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전기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집행기능의 관계
The Relationship between Story Comprehension, Story Grammar Production, and Executive Function in Preschool-Age Korean-English Bilingual Children with and without Vocabulary De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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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학령전기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집행기능의 관계를 검토하고자 하였다.
방법
만 4-6세 한국어-영어 이중언어사용 아동 30명(일반 17명, 어휘발달지연 13명)을 대상으로 작업기억 과제(비단어 따라말하기, 단어목록회상, 매트릭스), 억제 과제(과일 스트룹), 전환 과제(차원전환카드분류)를 실시하였다. 이야기 능력 평가를 위해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를 한국어와 영어로 실시하였다.
결과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은 작업기억, 억제, 전환 과제에서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였으며, 한국어와 영어로 실시한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에서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였다.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의 한국어 이야기 이해 능력은 영어 이야기 이해,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반면에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에서는 한국어 이야기 이해만이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서는 매트릭스가 영어 이야기 이해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였고, 단어 목록회상은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
논의 및 결론
아동의 이야기 이해 능력과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집행기능 하위요소 간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향후 이중언어 아동의 문해력과 학업성취를 위한 내러티브 교육 및 중재 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rans Abstract
Objectives
This study investigated the relationship between story comprehension and story grammar abilities, as well as executive function in preschool Korean-English bilingual children with vocabulary delay (VD) compared to typically developing (TD) children and examined predictors of their narrative abilities.
Methods
A total of 30 children (13 children with VD, 17 TD children) aged from 4-6 years participated in the study. Children performed non-word repetition (NWR) and word list recall for verbal working memory, matrix for non-verbal working memory, fruit stroop for inhibition, and Dimensional Change Card Sort (DCCS) for shifting. They also performed story comprehension and story grammar production tasks in both languages to assess their narrative abilities. For data analyses, one-way ANOVA, Pearson correlation, and stepwise multiple regression were conducted.
Results
The VD group showed significantly lower performance in working memory, inhibition, shifting tasks. Moreover, VD group had significantly lower performance in story comprehension and story grammar production tasks in both languages. In the TD group, Korean story comprehension performance was correlated with English story comprehension, Korean story grammar production, English story grammar production performances. On the other hand, in the VD group, only Korean story comprehension showed a significant correlation with Korean story grammar production performance. Lastly, matrix significantly predicted English story comprehension abilities and word list recall significantly predicted Korean story grammar production abilities in the TD group.
Conclusion
By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children’s ability to understand stories, produce story grammar and sub-factors of executive function, we can improve the narrative education and intervention for bilingual children’s literacy and academic achievement in the future.
영어가 세계적 공용어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조기 영어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Yoon, 2008). 육아정책연구소의 ‘유아기 영어교육 실태 분석’ 보고서(Lee, 2011)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아의 최초 영어교육 시작 평균연령이 만 3.7세라고 한다. 대부분의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상 연령은 3-5세가 96.7%, 4-5세 3.3%로 유치원 전 연령으로 영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Yoo, 2009). 아동의 조기 영어교육 열풍은 두 언어에 노출되는 이중언어 아동의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이른 시기에 두 언어를 접하는 것이 이중언어 아동의 모국어 능력과 제2언어 능력, 자아 정체성 형성 및 인지발달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중언어 아동은 두 개 이상의 언어 환경에 노출되어 언어를 습득하는 아동으로, 두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아동이다. 이중언어 아동은 두 번째 언어에 노출되는 시기에 따라 만 3세 이전에 모국어와 제2언어에 노출되는 동시적 이중언어 아동(simultaneous bilinguals)과 만 3세 이후 교육기관 및 사회적 노출에 의해 제2언어에 노출되는 순차적 이중언어 아동(sequential bilinguals)으로 나눌 수 있다(Kohnert, 2010). 이중언어가 언어 및 인지 능력과 학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자들은 두 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감가적 이중언어주의(subtractive bilingualism)는 어린 시기에 이중언어에 노출되면 아동의 모국어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가적 이중언어주의(additive bilingualism)는 제2언어의 습득이 인지 및 언어적 기술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부가적 이중언어주의를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이중언어 아동이 지능, 분석적 추론, 개념 형성, 상위언어 능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단일언어 아동을 능가한다고 보고하였다(Cummins, 1992).
