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역 유형에 따른 실어증 환자의 동사 및 의미역 처리 능력과 중증도 간의 관계
Verbs and Their Thematic Role Processing Abilities for People with Aph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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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실어증 환자들의 동사 의미역 처리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보며, 실어증 환자들의 의미역 선택 수행력이 실어증 중증도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방법
실어증 환자 15명, 정상 성인 15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대상자는 동사와 관련된 의미역을 선택하는 과제(행위자 또는 대상)와 2가지 의미역이 동시에 제시된 후, 동사를 선택하는 과제를 시행하였다.
결과
실어증 환자군이 정상군에 비해 의미역 및 동사 선택 과제에서 어려움을 보였으며, 의미역 유형에 대하여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 모두 행위자보다 대상을 선택하는 과제에서 더 높은 정반응률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동사 선택 과제가 실어증 중증도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논의 및 결론
실어증 환자들은 동사를 의미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에 어려움을 보이며, 한국어의 주어 생략 특성의 영향을 받아, 행위자 의미역 선택 과제에서 더 큰 어려움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실어증 환자의 동사 선택 과제 수행력을 예측하는 주요 변인은 대상 선택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사 선택 과제가 표준화된 실어증검사 하위항목 중 구어 산출 과제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동사 처리 과제가 한국 실어증 환자의 구어 산출 중증도를 살펴볼 수 있는 심층과제로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있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the ability of people with aphasia (PWA) to process verbs and their thematic roles. We further examined the relationship between verb-related processing abilities and aphasia severity.
Methods
Fifteen individuals with aphasia and 15 age- and education-matched normal individuals participated in the study. Experiment conditions consisted of thematic role-selection tasks (agent-selection vs. theme-selection) and verb-selection tasks when the two thematic roles were provided. Participants were asked to select the target among 3 choices.
Results
PWA performed significantly worse in all conditions than normal elderly adults (NEA). Both groups performed worse on the agent-selection than theme-selection tasks. The group by thematic-role type interaction was significant, indicating that PWA demonstrated differentially greater difficulties in the agent-selection than theme-selection task compared to the NEA group. The verb-selection task was highly correlated with overall aphasia severity and verbal output mea-sures from the standardized aphasia battery.
Conclusion
These results indicated that PWA demonstrated deficits in selecting thematic roles associated with the verbs and choosing the verbs when the thematic roles were provided. Greater difficulties in the agent-selection than theme-selection task in both groups are likely due to the pro-drop phenomena, usu-ally associated with the subject-deletion features in Korean. Overall high correlations of verb-selection task with aphasia severity and verbal output measures indicate that the verb-selection task may be a clinically useful method to evaluate word retrieval process deficits in PWA without using an overt naming task.
