로 더 실제 단어와 같이 인식되며, 낮은음소배열확률의 소리 연쇄로 구성된 비단어는 실제의 언어에서 유사한 음소배열이 적으므로 실제 단어처럼 인식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행연구에서는 음소배열확률이 산출의 정확도와 단어 인식의 반응시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밝혔으며(Vite-vitch et al., 1997; Vitevitch & Luce, 1998), 비단어 따라말하기를 사용한 다수의 연구들에서 높은음소배열확률의 비단어가 낮은음소배열확률의 비단어에 비해 더 높은 수행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였다(Gathercole et al., 1991; Gathercole, Frankish, Pickering, & Peaker, 1999; Van Bon & Van Der Pijl, 1997). 이는 높은음소배열확률의 비단어가 내재된 어휘 지식에서 유사한 음소배열의 단어들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단어의 표상을 안정적으로 형성 및 저장하도록 돕는 반면, 음소배열확률이 낮은 비단어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비슷한 음소배열의 단어가 적고, 불안정한 음운 표상을 형성 및 저장함으로써 수행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Edwards, Beck-man, & Munson, 2004; Munson, Edwards, & Beckman, 2005; Za-muner, 2009).
한편, 말 산출에서 일관적으로 높은음소배열확률의 이점을 밝힌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다르게 빠른의미연결에서는 이해와 산출의 측정 단계에서 음소배열확률의 효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Gray et al., 2014; Storkel, 2003; Storkel & Maeka-wa, 2005; Weismer, Venker, Evans, & Moyle, 2013). 먼저,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단계에서는 높은음소배열확률의 비단어를 낮은음소배열확률의 비단어보다 더 많이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Storkel & Rogers, 2000; Storkel, 2001). 이는 음소배열확률이 높을수록 비단어의 의미적, 음운적 표상을 형성하고 연결하는 데 머릿속의 어휘집(lexicon)에서 유사한 음소배열구조의 정보를 끌어오기 쉽다는 것을 나타낸다. 빠른의미연결의 산출 단계에서는 정상 발달하는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모두 낮은 점수로 집단 간의 수행 차이 및 음소배열확률의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보고(Gray, 2006; Gray & Brinkley, 2011)가 있는 반면에, 몇 번의 노출 후 적지만 높은음소배열확률에서의 효과를 보고한 연구결과도 있 다(MacRoy-Higgins & Dalton, 2015; Storkel, 2001). 또한, 지속적인 단어학습 과정에서 음소배열확률의 효과를 살펴본 일부 연구에서는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들 모두 낮은음소배열확률에서 높은음소배열확률보다 더 나은 수행을 보인다고 밝혔다(Gray & Brinkley, 2011; Gray, Brinkley, & Svetina, 2012). 이에 대해 Hoover, Storkel과 Hogan (2010)은 충분한 자극을 줄 때 낮은음소배열확률이 어휘집 내의 비슷한 음소배열의 단어가 적어 혼란을 덜 야기하고, 독특한 음소배열구조가 오히려 음운 표상의 확립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가 비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의 선행지식에 편향 없이 언어 기저의 처리 과정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비단어가 실제 언어의 음소와 배열규칙에 따라 구성되므로 오히려 단어유사성이나 조음복잡성과 같은 음운적 특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또한, 단순언어장애 아동과 또래의 일반아동에게 광둥어 비단어 따라말하기를 실시한 다른 연구에서는 두 집단의 수행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Stokes, Wong, Fletcher, & Leonard, 2006). 이에 대해 Stokes 등(2006)은 영어나 스웨덴어와는 다른 광둥어의 단순한 구조, 강세 패턴, 쉬운 발음 등의 언어적 특성이 수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언어마다 상이한 말소리, 음소배열구조 및 규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음소배열확률이 언어 기저의 처리 과정에 미치는 효과가 다를 수 있음을 예측하게 한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는 음소목록이 서로 다르고, 한국어는 모음만 음절핵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영어는 일부 자음도 음절핵이 될 수 있으며, 음절핵과 결합 가능한 자음의 수 등, 음운론, 형태론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체계를 가진 언어이다(Shin & Cha, 2003). 그러나 음소배열확률과 관련한 이전의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영어권에서 수행된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어권에서 음소배열확률이 어휘학습 능력과 음운기억 능력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본 연구에서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에서 한국어 비단어의 음소배열확률을 체계적으로 분석, 조작함으로써 한국어에서 단어유사성이 언어 기저의 처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위치별 단일 분절음의 배열확률이 아닌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positional biphone proba-bility)을 사용하였다. 이는 우리가 듣는 말소리가 단일 분절음 단위가 아닌 음소 연쇄의 단위로 제시되며, 단일 분절음보다 두음소 연쇄의 단위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Coady & Aslin, 2004). 즉, 청각적으로 제시되는 비단어의 음운 정보 처리에 음소배열확률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음소배열확률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두음소배열확률과 관련하여 다 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Storkel, 2004; Storkel & Hoover, 2010; Vitevitch & Luce, 2004). 