국내 이중언어 아동의 증가는 이중언어 발달에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고한다.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평가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중언어 일반 아동을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구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Govindarajan & Paradis, 2019).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 아동의 경우 언어 습득 연령, 아동이 받는 언어 입력의 양과 질 같은 요소들이 각 언어에서 아동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Grüter & Paradis, 2014).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언어발달에 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으나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연구 중 어떤 특정한 요인이 아동의 언어발달에서 개인차를 예측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내러티브 기술은 경험이나 사건에 대한 허구적이거나 실제적인 설명을 시간적 순서대로 산출하는 아동의 능력으로(Engel, 2005), 아동의 언어발달에 중요한 영역으로 간주된다(Boudreau & Hedberg, 1999; Bowles et al., 2020). 다른 언어 영역과 마찬가지로 아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야기 능력에 발달적 변화 를 보인다(Curenton & Justice, 2004). 내러티브는 구어 발달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고(Morrow, 1985), 문해력 형성에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며(Hedberg & Westby, 1993), 학업적 성공의 예측 요인이다(Bishop & Edmunson, 1987). 또한 내러티브는 인지적 개념 발달과도 중요한 관련이 있다(Applebee, 1978; Vygotsky, 1962). 다수의 선행연구들은 내러티브 발달이 아동의 읽기 이해력, 쓰기 능력, 유창한 읽기 능력과 같은 문해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Feagans & Appelbaum, 1986; Justice, Bowles, Pence, & Gosse, 2010; Pankratz, Plante, Vance, & Insalaco, 2007; Reese, Suggate, Long, & Schaughency, 2010; Speece, Roth, Cooper, & De La Paz, 1999; Tabors, Snow, & Dickinson, 2001). Griffin, Hemphill, Camp와 Wolf (2004)는 학령전기 아동의 이야기 능력과 이후의 읽기 및 쓰기 능력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32명의 아동이 5세에 내러티브 및 설명적 구어 과제에 참여하였고, 8세에 읽기 이해 및 쓰기 평가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 5세의 내러티브 및 설명적 대화에서 정보를 표현하는 아동의 능력이 모두 8세의 쓰기 내러티브 기술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러티브 능력은 단일언어 아동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아동의 문해력 및 학업 성과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August & Shanahan, 2006; Griffin et al., 2004; Miller et al., 2006; Oller & Pearson, 2002). 이중언어 아동의 이야기 능력을 조사한 다수의 선행연구가 있다(Fiestas & Peña, 2004; Gagarina, 2016; Gutiérrez-Clellen, 2002; Pearson, 2002; Rojas et al., 2016; Uccelli & Páez, 2007).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이야기 능력을 단일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이야기 능력과 비교한 연구들이 있으며(Boerma, Leseman, Timmermeister, Wijnen, & Blom, 2016; Cleave, Girolametto, Chen, & Johnson, 2010; Rezzonico et al., 2015),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능력을 비교한 연구들이 있다(Boerma et al., 2016; Rezzonico et al., 2015; Squires et al., 2014; Tsimpli, Peristeri, & Andreou, 2016). Boerma와 동료들(2016)은 이중언어 일반 아동과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 각각 33명, 단일언어 일반 아동과 단일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 각각 33명을 대상으로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산출 능력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단일언어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과 이중언어 언어발달장애 아동 집단 모두 일반 아동 집단에 비해 이야기 이해 능력이 낮았으며 이야기 문법 요소의 산출이 적었다. Squires와 동료들(2014)은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이야기의 거시구조 및 미시구조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이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에 비해 뛰어난 수행력을 보였다. Rezzonico와 동료들(2015)은 이중언어 일반 아동,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 단일언어 일반 아동과 단일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이야기 능력의 차이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모든 측정에서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의 수행력의 차이가 나타났다.