동사는 문장을 구성하는 데 가장 중심적인 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품사로(Kwon, 2009) 문장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전달한다(Wambaugh, Doyle, Martinez, & Kalinyak-Fliszar, 2002). 또한, 동사는 의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법적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품사로서 주로 명사구와 결합하여 문장을 구성하며, 명사구와의 결합은 동사와 명사구 사이의 의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McRae, Hare, Elman, & Ferretti, 2005). 예를 들어, ‘먹다’라는 동사가 제시되었을 때, ‘무엇을 먹는가?’ 그리고 ‘누가 먹는가?’와 같은 추가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 ‘무엇’에 해당하는 동사의 대상(theme)은 밥, 과일, 채소 등,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관련한 명사를 예상할 수 있으며, ‘누구’에 해당하는 동사의 행동주(agent)로는 사람 이나 동물 등 먹는 주체가 되는 생물 명사를 예상할 수 있다. 즉, 동사의 대상 및 행위자와 같이 동사와 관련된 의미 정보를 제공해주는 문장의 구성 요소를 동사의 ‘의미역(thematic role)’이라고 한다(Seo, Ko, Yoo, & Kim, 2000). 동사의 의미역에는 ‘행위자’ 및 ‘대상’ 외에도 ‘도구(instrument), 처소(location), 도달점(goal), 원천(source)’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Hong, 1998; Saeed, 1997; Seo et al., 2000). 본 연구에서는 이 중에서도 동사에서 가장 주요한 의미역으로 알려진 ‘행위자’ 및 ‘대상’에 해당하는 의미역에 국한하여 실어증 환자의 의미역 처리 양상 및 동사 재인에 대한 수행력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의미역에 관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동사와 의미역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였다. McRae, Ferretti와 Amyote (1997)는 의미역을 활성화하는 네트워크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경험과 세상에서 얻어지는 지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보고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동사를 듣거나 읽을 때, 이와 관련된 상황이나 의미 지식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동사와 관련된 의미역에 관한 기억체계가 조직화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동사가 일반적인 상황이나 의미 지식에 의존한다는 이론과 반대로 ‘동사 특정 지식(verb-specific knowledge)’에 의존하여 문장 내에서 동사 처리가 일어난다는 내용을 보고한 연구도 있다. Dickey와 Warren (2015)의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동사 의미역 처리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건 관련 세상 지식(event-related world knowledge)’은 동사와 논항 통합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지 않았고, 이보다는 동사 특정 지식이 실어증 환자의 동사 의미역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사의 의미역은 주로 명사구로 이루어져 있고, 명사구와 결합하여 문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 성분이 동사와 그 의미역인만큼, 실어증 환자의 언어 중재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 동사의 의미역을 강화하여 동사 산출 및 문장 산출에서의 일반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하여 개발된 대표적인 실어증 중재방법이 동사의미역강화중재(verb network strengthening treatment; Edmonds, Nadeau, & Kiran, 2009)이다. 동사의미역강화중재는 동사와 두 가지의 의미역 유형(행위자 및 대상)을 이용하여 실어증 환자의 어휘 산출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한 중재방법이다. 중재 결과, 중재에 사용된 목표 동사뿐 아니라 중재에서 사용되지 않았으나 목표 동사와 의미가 관련 있는 동사, 그리고 의미역에 해당하는 명사 산출 능력까지 일반화 되었다(Edmonds et al., 2009). 국내에서도 Kwag, Sung, Kim과 Cheon (2014)이 동사의미역강화중재를 한국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결과 Edmonds 등(2009)의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즉, 의미역을 활용한 동사 중재는 동사뿐만 아니라 명사 이름대기에까지 일반화 효과가 나타나는 효율적인 중재방법일 수 있으며, 따라서 동사의 의미역에 대한 기초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국어 사용 실어증 환자에게도 동사의 의미역 활성화가 중재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근거가 보고되었으나, 여전히 한국 실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사의 의미역을 세분화하여 의미역 유형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한국 실어증 환자의 동사 능력과 관련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명사 및 동사의 품사별 재인 능력 차이(Hyun, Kim, Shin, & Seo, 2003)에 대한 연구나 동사 논항(Choi & Sung, 2014; Kim, 2006; Sung, 2016; Yang, 2015)과 같이 동사의 통사적, 문법적인 부분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동사의 논항이란 문장의 서술어인 동사와 함께 문장을 구성 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을 말한다(Nam, 2007). 논항 구조는 서술어가 문장을 구성하면서 필요로 하는 의미역의 집합으로, 논항은 동사에 대한 의미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의미관계를 문법적으로 구조화하는 단위이다(Nam, 2007). 즉, 의미역은 동사와 관련된 의미론에 근거한 개념이라면, 논항은 의미역을 가지는 명사구 간의 문법 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통사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Saeed, 1997).