특히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개발된 음소배열확률 계산기들이 온라인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되어 단어 내 특정위치에서 분절음(segment), 두음소(biphone) 및 삼음소(triphone) 배열확률값을 쉽게 산출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까지 시중에 보급되어 사용할 수 있는 음소배열확률 계산기가 없으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성인과 아동의 발화를 수집하여 두음소배열빈도를 구한 연구결과(Shin, 2005; 2008)가 있으나 발화 내의 모든 음절 내 또는 음절 경계의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빈도를 함께 산출한 것으로 단어 내의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을 계산한 값이 아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위치별 음소배열확률을 활용한 연구는 이중언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영어 비단어 변별 과제에서 두 언어의 병행활성화를 살펴본 Lee와 Storkel (2012)의 논문 1편이며, 한국어에서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에 따른 음운 단기기억 능력, 어휘학습 능력을 살펴보고,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을 비교한 연구는 아직까지 실시된 바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의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을 조정하여 단어유사성이 음운 단기기억 능력과 어휘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1) 만 4-6세의 학령전기의 일반아동, 단순언어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단어유사성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의 수행 차이를 비교 및 분석하고, (2) 각 집단에서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산출 및 이해단계의 수행과 다양한 변인 간에 유의한 상관을 보이는지, (3) 각 집단에서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이해 과제에서의 문항별 정반응률 평균과 각 문항에서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에 유의한 상관을 보이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에는 서울 및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단순언어장애 아동 15명(여아 7명, 남아 8명, 나이 4;2-6;9세)과 성별 및 연령을 일치시킨 만 4-6세의 일반아동 20명(여아 10명, 남아 10명, 나이 4;3-6;9세), 총 35명이 참여하였다. 단순언어장애 아동은 Leonard (2014)의 선정 기준에 근거하여 (1) Korean Kaufman Assessment Battery for Chil-dren (K-ABC; Moon, & Byun, 2003)의 동작성 지능검사의 표준 점수가 85점 이상, (2) 수용 및 표현어휘력검사(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에서 수용 및 표현어휘력 점수가 모두 아동의 연령 범위에서 -1.25 SD 미만에 속하고, (3) 알버타 언어 및 발달 설문지(Alberta Language and Development Questionnaire, ALDeQ; Paradis, Emmerzael, & Dun-can, 2010) 결과, -1.25 SD 이하에 있으며, (4) 아동의 부모 또는 교사에 의해 발달 과정 중에 신체 및 감각, 인지, 정서, 행동과 관련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일반아동은 (1) K-ABC (Moon & Byun, 2003) 동작성 지능검사의 표준 점수가 85점 이상이며, (2) 수용 및 표현어휘력검사(REVT; Kim et al., 2009)에서 수용 및 표현어휘력 점수가 모두 아동의 연령 범위에서 정상 범주(0 SD 이상)에 있고, (3) 알버타 언어 및 발달설문지(ALDeQ; Paradis et al., 2010) 결과, 정상 범주(0 SD 이상)에 속하며, (4) 아동의 부모 또는 교사에 의해 신체 및 감각, 인지, 정서, 행동과 관련된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아동으로 선정하였다.
일반아동의 평균 생활연령은 68.25개월(SD = 9.5),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평균 생활연령은 67.00개월(SD = 9.8)이었다. 일반아동의 동작성 지능 평균은 108.55점(SD = 5.2),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동작성 지능 평균은 105.13점(SD = 7.5)이었다. 또한, 일반아동의 수용어휘력은 72.80점(SD =10.0),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용어휘력은 52.00점(SD =11.0)이었으며, 일반아동의 표현어휘력은 78.00점(SD =10.8),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표현어휘력은 53.00점(SD =11.5)이었다.
비교 집단의 통제가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한 결과, 두 집단의 생활연령 및 동작성 지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p>.05). 그러나 두 집단 간 수용( t(33) = 5.829, p < .001) 및 표현 어휘력( t(33) = 6.576, p < .001)에 대한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 참여한 아동들의 생활연령, 동작성 지능, 수용 및 표현어휘력의 평균 및 표준편차는 Table 1과 같다.
실험 과제 및 절차
비단어 선정
본 연구의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에서 사용된 비단어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관련한 선행연구(Hwang, 2015; Kim & Ha, 2014; Lee et al., 2013)의 비단어 목록에서 임의로 선정하였다. 선정한 비단어는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 16개,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16개이며, 총 32개의 비단어들의 단어유사성, 조음복잡성이 조정되어 실험 과제에서 사용되었다.