Paris와 Paris (2003)는 이야기 이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야기 이해 능력은 이야기의 의미를 파악하여 사건을 시간적, 공간적 순서로 연결하고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Chae & Kim, 2011; Lee & Kim, 2004). 이야기 이해는 추론, 주요 내용 파악, 요약, 예측, 회상 및 검토 등 다양한 인지적 전략을 적용해야 하는데(Paris, Wasik, & Turner, 1991; Pressley et al., 1994), 이야기 이해 능력은 이야기 문법, 마음 이론, 관점 수용 기술을 포함한 많은 기술과 관련이 있다(Paris & Paris, 2003). 선행연구에서 내러티브는 언어, 인쇄물, 그림의 형식으로 전달될 수 있으며, 이해력은 듣기 이해, 읽기 이해, 또는 그림 이해를 통해 평가될 수 있다고 하였다(Paris & Paris, 2003). 이 중에서도 그림 내러티브는 아동에게 친숙하고 보기에 재미있으며, 책의 형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림 내러티브는 정보의 통합, 추론 기술, 주요 이야기 요소에 대한 지식, 시간적·인과적 시퀀스에 대한 이해와 같은 텍스트 기반 이야기의 인지적 요구와 유사한 내러티브 기술을 요구한다(Bornens, 1990; Graham, 1990; Snow & Ninio, 1986). 본 연구에서는 두 집단의 아동들에게 글자 없는 그림책 형식의 삽화를 영상의 형태로 제시하여 동시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이야기 이해 능력을 측정하고, 아동들의 이야기 이해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내러티브의 구조는 여러가지 구성 요소와 이 요소들의 관계에 내재된 규칙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요소들과 규칙을 묶어 이야기 문법이라 한다(Owens, 2012). 이야기 문법은 이야기 산출 능력의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특성을 살펴보는 거시구조(macrostructure)로, 화자의 이야기가 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내러티브의 성숙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정의되기도 한다(Favart et al., 2016). 이야기 문법을 분석하는 방법은 연구자들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모델은 Stein과 Glenn (1979)이 제시한 모델이다. Stein과 Glenn (1979)은 이야기 문법을 배경(setting), 개시사건(initiating event), 내적반응(internal response), 내적계획(internal plan), 시도(attempts), 직접결과(direct consequences), 반응(reactions)으로 구성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문법 능력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보고했다(Boerma et al., 2016; Paradis, Schneider, & Duncan, 2013; Rezzonico et al., 2015). Govindarajan과 Paradis (2019)는 학령전기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이야기 능력을 비교하였는데,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이중언어 일반 아동에 비해 이야기 문법 점수가 현저하게 낮음을 보고했다. 한편, 일부 연구에서는 두 이중언어 아동 집단의 이야기 문법 능력이 유사했음을 보고했다(Altman, Armon-Lotem, Fichman, & Walters, 2016; Iluz-Cohen & Walters, 2012; Tsimpli et al., 2016).
이중언어 아동의 이야기 능력에 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이야기 능력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다.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을 이중언어 일반 아동과 비교한 연구에서는 거시 구조 측정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보고되었다. Iluz-Cohen과 Walters (2012)는 언어장애가 있는 이중언어 아동의 이야기 문법이 언어장애가 없는 또래의 이야기 문법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Paradis와 동료들(2013)은 Edmonton Narrative Norms Instrument (Schneider, Dubé, & Hayward, 2005)를 사용하여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문법을 비교한 결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미시 구조와 관련하여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낮은 점수를 얻는 것으로 보고되었다(Iluz-Cohen & Walters, 2012). 거시 구조, 어휘 다양성 및 문장 길이는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아동에게 특히 어려울 수 있는 영역이라는 보고가 있다(Rezzonico et al., 2015). 동사 정확성은 영어를 사용하는 언어장애 아동을 잘 설명하는 임상 지표이지만(Rezzonico et al., 2015), 이중언어 아동에게는 어려운 발달 단계이기도 하다(Paradis, 2005; Paradis, Rice, Crago, & Marquis, 2008). 마지막으로, 연구에 따르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대상을 언급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언급 표현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 또래 아동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Norbury & Bishop, 2003; Strong & Shaver, 199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및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산출을 조사하기 위해 이야기 문법을 측정하고, 이야기 문법 수행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전전두엽 피질에서 활성화되는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EF)은 상위인지 능력을 뜻하는데 주의와 기억을 제어하고 조정하여 추론, 문제 해결, 계획을 포함한 고차원적 인지를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인지 과정을 의미한다(Diamond, 2013; Miyake et al., 2000). 집행기능은 특히 학령전기 아동의 화용언어, 초기 문해력, 마음 이론, 학업 성취 능력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지표인 것으로 보고된 바가 있다(Blair & Razza, 2007; Bull, Epsy, & Wiebe, 2008; McClelland et al., 2007; Wellman, Carey, Gleitman, Newport, & Spelke, 1990). 집행기능의 구성 요소에 대해 학자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으나 Miyake (2000)에 의하면 집행기능은 세 가지 하위 요소인 작업기억(working memory), 억제(inhibition), 전환(shifting)으로 구성된다. 집행기능의 하위요소들은 단어 회상과 같은 명시적인 언어처리를 실행하고 새로운 어휘를 습득 및 처리하며, 언어를 학습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Hughes, 1998; Marton, Campanelli, Eichorn, Scheuer, & Yoon, 2014; Mazuka, Jincho, & Oishi, 2009).