실어증 환자의 동사와 관련된 연구들은 논항 구조가 동사 재인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보고한 바 있다. 영어권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Kim과 Thompson (2000)의 연구에서는 1항, 2항, 3항 동사 간 실어증 환자들의 동사 산출 능력이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나 국내에서 실시된 Kim (2006), Yang (2015) 연구에서는 1항과 2항 동사 사이에는 실어증 환자의 동사 산출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3항 동사와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실어증 환자들이 동사를 처리할 때 주어 생략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다(Kim, 2006). 또한 Sung (2016) 연구에서도 실어증 환자의 동사 산출 능력이 1항 동사와 3항 동사 사이에만 유의한 차이를 보이고 2항 동사와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동사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Sung (2016) 또한 선행연구와 동일하게 빈번한 주어 생략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주어 생략 현상은 1항 동사를 사용할 때 보다 2항, 3항 동사를 사용할 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주어 생략의 영향은 한국어가 주어-목적어-동사의 구조로 동사가 문장을 완성하는 동사 중심의 언어이기 때문에(Nam, 2004) 명사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고, 이러한 이유로 한국어에서는 생략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도 주어 생략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밝힌 Park (2013)의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즉, 한국어 특징적인 언어적 현상이 실어증 환자의 동사 관련 통사적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사의 의미 구조와 관련된 의미역 처리에 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의미역 유형을 달리 하였을 때, 동사와의 관련성에 근거하여 의미역을 처리하는 능력이 어떠한지 알아보고자 하며, 또한, 의미역이 제시되었을 때, 이에 근거하여 동사를 선택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동사 의미역 관련 처리 능력이 실어증의 중증도와도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와 관련된 결과도 함께 살펴보았다.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아래와 같다.
1) 동사 제시 후, 의미역 유형(행위자 vs. 대상)에 따라 의미역 선택 정확도에서 실어증 환자 및 정상군 간 차이가 유의한가?
2) 두 개의 의미역을 제시 후, 동사 선택 정확도에서 실어증 환자 및 정상군 간 차이가 유의한가?
3) 실어증 환자 집단에서 의미역 선택 정확도와 동사 선택 정확도 간 상관관계가 어떠한가? 또한, 두 가지 의미역 선택(행동주 vs. 대상) 과제 중, 동사 선택 과제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4) 실어증 환자 집단에서 의미역 선택 정확도 및 동사 선택 정확도가 전반적인 실어증 중증도와의 상관관계는 어떠한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는 정상 성인 15명과 실어증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두 집단 모두 오른손잡이며,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자로 선정하였다.
실어증 환자는 (1) 좌뇌반구 단일부위로 피질 및 피질하 영역에 뇌졸중으로 기인한 언어장애를 보이는 자, (2) 파라다이스·한국판-웨스턴 실어증검사 개정판(Paradise·Korean version the Western Aphasia Battery Revised, PK-WAB-R; Kim & Na, 2012)을 통해 실어증으로 판단된 자, (3) 발병 이전에 뇌손상 및 기타 신경학적 질환이 없다고 보고된 자, (4) PK-WAB-R 하위영역 중 읽기영역에서 단어-실물 짝짓기, 단어-그림 짝짓기, 그림-단어 짝짓기 과제를 모두 정반응한 자, (5) 연령과 교육수준 차이가 수행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75세 이하이며, 초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춘 자(Kang, Chin, Na, Lee, & Park, 2000)를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실어증 환자의 중증도에 대한 정보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정상 성인은 (1) 실어증 환자 집단과 평균 연령 및 평균 교육연수 가 일치하는 자, (2)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Kang, Na, & Hahn, 1997) 실시 결과, 정상 범위(>16%ile)에 해당하는 자, (3) 그 외에 언어 및 신경학적 손상, 병력이 보고되지 않은 자를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두 집단 간 연령 및 교육연수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two-independent samples t-test)을 실시한 결과, 연령 및 교육연수에서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Table 2).
실험 과제
동사 선정
행위자 및 대상을 동사의 문장 필수 성분을 가지는 2항 동사 총 15개를 선정하였다. 구체적인 동사 선정 기준은 (1) 행위자와 대상이 필수 논항인 2항 동사, (2) 현대 한국어의 어휘 빈도(Seo, 1998)에서는 100 이하를 저빈도, 100에서 1,000 이하를 고빈도, 1,000 이상을 최고빈도라고 정의하여 이를 기준으로 100 이상의 고빈도 및 최고빈도 동사, (3) 단어의 길이가 명사와 동사의 산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Best, 1995; Jung, Choi, & Hwang, 2014)에 따라 동사 기본형이 1–3음절로 구성된 동사이다. 동사 제외 기준은 (1) 행위자와 대상이 서로 바뀔 수 있는 가역적 동사, (2) ‘대상’ 위치에 추상 명사를 취하는 동사, (3) 어떠한 명사가 대상으로 오더라도 의미 연결이 가능한 동사(예: ‘(사진을) 찍다’라는 동사와 같이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거의 모든 구체 명사가 가능한 동사의 경우)는 제외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15개의 동사로 의미적으로 관련성이 높은 명사구를 선택하여 문장을 제작하였다. 문장은 ‘주어-목적어-동사’ 구조로, 주어는 ‘행위자(agent)’를 목적어는 ‘대상(theme)’을 의미역으로 구성하여, 동사와 결합하였을 때 의미적으로 관련이 있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제작하였다. 실험 자극은 Appendix 1에 모두 제시하였다.