비단어의 조음복잡성 조정
조음복잡성은 단어유사성과 함께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Gallon et al., 2007). 다른 연구에서도 조음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산출의 어려움도 커져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조음오류가 증가한다는 일관적인 보고가 있다(Kim, Lee, Han, & Lee, 2017; Marshall & Van Der Lely, 200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조음의 어려움으로 산출이 제한 받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에서 모든 비단어의 조음복잡성 점수를 5점 이하로 조정하였다(Kim & Ha, 2014). 조음복잡성 배점 기준은 Lee 등(2004)의 한국어 조음복잡성 지표를 참고하였다. 배점 기준에 의하면 (1) 조음위치적 측면에서 치경경구개음, 연구개음을 포함하는 경우, (2) 조음방법적 측면에서 마찰음 또는 파찰음, 유음을 포함하는 경우, (3) 이중모음을 포함하는 경우, (4) 음절의 형태가 자음으로 끝나는 경우, (5) 인접한 자음(예: VC+CV)이 있는 경우, (6) 인접한 자음의 조음위치가 다른 경우, (7) 3음절 이상의 길이인 경우의 조건에서 1점씩 부과한다. 따라서 조음복잡성 점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음과 모음을 동일한 조음방법(예: /t/를 /k/) 또는 조음위치(예: /i/를 /e/, /i/를 /u/)의 음운 특성이 유사한 소리로 변경하거나 종성 자음을 생략 또는 첨가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비단어의 단어유사성 조정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관련한 선행연구들은 실제 어휘들과 음운배열구조가 유사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가 장기기억에서 비슷한 음운배열의 단어들을 활성화시키고, 목표 비단어를 일시적으로 저장 및 회상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일관적으로 보고해왔다(Baddeley, 2003; Edwards et al., 2004). 이처럼 영어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단어유사성과 관련하여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단어유사성을 조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관적 평정척도(Frisch et al., 2000; Gathercole, 1995; Saito, Yoshimura, Itakura, & Ralph, 2003), 음소배열확률을 사용해 왔으며, 최근 주관적 평정척도를 사용한 연구보다 단어유사성의 정의에 부합하고, 정확한 수치로 나타나는 음소배열확률을 사용한 연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Storkel, 2001; Tattersall, Nelson, & Tyler, 2015). 본 연구에서는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biphone probability)을 조정함으로써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와 낮은 비단어로 구성하고자 하였다. Hwang (2015)의 연구방법을 토대로 표준어를 사용하는 성인들의 발화에서 두음소 연쇄의 빈도를 조사한 Shin (2008)의 자료를 참고하였다. 즉, 목표 비단어를 구성하는 두음소 연쇄빈도의 절반 이상이 조사 자료의 상위 40% 내의 소리로 구성된 경우에 두음소배열확률이 높은 단어로 분류하였으며, 두음소 연쇄빈도의 절반 이상이 조사 자료의 하위 50% 내의 소리로 구성된 경우에 두음소배열확률이 낮은 단어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Shin (2008)의 조사 자료는 발화 내의 모든 음절 내 또는 음절 경계의 위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두음소 연쇄빈도만을 나타낸 것으로 단어 내의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을 고려한 값이 아니다. 따라서 선행연구(Lee & Storkel, 2012)의 방법을 참조하여 현대국어 사용빈도 조사 자료(National Institute of Korean Language, 2002)의 58,329개 단어를 기반으로 고안한 음소배열확률 계산기를 사용하여,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positional biphone probability)을 계산하였다.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을 계산하는 식은 특정 위치에서 목표하는 두음소가 배열된 모든 단어의 수를 특정 위치에서 두음소배열이 가능한 모든 단어의 수로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계산된 위치별 두음소배열확률 값들을 모두 합하여 해당하는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을 산출할 수 있다(Vitevitch & Luce, 2004). 예를 들면, [사상]이라는 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은 0.165117로 /ㅅ/과 / ㅏ/가 결합할 확률 0.034722와 / ㅏ/와 /ㅅ/이 결합할 확률 0.019882, /ㅅ/과 / ㅏ/가 결합할 확률 0.039186, / ㅏ/와 /ㅇ/이 결합할 확률 0.071327이 모두 더해짐으로써 구해진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으로 두음소배열확률이 구해진 총 32개의 비단어들은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에서 사용할 2-6음절의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 10개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10개, 빠른의미연결 과제에서 사용할 2-4음절의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 6개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6개로 선택 및 분류되었다.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의 비단어 목록과 두음소배열확률을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독립표본 t-검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t(18) = -9.662, p < .001)와 빠른의미연결( t(10) = -4.195 p < .01)에서 모두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간에 두음소배열확률의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목록들의 두음소배열확률(biphone probability) 평균 및 표준편차값은 Table 2와 같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Nonword repetition task)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의 실시방법은 선행연구 과제(Lee et al., 2013)를 참고하여 제작하였다. 