작업기억은 언어 이해, 학습, 추론과 같은 복잡한 인지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조작하는 뇌 시스템을 의미한다(Baddeley, 1992). Baddeley (2012)는 작업기억을 음운루프(phonological loop), 시공간 잡기장(visuospatial sketchpad), 일화적 완충기(episodic buffer), 중앙 집행기(central executive)의 네 가지 하위 요소로 구분하였다. 음운루프는 음운적 작업기억과, 시공간 잡기장은 시간적· 공간적 작업기억과 각각 연관되어 있다. 일화적 완충기는 장기기억 정보와 지금 기억하려 하는 정보를 연결하는 곳이며, 중앙 집행기는 하위체계로부터의 정보를 통합하고 관리하는 상위체계이다(Baddeley, 1992).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언어적 결함은 제한된 작업기억 용량으로 인한 것임이 다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입증된 바 있다(Daneman & Carpenter, 1980; Gaulin & Campbell, 1994; Kohnert, Windsor, & Yim, 2006; Leonard et al., 2007; Montgomery, 2000). 여러 선행연구에서는 언어발달지연 아동이 빠르게 입력되는 음운 정보를 짧은 순간 동안 구어로 저장하고 조작이 요구되는 구어 작업기억 과제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Alt, 2011; Henry, Messer, & Nash, 2012; Montgomery, 2002). 한편, 일반 아동과 언어발달지연 아동 모두 시공간 잡기장과 같은 비언어성 작업기억에서 수행력 차이가 없다는 선행연구도 있기 때문에(Archibald & Gathercole, 2006; Williams, Stott, Goodyer, & Sahakian, 2000), 작업기억에서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수행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억제조절 능력은 정보처리 과정 중 관련이 없는 정보를 스스로 제어하는 능력으로(Kang, Kwak, Kim, Yoo, & Yim, 2020), 언어발달지연 아동들에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는 주된 집행기능으로 보고된다(Roello, Ferretti, Colonnello, & Levi, 2015; Splauding, 2010). Splauding (2010)은 4-5세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목표 자극에 집중하고 방해 요소는 억제하는 정지 신호 과제(Stop Signal Task, SST)인 ‘Go/No-go task’를 시행한 결과,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관련 없는 정보를 억제하는 것에 더 어려움을 나타냈음을 보고하였다. Mun과 Yim (2021)은 단순언어장애 아동과 정상발달 아동의 억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과일 스트룹 과제를 시행한 결과, 단순언어장애 아동이 정상발달 아동에 비해 수행 점수가 유의하게 낮았다. Bialystok과 Martin(2004)은 DCCS (Dimensional Change Card Sort)를 시행하여 학령전기 이중언어 아동과 단일언어 아동의 억제 능력을 비교하였는데, 이중언어 아동이 단일언어 아동에 비해 더 나은 억제 능력을 보였음을 보고하였다.