과제 제작
의미역 선택 과제
의미역 선택 과제는 크게 행위자 선택 과제와 대상 선택 과제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행위자 선택 과제에서는 행위자에 해당하는 칸이 빈칸으로 제시되며 행위자임을 표시하는 문법적 지표로서 주격 조사(이/가)와 함께 목표 동사를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깎다’ 동사 문항의 경우 ‘____가 깎다’로 과제를 제시하였다. 피험자에게 이 문장 아래에 제시된 세 개의 단어 중 적절한 단어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세 개의 보기에 포함된 단어는 다음과 같다.
(1) 목표 단어(행위자, 예: 엄마),
(2) 무관련 단어(생물 명사, 예: 고추),
(3) 무관련 단어(무생물 명사, 예: 기차).
대상 선택 과제에서는 대상에 해당하는 칸이 빈칸으로 제시되며 대상임을 표시하는 문법적 지표로서 목적격 조사(을/를)와 함께 목표 동사를 제시하였다. 위에서 제시된 예시와 동일하게 ‘깎다’ 동사 문항의 경우 ‘____를 깎다’로 과제를 제시하였다. 피험자에게 이 문장 아래에 제시된 세 개의 단어 중 적절한 단어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세 개의 보기에 포함된 단어는 다음과 같다. 의미역 선택 과제 예시는 Appendix 2에 제시하였다.
(1) 목표 단어(대상, 예: 참외),
(2) 무관련 단어(생물 명사, 예: 상추),
(3) 무관련 단어(무생물 명사, 예: 모자).
동사 선택 과제
동사 선택 과제는 행위자와 대상의 의미역 두 개가 모두 제시 된 상태에서 동사를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사 ‘깎다’가 목표 문항인 경우 ‘엄마가 참외를 ____’로 과제를 제시한 후, 문장 아래에는 목표 동사(‘먹다’)와 무관련 2항 동사 2개(예: ‘속이다’, ‘끄다’)를 포함하여, 총 3가지 동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였다. 동사 선택 과제 예시는 Appendix 3에 제시하였다.
연구 절차
실험은 독립된 조용한 방 안에서 실시하였다. 실험하기 전, 연습문항을 통해 대상자들에게 실험과제를 충분히 숙지시킨 후 본 과제를 실시하였다. 의미역 선택 과제 내에서 행위자 및 대상자 선택 과제 2가지 제시 순서를 역균형화(counter-balance)하여 실시하였고, 동사 선택 과제는 의미역 선택 과제가 모두 끝난 후, 마지막에 실시하였다. 모든 자극은 A4용지 사이즈의 책자를 통해 총 45개의 문항을 한 문항씩 제시하였다. 반복적인 제시로 인한 학습효과를 줄이기 위해 Sung (2011)의 단어 바로 및 거꾸로 따라말하기 작업기억 과제를 추가로 실시하였다. 따라서 의미역 선택 과제(1), 단어 바로 따라말하기 과제, 의미역 선택 과제(2), 단어 거꾸로 따라말하기 과제, 동사 선택 과제 순서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각 과제마다 대상자에게 “제시된 문장을 보시고, 빈칸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를 아래에 있는 세 단어 중 선택하여 주세요”라고 지시하였다. 만약 대상자가 각 문항에서 지시를 들은 후 15초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이 단어 앞에(또는 뒤에) 들어갈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인가요? 아래에 있는 세 개의 단어 중 선택하여 주세요”라고 다시 지시를 제공한 후 반응을 기다렸다. 대상자가 2번의 지시 제공 후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오반응 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문항으로 넘어갔다. 1번부터 15번까지 총 3개의 과제를 순서대로 한 문항씩 실시하였으며, 하나의 과제가 끝나면 잠시 쉬는 시간을 제공하여 피로 효과를 감소하였다. 대상자에게 의미적, 음소적, 시각적으로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고, 반응에 대한 정반응 또는 오반응인지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지 않았다. 대상자의 모든 반응은 결과 기록지에 기록하였다.