검사자는 아동에게 한국어가 모국어인 여성 화자가 사전에 녹음한 비단어 음성 파일을 헤드폰을 통해 들려주고 즉각적으로 따라 말하도록 지시하였다. 비단어 문항은 2음절부터 6음절까지 음절 길이 순으로 제시되며, 각 음절 길이당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 2개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2개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각 음절 길이 내에서는 임의의 순서로 제시되었다. 비단어 문항 간 제시 간격은 이전 문항의 비단어를 듣고 따라 말한 후 다음 문항의 비단어를 듣기까지 준비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5초의 쉼(pause)을 두었다. 모든 문항은 한 번씩만 들려주었으나 주변 상황(예: 소음)에 방해가 있었거나 아동이 직접적으로 다시 한 번 들려줄 것을 요청한 경우에 한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제공받았다. 과제를 시작하기 전 검사자는 과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제공하였으며(예: “지금부터 이상한 말을 들려줄 거에요. 한 번씩만 들려줄 수 있으니 잘 듣고 들은 소리를 그대로 따라 말해주세요”), 연습 문항을 통해 아동이 제대로 이해하였는지 점검한 후에 본 검사를 실시하였다. 검사가 시작된 후에는 검사자는 아동의 반응에 대해 어떠한 피드백도 제공하지 않았다. 아동의 모든 반응은 녹음기로 녹음되는 동시에 검사자에 의해 기록지에 전사되었다. 그리고 검사가 종료된 후에는 녹음된 아동의 음성을 다시 한 번 들으며, 전사된 기록이 맞는지 검토하였다.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의 점수 산정 방법은 크게 3가지로 항목, 음절, 음소 단위의 채점이 있는데, 영어권에서는 주로 항목 단위(Chiat & Roy, 2007; Weismer et al., 2013)와 음소 단위(Dollaghan & Campbell, 1998)를 사용해 왔으며, 한국어에서는 주로 음절 단위(Lee et al., 2013; Yim, Kim, & Yang, 2015), 음소 단위(Hong & Yim, 2014; Lee, 2015)를 사용해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아동의 오류유형에 대한 특성을 조사하기 위한 채점 방식으로 음절(Lee et al., 2013) 및 음소(Kim & Ha, 2014) 단위가 적절하며,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을 선별하기 위한 채점 방식으로 항목 단위가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Roy & Chiat, 2004). 이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채점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연구의 목적에 맞는 채점 방식의 필요성을 나타낸다. 본 연구에서는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채점 방식으로 항목 단위를 사용하였으며, 비단어 문항을 완전히 정확하게 따라 말한 경우 정반응한 것으로 간주하여 항목당 1점을 부과하였다. 또한, 특정 음소의 생략, 대치, 첨가 오류를 제외한 경미한 왜곡은 정반응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아동이 정정하여 다시 말하는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수정된 반응을 아동의 반응으로 간주하였다. 획득된 항목 점수는 총 문항수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정반응률(%)로 재산출하였다.
빠른의미연결 과제(Fast mapping task)
빠른의미연결 과제는 선행연구(Kan, Sadagopan, Janich, & An-drade, 2014)의 방법을 참고하여 제작하였으며, 어린 아동들의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학습할 비단어의 총 개수와 제시 간격 등을 조정하였다. 빠른의미연결에서 사용된 그림 자극은 Horst와 Hout (2016)에서 Novel Object & Unusual Name (NOUN)의 64개의 새로운 모형(novel object) 중 familiarity value ( F)가 하위 25% 이하인 28개의 모형 중에서 12개를 임의로 선택하였다. 그리고 선택된 그림 자극들을 12개의 비단어와 각각 짝을 지어 12쌍의 목록으로 구성하였다. 빠른의미연결 과제의 그림 자극과 F값을 Appendix 2에 제시하였다.
빠른의미연결 과제의 문항은 2-4음절의 비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음절 길이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 2개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2개가 한 세트로 구성되며, 각 아동은 음절 길이가 짧은 2음절부터 4음절까지 차례대로 총 3세트의 비단어를 학습하게 된다. 빠른의미연결의 학습 단계는 제시 단계(presentation phase)와 측정 단계(probing phase)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시 단계가 측정 단계를 선행한다. 예를 들면, 한 세트의 비단어의 제시 단계에 이어 측정 단계까지 마친 후 바로 다음 세트의 비단어의 제시 단계와 측정 단계가 시작되는 것이다. 제시 단계에서는 노트북 화면에 그림 자극이 6초간 보여지는 동안 그림 자극과 짝을 이룬 비단어를 녹음된 음성파일로 2번씩 들려준다. 6초가 지나면 화면이 2초간 검은색 바탕으로 전환되었다가 다음 화면의 그림 자극으로 넘어간다. 4쌍의 비단어와 그림 자극으로 구성된 한 세트의 제시 단계가 끝나면, 10초간의 쉼(pause)을 가진 후 제시 단계에서 습득한 비단어를 측정하는 단계(probing phase)가 이어진다. 측정 단계는 산출 측정(pro-duction probes)과 이해 측정(comprehension probes)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출 단계부터 시작한다. 산출 단계는 제시 단계에서 보여준 4개의 그림 자극이 화면에 하나씩 나타나는데, 아동은 그림 자극과 함께 제공되었던 비단어를 기억하여 명명(naming)해야 한다. 산출 단계가 끝난 직후에는 이해 단계가 시작된다. 한 화면에 제시 단계에서 보여준 4개의 그림 자극이 동시에 제시되며, 비단어의 녹음된 음성파일을 듣고 해당하는 그림 자극을 선택하여야 한다. 한 세트당 총 4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림 자극의 배열이 매 화면 변경되도록 설정함으로써 목표 자극을 선택하는 확률을 .25로 조정하였다. 또한, 제시 단계와 산출 측정 단계에서도 순서 효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비단어를 임의의 순서로 제시하였다.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검사자는 아동에게 수행방법과 관련하여 간단한 설명을 제공하였으며, 최대한 많은 수의 그림 자극과 비단어를 기억하도록 지시하였다. 검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아동의 반응에 대한 어떠한 긍정적, 부정적 피드백을 제공하지 않았다. 아동의 모든 반응은 녹음 및 전사되었으며, 검사가 종료된 후에는 녹음된 아동의 음성과 검사자의 기록이 맞는지 검토하였다.