전환 능력은 인지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이라고도 하며(Scott, 1962; Yim, Jo, Han, & Seong, 2016), 변화하는 규칙이나 작업 요구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Diamond, 2013). 언어의 전환기능의 경우,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 및 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관여하는 집행 능력이 요구된다(Yim, Jo et al., 2016). 따라서,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동의 언어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선행연구에서 밝혀졌다(Festman, Rodriguez-Fornells, & Münte, 2010; Prior & Gollan, 2011).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전환 능력에도 어려움을 보이는데, 일반아동에 비해 관련성이 없는 주변 자극을 억제하며 목표 자극만을 분류하고 집중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나타낸다(Marton et al., 2014).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능력과 전환기능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가 있다(Festman, Rodriguez-Fornells, & Münte, 2010; Prior & Gollan, 2011). Yim과 Jo 등(2016)은 6-9세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정상발달 아동의 전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차원전환카드분류 과제(Dimensional Change Card Sort, DCCS; Zelazo, 2006)를 시행한 결과,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이 정상발달 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정확도를 나타냈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인지 능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선행연구 결과(Bialystok, 1999; Bialystok & Martin, 2004; Carlson & Meltzoff, 2008)를 바탕으로 단일언어 아동과 비교하였을 때 이중언어 아동의 집행기능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밝히려는 계속적인 노력이 있었다. 선행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아동과 단일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 능력을 배제한 비언어적 과제를 사용하였으며(Hong & Yim, 2014; Lee, Kim, & Yim, 2013; Yang, Yim, & Bae, 2015; Yang, Yim, Kim, & Han, 2013; Yim, Kim, & Yang, 2016; Yim, Yang, & Kim, 2015; Yim, Yoon, & Lee, 2016; Yim, Jo et al., 2016), 비언어적 자극을 사용한 과제에서 이중언어 아동의 수행력이 단일언어 아동보다 높다는 것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이 인지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Yim, Jo et al., 2016).
국내에서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동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발달상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Yim, Jo et al., 2016). 한편,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 능력을 평가할 때 단일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규준을 제공하는 표준화 언어검사도구로 평가하는 것은 이중언어 아동이 언어장애로 보일 수 있는 위험을 수반한다(Gutiérrez-Clellen & Pena, 2001). 그러므로 이중언어 아동의 언어장애 유무를 판별할 때 언어 능력과 더불어 집행기능과 같은 인지 능력에서의 결함을 동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며, 나아가 집행기능과 언어 능력 간 관계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단일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마찬가지로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 또한 정보처리 영역에서 결함을 보인다고 검토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Kohnert, Windsor, & Ebert, 2009) 집행기능과 같은 상위인지 능력에서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의 수행을 검토하여 인지 능력에서의 결함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
학령전기 아동의 이야기 능력은 문해력과 학업 성취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언어적 기술이다. 이야기 처리를 위하여 집행기능과 같은 상위인지 능력이 필요하나 이야기 능력을 이해와 산출로 나누어 집행기능과의 관계를 고찰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우며(Kim, Han, & Yim, 2021),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다. 본 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아동을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과 일반 아동 집단으로 나누어 복잡한 인지 과정인 내러티브 처리에 집행기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검토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학령전기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의 이야기 이해, 이야기 문법 산출, 집행기능 과제 수행을 살펴보고 변인들 간 상관관계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또한, 집행기능이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일반 아동 집단 간 집행기능 과제 수행력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가?
2)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일반 아동 집단 간 이야기 이해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가?
3)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일반 아동 집단 간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가?
4)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일반 아동 각 집단 내 집행기능과 이야기 능력(이야기 이해 능력,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가?
5)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일반 아동 집단의 이야기 능력(이야기 이해 능력,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예측하는 집행기능 하위요소는 무엇인가?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는 만 4-6세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13명(M = 5, F = 8), 이중언어 일반 아동 17명(M =14, F = 3), 총 30명을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선정기준은 (1) 한국어 수용 및 표현 어휘력검사(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 결과, 한국어 수용 또는 표현 어휘력 합산점수가 -1.25 SD 미만이며, (2) Pebody Picture Vocabulary Test-IV (PPVT-IV; Dunn & Dunn, 2007)와 Expressive One-Word Picture Vocabulary Test-IV (EOWPVT-IV; Martin & Brownell, 2010) 검사 결과, 영어 수용 또는 표현 어휘력 합산점수가 -1 SD 미만, (3) 한국판 카우프만 간편지능검사2 (Korean Kaufman Brief Intelligence Test-II; Moon, 2020) 동작성 지능검사 결과 85점(-1 SD) 이상인 아동으로, (4) 부모 보고형 아동 언어능력 평가도구(Korean Brief Parent Report, KBPR; Han & Yim, 2018)에서 언어발달지연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감각, 신체, 행동 및 정서적인 문제를 보이지 않는 아동이다.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일반 아동 선정기준은 다음과 같다. (1) 한국어 수용 및 표현 어휘력검사(Receptive &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et al., 2009) 결과, 한국어 수용 또는 표현 어휘력 합산점수가 -1 SD 이상이며, (2) Pebody Picture Vocabulary Test-IV (PPVT-IV; Dunn & Dunn, 2007)와 Expressive One-Word Picture Vocabulary Test-IV (EOWPVT-IV; Martin & Brownell, 2010) 검사 결과, 영어 수용 또는 표현 어휘력 합산점수가 -1 SD 이상, (3) 한국판 카우프만 간편지능검사2 (Korean Kaufman Brief Intelligence Test-II; Moon, 2020) 동작성 지능검사 결과 85점(-1 SD) 이상인 아동으로, (4) 부모 보고형 아동 언어 능력 평가도구(Korean Brief Parent Report, KBPR; Han & Yim, 2018)에서 언어발달상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아동이다.