자료 분석
대상자가 보기에 제시된 세 개의 어휘 중 적절한 어휘를 선택한 경우 정반응으로 처리하였으며, 실험을 실시하는 동안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경우(no response, NR), 모른다고 답한 경우(don’ t know, DK), 부적절한 답을 선택한 경우는 모두 오반응으로 처리하였다. 각 문항별로 정반응한 문항은 1점, 오반응한 문항은 0점으로 계산하여 총 합계를 구하였다. 각 과제마다 산출된 합계를 총 문항수인 15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정반응률(%)을 계산하였다.
연구결과
의미역 선택 과제 유형(행위자 vs. 대상)에 따른 집단 간 정반응률 분석
행위자와 대상에서 모두 실어증 환자보다 정상 성인 집단의 정반응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집단 내에서 의미역 유형별 차이를 살펴 보면, 실어증 환자의 경우 행위자 선택 과제보다 대상 선택 과제에서 더 높은 정반응률이 나타났다. 정상 성인에서도 행위자보다 대상에서 더 높은 정반응률이 나타났다. 의미역 유형에 따른 집단 간 정반응률에 대한 기술통계 결과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의미역 유형에 따른 집단 간 정반응률에 대한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 결과, 집단에 대한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28) = 59.933, p < .01). 즉, 정상 성인 집단의 정반응률이 실어증 환자보다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미역 유형에 대한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F(1,28) = 13.049, p< .01). 즉, 의미역 유형 중 대상 선택 과제의 정반응률이 행위자 선택 과제의 정반응률보다 유의하게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미역 유형에 따른 집단 간 상호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28) = 5.176, p < .05). 즉, 의미역 유형에 따른 과제의 정반응률 차이가 정상 성인 집단에 비해 실어증 환자에서 유의하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어증 환자가 행위자 선택 과제에서 대상 선택 과제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4).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 환자 및 정상군 간 정반응률 분석
동사 선택 과제에서 집단 간 정반응률에 대한 일원분산분석 결 과, 실어증 환자와 정상 성인 집단에 대한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28) =12.650, p < .01). 즉, 실어증 환자가 정상군에 비해 유의하게 수행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Table 5).
실어증 환자 집단에서 의미역 선택 과제와 동사 선택 과제 간 상관관계 및 회귀분석
각 과제 간 Pearson 상관계수를 살펴본 결과, 동사 선택 과제와 대상 의미역 선택 과제의 상관관계가 r =.886, p < .01로 강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동사 선택 과제와 행위자 의미역 선택 과제는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r =.155). 즉, 동사를 선택하는 과제와 행위자 및 대상 의미역 선택 과제 중 대상 의미역 선택 과제만 동사 선택 과제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Table 6).
행위자 선택 및 대상 선택 과제 중 실어증 환자의 동사 선택 과제 수행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수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단계선택 다중 회귀분석(stepwise 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동사 선택 과제 수행력을 종속변수로, 두 가지 의미역 선택 과제를 독립변수로 설정하였다. 그 결과, 동사 선택 과제 수행률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수는, 두 가지 의미역 선택 과제 중 대상 선택 과제인 것으로 나타났다(F(1, 13) = 47.708, p < .0001, R2 =.786).