빠른의미연결의 산출 단계에서는 음소 단위의 채점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의 산출 측정 단계에서 바닥 효과로 줄어든 음소배열확률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Storkel, 2001)과 단순언어장애 아동과 일반아동의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방지하고자 함이다(Gray, 2006). 따라서 아동이 정조음한 음소에 1점씩 부과하였으며, 대상자가 모른다고 응답하거나 8초 이상 무응답인 경우에 오반응한 것으로 간주하여 0점으로 채점하였다.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단계에서는 아동이 비단어에 해당하는 그림 자극을 정확히 가리킨 경우에만 맞은 것으로 간주하여 1점을 주었으며, 대상자가 모른다고 하거나 무응답인 경우 오반응한 것으로 간주하여 0점으로 채점하였다. 최종적으로 획득한 산출 및 이해 점수는 모두 정반응률(%)로 재산출하였다.
실험 절차
모든 검사는 소음이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연구자와 아동이 일대일로 진행하였다. 실험 순서는 먼저 선별검사로 수용 ·표현어휘력검사(REVT; Kim et al., 2009)와 카우프만 아동용 지능 검사(K-ABC; Moon & Byun, 2003)의 동작성 하위검사를 수행하였으며, 실험집단의 선정 기준을 충족한 아동들에 한해 실험 과제인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을 실시하였다. 모든 실험을 완료하기까지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자료의 통계적 처리
단어유사성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및 산출 단계에서 집단 간 수행의 차이를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단 간 요인을 두 집단(일반아동, 단순언어장애 아동)으로 놓고, 집단 내 요인을 단어유사성(고, 저)으로 설정하여 2×2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 또한, 두 집단의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및 산출 단계에서의 수행과 다양한 변인 간의 상관관계, 각 실험 과제에서 두 집단의 비단어 문항별 평균점수와 각 비단어의 음소배열확률 간에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하여 Pearson 적률상관계수를 산출하였다. 모든 자료는 SPSS version 20 (IBM, Armonk, NY, USA)를 사용하여 통계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신뢰도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및 산출 측정 단계의 수행에 대한 평가자 간 신뢰도는 전체 대상 아동의 20%에 해당하는 일반아동 4명, 단일언어발달지연 아동 3명의 자료를 임의로 추출하여 산출하였다. 아동의 음성의 재전사 및 분석은 주 연구자인 제1평가자 1인과 언어병리학석사 졸업생인 제2평가자 1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평가자 간 신뢰도의 산출은 제1평가자와 제2평가자가 채점한 결과에서 서로 일치한 문항수를 전체 문항수로 나누고 100을 곱하여 산출하였다. 그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평가자 간 신뢰도는 93.5%, 빠른의미연결의 평가자 간 신뢰도는 이해가 100%, 산출이 92.5%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집단 간 단어유사성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의 수행 차이
두 집단(일반아동, 단순언어장애 아동) 간 단어유사성(고, 저)에 따른 비단어 따라말하기 정반응률의 평균과 표준편차에 대한 기술통계는 Table 3과 같다.
두 집단의 기술통계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집단(2)×단어유사성(2)의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집단의 주효과가 유의하였다( F(1, 33) = 26.869, p< .001). 즉,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단순언어 장애 아동(M=17.00, SD =12.7)의 수행력이 일반아동(M= 38.25, SD =14.5)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또한, 단어유사성의 주효과도 유의하였다( F(1, 33) =122.974, p < .001). 즉,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M= 43.83, SD =18.2)의 수행력이 낮은 비단어(M=11.42, SD = 9.0)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그러나 단어유사성과 집단의 이차 상호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F(1, 33) = 3.024, p>.05). 비단어 따라말하기에 대한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도는 Figure 1과 같다.
집단 간 단어유사성에 따른 빠른의미연결 이해 단계의 수행 차이
두 집단(일반아동, 단순언어장애 아동) 간 단어유사성(고, 저)에 따른 빠른의미연결 이해 단계의 정반응률의 평균과 표준편차에 대한 기술통계는 Table 4와 같다.
두 집단의 기술통계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집단(2)×단어유사성(2)의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집단의 주효과가 유의하였다( F(1, 33) = 40.967, p < .001). 즉,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단계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M= 32.78, SD =14.7)의 수행력이 일반아동(M= 58.33, SD =16.6)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또한, 단어유사성의 주효과도 유의하였다( F(1, 33) = 39.271, p < .001). 즉,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단계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M= 57.08, SD =17.6)의 수행력이 낮은 비단어(M= 34.03, SD =13.6)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단어유사성과 집단의 이차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F(1, 33) = 1.647, p>.05). 빠른의미연결 이해 단계에 대한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도는 Figure 2와 같다.