집단 간 통제가 잘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독립표본 t-검정(independent sample t-test)을 실시한 결과, 집단 간 생활연령(t28 =.214, p>.05)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동작성 지능은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t28 = -2.152, p<.05). 아동의 한국어 수용 어휘력(t28 = -4.690, p<.001)과 한국어 표현 어휘력(t28 = -3.540, p<.001)에서도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영어 수용 어휘력(t28 = -5.517, p<.001)과 영어 표현 어휘력(t28 = -6.432, p<001)에서도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아동들의 집단별 생활연령, 동작성 지능, 한국어 및 영어 어휘력 점수의 t-검정 결과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연구과제
작업기억 과제
음운루프-비단어 따라말하기(Non-word repetition) 과제
음운루프 측정을 위한 비단어 따라말하기(Non-word repetition, NWR) 과제는 녹음된 음성 파일을 통해 비단어를 제시하면 아동이 제시되는 비단어를 즉각적으로 따라 말할 수 있게 고안된 과제이다. 본 연구에서는 낮은 단어 유사성과 높은 음소전이확률(phonotactic probability)의 비단어를 사용한 선행연구(Yim et al., 2021)의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를 사용하였다. 단어는 1단계인 2음절에서 5단계인 6음절까지 순차적 제시가 이루어졌으며, 단계마다 각각 3문항씩 총 15문항으로 구성되었다. 검사자는 녹음된 비단어 음원을 컴퓨터로 들려주며 아동에게 앵무새처럼 똑같이 따라 말하도록 지시하고, 아동은 검사자의 지시대로 과제를 수행하였다. 채점방식은 아동이 음절 내 모든 음소를 정확하게 따라 말하면 1점을 부여하고, 음소를 하나라도 부정확하게 말하면 0점으로 간주하여 점수를 산출한 후 총점 60점으로 나누어 정반응률을 산출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는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일화적 완충기-언어적 과제
일화적 완충기 중 언어성 작업기억 측정을 위하여 Chun과 Yim (2017)의 연구에서 사용한 단어목록회상 과제를 실시하였다. 검사 문항은 3어절 단문, 5어절 단문, 5어절 접속복문, 7어절 접속복문으로 총 2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장어순(Chunking_Sentence order)과 자유어순(Chunking_Randomized order)이 각각 1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장어순이란 단어목록을 실제 문장의 어순으로 배열하여 제시하는 조건이며 조사 없이 단음조로 제시된다. 한편, 자유어순은 문장어순의 낱말과 같은 낱말을 사용하지만 문장으로 간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섞어서 다시 배열한 문장이다. 검사자가 아동에게 녹음파일을 통해 문장을 들려주면 아동은 단어목록을 기억하였다가 즉각 회상하여 수행하였다. 검사자는 아동의 정반응과 오반응을 즉각적으로 표시하며 전사하였고 녹음하였다. 검사가 끝난 후, 검사자는 전사한 내용과 녹음 파일을 비교하면서 재검 절차를 거쳤다. 채점방식은 제시된 총 126개의 어절 중 문항별로 각각 정조음한 어절인 경우 1점을 부여하고 오조음한 어절인 경우에는 0점 처리하였다. 한편, 아동의 오반응 유형에 따른 기준에 근거하여 아동이 생략하거나 대치한 경우에는 해당 어절을 1점씩 감점하고, 도치한 경우에는 어절 수에 관계없이 1점만 감점하였다. 삽입의 경우에 삽입한 어절은 무시하고 감점하지 않았으며 용언의 어미 변화도 별도로 감점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된 점수를 총점 126점으로 나누어 정반응률을 산출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단어목록회상 과제는 Appendix 2에 제시하였다.