실어증 환자 집단에서 동사 선택 과제와 의미역 선택 과제의 수행력과 전반적인 실어증 중증도 간 상관관계 분석
동사 선택 과제와 의미역 선택 과제의 전반적인 실어증 중증도(실어증 지수; aphasia quotient, AQ) 및 AQ 하위항목 간 Pearson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상관계수는 Table 7에 제시하였다. 의미역 선택 과제 중, 행위자 선택 과제는 실어증 중증도와 관련된 어떠한 변수와도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대상 선택 과제는 내용전달 하위항목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r =.587, p < .05). 동사 선택 과제는 실어증 지수(AQ) (r =.634, p < .05), 유창성(r =.593, p< .05), 내용전달(r =.671, p< .01) 및 이름대기(r =.578, p < .05) 하위항목들과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행위자 의미역 선택 과제는 전반적인 실어증 중증도와 유의한 상관관계도 보이지 않았으나 대상 선택 과제와 동사 선택 과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 중증도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Table 7).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한국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두 가지의 다른 의미역 유형을 제시하였을 때, 동사와의 의미적인 관련성에 근거하여 의미역을 처리하는 능력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또한 동사의 의미역이 제시되었을 때, 이에 근거하여 동사를 선택하는 능력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며, 마지막으로 동사와 의미역 관련 처리 능력이 실어증 중증도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연구결과, 실어증 환자 집단은 행위자 의미역과 대상 의미역 과제 모두 정상 성인 집단에 비해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사의 의미역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의미역을 구성하는 명사구의 단어 의미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 의미역이 동사의 행동주인지 대상인지를 파악하는 통사적 단서를 통합하는 복잡한 능력이 요구된다(Friederici & Frazier, 1992; Miyake, Carpenter, & Just, 1994). 따라서, 실어증 환자들이 어려움을 보인 원인은 동사 의미역을 통사구조 내에서 의미적으로 통합하는 복합적인 처리 능력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미역 유형 간 차이를 살펴보면, 정상 성인 집단과 실어증 집단 모두 행위자 의미역보다 대상 의미역에서 더 높은 정반응률을 보여 두 집단 모두 행위자 의미역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어의 주어 생략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어는 동사가 문장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동사 후치어의 문장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동사 앞에 위치하는 명사구가 생략이 되어도 통사적인 오류로 인식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어는 주어와 목적어의 생략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통사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정상 성인의 구어 전사자료에서 주어 생략이 가장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행동 결과로 뒷받침되고 있다(Park, 2013). 주어, 즉 행위자 의미역이 되는 문장의 구성 요소가 평소 구어에서 자주 생략된다는 것은 행위자 의미역이 동사와 관련된 의미정보를 전달하는 주요한 문장 구성요소가 아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주어 생략이 빈번하여, 행동주에 대한 문장처리에 비교적 적은 관심과 인지적 용량을 써 온 한국어 사용자에게 행동주에 대한 선택 과제는 반대로 추가적인 인지적 요구(cognitive demands)를 반영하는 과제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이 두 집단 모두 행위자 의미역 선택 과제에서 더 큰 어려움을 보인 것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집단 모두 행위자 의미역 선택에 어려움을 보였으나 실어증 환자군은 정상군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보인다는 것이 유의한 이차상호작용에서 확인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실어증 환자들의 조사 처리 능력의 결함(Sung, Jeong, Sim, Lee, & Mo, 2015)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상 성인의 경우 제시된 조사 ‘가/이’ 및 ‘을/를’ 확인 후 문법적으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나 실어증 환자의 경우 조사 처리 능력의 결함으로 조사 단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보였을 것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에서는 동사 선택 과제에는 두 개의 의미역을 제시한 후, 동사를 선택하는 과제이기에 동사 후치어의 특징상, 행동주와 대상의 두 가지 단서가 모두 동사 앞에 제공되어, 실어증 환자들이 의미 및 구조적 단서를 활용하여 동사 선택에 높은 수행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연구결과, 실어증 환자 집단이 정상 성인 집단에 비해 여전히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기존 연구결과와 같이(Friederici & Frazier, 1992; Miyake et al., 1994) 의미역을 이해하여 동사 재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어들 간의 의미적, 통사적 수준에서 통합적인 처리 능력이 요구된다. 