집단 간 단어유사성에 따른 빠른의미연결 산출 단계의 수행 차이
두 집단(일반아동, 단순언어장애 아동) 간 단어유사성(고, 저)에 따른 빠른의미연결 산출 단계의 정반응률의 평균과 표준편차에 대한 기술통계는 Table 5와 같다.
두 집단의 기술통계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집단(2)×단어유사성(2)의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집단의 주효과가 유의하였다( F(1, 33) = 4.270, p< .05). 즉, 빠른의미연결의 산출 단계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M=10.86, SD =11.3)의 수행력이 일반아동(M=17.11, SD =13.0)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그러나 단어유사성의 주효과( F(1, 33) =.234, p>.05), 단어유사성과 집단의 이차 상호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1, 33) =.181, p>.05). 빠른 의미연결의 산출 단계에 대한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도는 Figure 3과 같다.
실험 과제에서 두 집단의 수행과 다양한 변인 간의 상관관계
두 집단의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이해 및 산출 단계에서의 정반응률과 다양한 변인(연령, 수용 및 표현어휘력)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Pearson 상관계수를 산출 하였다. 그 결과, 일반아동 집단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이해 및 산출 단계에서의 정반응률과 다양한 변인(연령, 표현 및 수용어휘력) 간의 유의한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p>.05).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은 빠른의미연결 이해 및 산출 단계에서의 정반응률과 다양한 변인 간에는 유의한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p>.05), 그러나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의 정반응률과 수용 어휘력(r=.864, p<;01) 간에 매우 높은 정적 상관, 표현 어휘력(r=.693, p<;01) 간에 높은 정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령(r= .594, p<;05) 간에도 유의한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실험 과제와 다양한 변인 간의 상관계수는 Tables 6, 7과 같다.
실험 과제에서 두 집단의 수행과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의 상관관계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두 집단의 비단어 문항별 정반응률 평균 점수와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 상관관계
일반아동 집단( r =.704)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 r =.640)에서 비단어 문항별 정반응률 평균 점수와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이 높은 정적 상관을 보이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p < .01). 이에 대한 상관분석 결과를 Tables 8, 9에 제시하였으며, 산포도를 Figure 4에 제시하였다.

Correlation coefficientbetween average score per nonword repetition stimuli and biphone probability ofnonword in children with NL

Correlation coefficient between average score per nonwordrepetition stimuli and biphone probability of nonword in children with SLI

Scatter plot of average score per nonword stimuli and biphone prob-ability of nonword in children with NL and SLI.
NL=children with normal language; SLI=children with specific language im-pairment.

Correlation coefficientbetween average score per fast mapping stimuli and biphone probability ofnonword in children with NL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단계에서 두 집단의 비단어 문항별 정반응률 평균 점수와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 상관관계
일반아동 집단에서 비단어 문항별 정반응률 평균 점수와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에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 p>.05).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에서는 비단어 문항별 정반응률 평균 점수와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이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r =.589, p < .05). 이에 대한 상관분석 결과를 Ta-bles 10, 11에 제시하였으며, 산포도를 Figure 5에 제시하였다.
논의 및 결론
연구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이 일반아동의 수행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이는 음운기억용량의 제한(Dollaghan & Campbell, 1998) 등으로 손상된 기저의 처리 기제를 가진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해 들은 정 보를 즉각적으로 따라말하는 데 더 낮은 수행을 보였던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Weismer et al., 2000). 단어유사성 측면에서는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에서 수행이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성인(Vitevitch et al., 1997)과 일반아동(Van Bon & Van Der Pijl, 1997; Zamuner, 2009)을 대상으로 한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의 이점을 밝힌 결과들과 일치한다. 또한, 새로운 단어의 음운 정보를 음운 기억장치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과정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을수록 해당하는 언어에서 비슷한 음운 배열의 어휘가 많아져 어휘지식의 도움을 받기 용이하므로(Gathercole et al., 1991; Gathercole, 1995), 더 효율적으로 말소리 지각(Jusczyk & Luce, 1994), 음운적 표상의 확립 및 저장(Munson, 2001)을 가능케 한다는 이전 연구들의 주장을 지지한다. 이와 유사한 결과는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Messer, Leseman, Boom과 Mayo (2010)에서는 만 4세의 네덜란드 어 단일언어 일반아동과 터키어-네덜란드어 이중언어 일반아동을 대상으로 터키어와 네덜란드어에서 음소배열확률을 조절한 비단어 따라말하기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두 집단 모두 습득한 언어의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음소배열확률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단일언어 아동뿐만이 아니라 두 언어를 습득하는 이중언어 아동 역시 언어학습의 경험으로 습득된 어휘지식이 음운정보 처리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한편, 단어유사성과 집단의 상호작용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음소배열효과를 나타낸 Munson, Kurtz 등(2005)의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본 연구의 결과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음운기억용량의 결함(Dollaghan & Campbell, 1998; Weismer et al., 2000)과 어휘 부족(Gathercole & Baddeley, 1990a) 등으로 인한 취약한 음운정보 처리 능력으로 단어유사성의 두 조건의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에서 일반아동에 비해 더 낮은 수행을 보였으나 단순언어장애 아동 또한 언어적 지식의 도움을 받아 일반아동과 같이 단어유사성의 효과를 보임으로서 두 집단 간 수행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빠른의미연결 과제의 수행을 분석한 결과, 이해 단계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였다. 