본 실험에서 두 개의 의미역을 제공한 것이 실어증 환자들에게는 단서로 작용하기 보다 오히려 이해의 복잡성을 증가시킨 것이 수행력 저하의 하나의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Herlofsky와 Edmonds (2013)의 연구에서 정상 성인을 대상으로 두 개의 명사를 제시한 후 동사를 처리하는 능력을 살펴보았다. 두 개의 명사 중 동사와 관련된 명사가 동사 위치 바로 앞에 나올 때는 동사를 처리하는 반응속도가 빨라지지만, 관련된 명사가 무관련 명사 앞에 제시되고, 동사는 무관련 명사 바로 뒤에 제시될 때는 동사를 처리하는 반응속도가 빠르게 감퇴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제시되는 명사의 개수보다 동사와 관련된 명사의 위치가 동사와 더 가까이 위치하였을 때 동사 처리를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실어증 환자들에게 의 미역 모두를 동사 앞에 제시하였다. 의미역이 모두 동사 앞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한국어 특징상, 동사 의미역 위치에 따른 영향에 대한 해석은 기존 연구와 직접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향후 연구에서는 의미역 제시 개수 및 유형을 함께 조절하였을 때, 한국어 사용 실어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고찰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어증 환자들에게 동사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는 의미역 유형이 어떤 것인지 상관관계 및 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본 결과, 동사 선택 과제 수행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수는 대상 의미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위자 의미역에서는 동사 선택 과제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관찰되지 않았다. 즉, 실어증 환자가 동사를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는 의미역은 목적어에 해당하는 명사(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실어증 환자들이 의미역을 처리할 때, 동사 특정 지식(verb-specific knowledge)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 Dickey 와 Warren (2015)의 기존 연구와 일치한다. 특히, 한국어의 경우, 목적어는 주어에 비해 동사와 통사적으로 더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게 되며, 주어 생략 현상까지 더해져서 주어에 비해 목적어에 위치하는 의미역이 동사 재인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이러한 현상은 동사 선택 수행력이 명사구의 통사적 위치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동사 지식보다 동사와 관련된 특정 지식 (즉, 통사구조 및 위치)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실어증 환자들의 언어 손상 정도가 동사 및 의미역 처리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행위자 의미역 선택 과제는 실어증 중증도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으나 대상 의미역 선택 과제는 PK-WAB-R의 하위영역 중 내용전달 영역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동사 선택 과제는 PK-WAB-R의 하위영역 중 실어증 지수(AQ), 유창성, 내용전달, 이름대기 영역에서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나 실어증 중증도와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상관관계를 보인 하위영역이 모두 구어 산출 과제인 것이다. 본 연구의 동사 및 의미역 선택 과제는 구어 산출을 요구하지 않는 패러다임임에도 불구하고, 실어증 환자의 구어 산출 능력과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난 것은 흥미로운 결과이다. 특히, 동사 선택 과제가 실어증 환자의 구어 산출 능력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 결과는 의미역 선택 과제에 비해 동사 선택이 실어증 환자의 구어 산출 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과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사 후치어인 한국어 특징상, 동사는 앞에 나온 문장 성분들을 통합하는 위치에 있는 품사이다. 즉, 의미역에 비해, 동사 처리에 부가되는 인지적 부담이 더 클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이 실어증 중증도와 강한 상관관계에 기여 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동사가 관련 의미역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근거한다(Edmonds & Mizrahi, 2011).
동사 및 의미역 선택 과제는 실시 과정이 매우 간단하여, 실어증 환자의 중증도와 관련이 있는 또 다른 심층검사(deep test)로서 동사 이름대기 과제 등 구어 산출을 요구하는 과제에 비해 임상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과제가 읽기 형태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구어 산출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에는 제한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제한점을 보완하는 향후 연구로서, 동사 및 의미역 선택과제 수행력이 명사 및 동사 이름대기 과제와 같이 직접적으로 구어 산출에 의존하는 과제들과 관련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한국 실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사 관련 기초연구로서, 향후 보다 다양한 심층 평가항목 개발 및 이를 기초로 한 중재기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o. NRF-2017R1A2B4006604).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o. NRF-2017R1A2B4006604).
본 논문은 제1저자의 석사논문을 발췌 및 수정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