이는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음운적 표상과 의미적 표상을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표상 간의 연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일반아동에 비해 더 낮은 수행을 보인다고 주장한 선행연구(Alt et al., 2004; Gray, 2004)의 결과와 일치한다. 단어유사성 측면에서는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에서 수행이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의 의미적 및 음운적 표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휘집 내에 비슷한 음운배열구조의 단어들이 활성화되어 도움을 받는다는 선행연구(Storkel, 2001)의 입장과 일치한다. 이러한 단어유사성의 효과는 두 언어를 습득하는 이중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한 빠른의미연결의 수행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Alt, Meyers와 Fig-ueroa (2013)는 4-5세의 학령전기와 7-8세의 학령기의 영어 단일언어 아동,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 아동 집단에게 음소배열확률을 조정한 영어 빠른의미연결 과제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두 집단 모두 음소배열확률이 낮은 비단어에 비해 음소배열확률이 높은 비단어의 이해에서 더 높은 수행을 보였으며, 학령전기 아동에 비해 학령기 아동이 유의하게 높은 수행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미 습득한 어휘지식이 새로운 단어의 습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앞서 단일언어 아동들을 대상으로 어휘 지식이 새로운 단어의 표상을 형성하고 연결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밝힌 선행연구 결과들을 더욱 공고히 한다고 볼 수 있다.
단어유사성과 집단의 상호작용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단어유사성의 두 조건에서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 차이가 비슷하였음을 나타낸다. 선행연구에서는 어휘적 결함(Nash & Donaldson, 2005), 음운기억용량의 제한(Gray, 2003a, 2003b; Jackson et al., 2016), 음운적 특성의 민감성 결여(Alt & Plan-te, 2006; MacRoy‐ Higgins et al., 2013) 등의 요인을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단어학습에서 낮은 수행을 보이는 기저의 원인으로 보았으며, 이로 인해 음운적 및 의미적 표상을 형성하고 저장하는 데 어려움을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는 일반아동에 비해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더 낮은 수행을 설명할 수 있지만 본 연구에서 단어유사성에 따른 두 집단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던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본 연구의 빠른의미연결의 이해 단계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에서 더 높은 수행을 보인 것은 단어의 회상에서 단어유사성의 효과를 나타낸 선행연구(Coady, Mainela‐ Arnold, & Evans, 2013)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즉, 새로운 어휘를 이해하기 위하여 표상을 처리하는데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일반아동에 비해 효율이 낮을 수 있지만, 단순언어장애 아동도 선행지식의 영향을 받아 단어유사성이 높은 단어의 이해에서 일반아동과 유사한 단어유사성의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빠른의미연결의 산출 단계에서 일반아동에 비해 단순언어장애 아동의 수행이 유의하게 낮았다. 이는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새로운 단어의 음운적 표상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함을 보였던 선행연구의 결과들과 일치한다(Dollaghan, 1987; Edwards & Lahey, 1998; Jackson et al., 2016). 한편, 빠른의미연결의 산출에서 단어유사성의 효과에 관하여 일부의 연구에서는 약하지만 단어유사성이 높은 단어에서 이점을 보고하였으나(Storkel, 2001) 몇몇의 연구에서는 낮은 점수로 단어유사성의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상반된 결과를 보고하였다(Storkel & Lee, 2011). 본 연구의 빠른의미연결의 산출 단계에서는 단어유사성의 주효과가 유의하지 않았으며, 단어유사성과 집단의 상호작용도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추측 가능한 설명으로는 첫째, 비단어 따라말하기가 단기기억 능력에 의존하여 들은 정보를 즉각적으로 인출하는 것과 달리 빠른의미연결의 산출 단계는 비단어를 산출하기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으며, 저장된 정보에서 지시 대상과 연결된 음운적 표상을 검색, 인출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과제적 요구가 더 높고, 인지적 부담이 가중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저장된 음운적 표상이 리허설 등의 지지 수단 없이는 손실되기 쉽다는 선행연구의 주장(Baddeley, 2003; Gathercole & Conway, 1988; Zamuner, Mo-rin-Lessard, Strahm, & Page, 2016)에 따라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 단어가 어휘지식의 도움을 받아 표상을 확립하고 저장하였더라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 모두 유의하지는 않으나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에서 미약하게 더 높은 수행을 보였다는 점을 주목해볼 때, 본 연구의 결과가 단어학습의 산출에 단어유사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두 집단 모두 낮은 점수로 인해 단어유사성의 효과가 감쇄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두 집단에서 각 실험 과제(비단어 따라말하기, 빠른의미연결 이해)와 다양한 변인(생활연령, 수용 및 표현어휘력) 간에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수용 및 표현어휘력 간의 유의하게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 연령과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용 및 표현어휘력(Alt et al., 2004; Gray, 2004), 연령(Weismer & Evans, 2002)이 증가함에 따라 음운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높아진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기저의 정보처리 기제가 손상된 아동이라 하더라도 음운기억 표상을 형성 및 저장하는 과정에 어휘지식의 도움을 받으며, 연령이 증가하면서 비단어 따라말하기 수행에 필요한 능력도 함께 성숙해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반면, 일반아동 집단은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에서 다양한 변인 간에 어떠한 상관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선행연구에서 일반아동 집단이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수행과 수용어휘력, 연령 간(Lee et al., 2013), 빠른의미연결의 수행과 수용어휘력, 연령 간(Alt et al., 2004; Gray, 2005)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던 것과 다른 결과이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만 5세의 아동 집단이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수행과 수용 및 표현 어휘력점수 사이에 유의한 상관을 보인 것(Gathercole et al., 1999)과 달리 더 어린 연령의 아동의 경우, 음운 정보 처리에 어휘지식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연구자의 보고(Hoover et al., 2010; Zamuner, Gerken, & Hammond, 2004)에 근거하였을 때, 본 연구의 일반아동 집단에서 각 실험 과제의 수행과 연령, 수용어휘력 간에 어떠한 상관도 보이지 않았던 결과는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에 비해 일반아동 집단의 4세 아동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
두 집단에서 각 실험 과제(비단어 따라말하기, 빠른의미연결의 이해)의 비단어 문항별 정반응 평균 점수와 각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이 커질수록 두 집단의 수행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모두 음운기억 표상을 확립하고 즉각적으로 회상하는 과정에서 비단어의 음운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빠른의미연결 이해 에서는 일반아동 집단은 비단어 문항별 평균 점수와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 간의 유의한 상관을 보이지 않았으나 단순언어장애 아동은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빠른의미연결 이해 단계의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단어학습 과제에서 산출에 비해 이해 단계에서 일관적으로 더 높은 수행을 보였던 선행연구(Alt et al., 2004; Gray, 2003a, 2003b)의 결과들은 단어를 산출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비해 듣고 지시하는 대상을 회상하여 고르는 과정의 과제적 요구가 훨씬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Gray와 Brinkley (2011)에서 학령전기의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모두 빠른의미연결의 이해에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와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 간에 유의한 수행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본 연구의 일반아동이 단어학습의 이해에서 쉬운 과제적 요구로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에서뿐만이 아니라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행을 보임으로서 정적 상관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단어학습의 이해를 위한 정보를 충분히 저장할 수 있다는 Dollaghan (1987)의 주장과 달리 본 연구에서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단어유사성이 높은 비단어에 비해 단어유사성이 낮은 비단어의 이해에서 훨씬 더 낮은 수행을 보임으로써 비단어의 두음소배열확률이 커질수록 수행력이 증가하는 정적 상관을 보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일반아동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모두 몇 번의 노출로도 단어유사성이 높은 새로운 단어의 표상을 형성, 저장할 수 있으며, 두 집단에서 기저의 처리 과정이 단어유사성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영어뿐만이 아닌 한국어 역시 단어의 음운적 특성인 음소배열확률의 영향을 받는 언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언어 기저의 음운 단기기억과 새로운 어휘의 학습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단어 따라말하기와 빠른의미연결 과제가 이미 습득한 언어적 지식에 영향을 받는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한국어 비단어를 사용한 평가 및 중재 활동에서 두음소배열확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경우, 빠른의미연결의 산출에서 낮은 점수로 인해 각 집단의 단어유사성에 따른 수행 차이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후 연구에서는 자극의 수를 줄이거나 제시 단계에서 청각적 제시 횟수를 증가시키는 방법 등을 사용하여 바닥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한국어 빠른의미연결의 산출에서 단어유사성이 미치는 효과를 확인하고, 일반화하는 후속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음운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습득된 어휘지식으로부터 정보를 끌어내는 능력이 5세 이후부터 체계화되며(Baddeley, 2003), 더 어 린 3-4세의 아동은 저장된 표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선행연구의 보고가 있다(Hoover et al., 2010). 본 연구는 대상 연령이 4-6세의 범위에 있고, 일반아동 집단은 4세 아동의 비율이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은 6세 아동의 비율이 높아 연령별 비율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제한점이 있었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학령전기의 연령집단을 3-4세, 5-6세로 세분화하고, 연령별 비율을 맞춤으로서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높이는 작업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확인된 단어유사성의 효과가 단어유사성에 의한 것인지 선행연구(Dollaghan & Campbell, 1998; Gathercole et al., 1991; Storkel, 2001; Storkel & Rogers, 2000)에서 비단어 따라말하기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된 음절 길이나 이웃밀도(nei-ghborhood density)와 같은 다른 음운적 특성에 의한 것인지 살펴보지 않았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단어유사성 외에도 언어 기저의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연구결과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성을 제언한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is based on the master’ s thesis of the first author (2018).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제1저자의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