일화적 완충기-비언어적 과제
일화적 완충기 중 비언어성 작업기억 측정을 위해 Chun과 Yim (2017)에서 사용한 매트릭스 과제를 실시하였다. 컴퓨터 모니터에 4×4 배열의 흰색 매트릭스 16개가 주어지며, 화면에 0.5초 간 파란색 매트릭스가 점등되었다가 사라진다. 점등이 끝난 다음, ‘정지’라는 글씨가 나타나고 다시 처음에 등장했던 흰색 매트릭스가 등장한다. 이때, 파란색 매트릭스가 점등되었던 순서를 회상하며 화면을 순서대로 누르도록 하였다. 점등되는 불빛의 수는 1단계에서 3개, 2단계에서 4개, 3단계에서 5개로 점차 증가한다. 실험 전 연습문항을 통하여 아동의 충분한 숙지 여부를 확인한 다음 과제를 진행하였다. 단계마다 각각 대칭 조건 4개, 비대칭 조건 4개로 8개 문항이 제시되어 총 24문항으로 이루어졌으며, 대칭 조건과 비대칭 조건은 한 문항씩 번갈아 제시되었다. 반응하면 1점을 부여하고 오반응은 0점 처리하여 획득한 점수를 총점 24점으로 나누어 정반응률을 산출하였다. 제시되는 문항의 각 예시는 Figure 1과 같다.
억제: 과일 스트룹(Fruit Stroop) 과제
억제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과일 스트룹(fruit stroop) 과제(Mun & Yim, 2021)를 실시하였다. 과제는 통제 조건 2개와 스트룹 조건 1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조건에서는 총 15개의 자극이 5× 3 배열로 제시되며, 45초의 시간 안에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색깔 이름을 말하도록 한다. 45초 안에 주어진 자극을 전부 말하면, 다시 첫 번째 자극으로 돌아가서 말하게 하였다. 첫 번째 통제 조건은 ‘색깔 이름 말하기’ 조건으로, 네 가지 색깔로 구성된 네모들의 색깔 이름을 45초 동안 주어진 순서대로 최대한 많이 산출해야 한다. 두 번째 통제 조건은 ‘과일 색깔 말하기’ 조건으로, 과일들의 색깔 이름을 제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산출해야 한다. 자극물로 제시된 과일은 사과(빨강), 바나나(노랑), 포도(보라), 키위(초록)였다. 마지막으로, ‘스트룹 조건’에서는 두 번째 통제 조건에서 주어졌던 과일들이 잘못 색칠된 자극으로 제시되며, 과일의 원래 색깔 이름을 산출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노란색 바나나를 파란색 바나나로 제시하여 아동이 원래 바나나 색깔인 노란색을 빠르게 산출하도록 하였다. 과제의 예시는 Figure 2와 같다.
전환: 차원전환카드분류(DCCS) 과제
전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선행연구의 차원전환카드분류 과제를 실시하였다. 전환 과제는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전환이전(pre-shifting) 단계, 2단계는 전환이후(post-shifting) 단계로 각각 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3단계는 심화단계로 1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환이전 단계와 전환이후 단계의 규칙이 함께 제시된다. 아동은 단계별로 상이한 규칙을 빠르게 이해하고 규칙에 적응해야 하며 알맞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빨간 토끼, 초록 토끼, 빨간 배, 초록 배가 그림자극으로 제시되며, 모니터 화면 가운데에 1개의 목표 자극이 나타나고 양옆에 2개의 보기 자극이 나타난다. 전환이전 단계는 ‘색깔 게임’으로, 중앙에 제시된 목표 자극과 동일한 색깔의 자극을 2개의 보기 중 선택해야 한다. 전환이후 단계는 ‘모양 게임’으로, 제시된 목표 자극과 동일한 모양의 자극을 2개의 보기에서 골라야 한다. 마지막인 심화단계에서는 1단계와 2단계에서의 규칙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 목표 자극이 사각형 안에 들어가 있을 경우에는 ‘색깔 게임’이며, 목표 자극만 제시되는 경우에는 목표 자극과 같은 모양을 고르는 ‘모양 게임’의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검사자는 아동의 손을 키보드 정중앙에 위치시키고 보기 자극 중 왼쪽이 맞을 경우 키보드의 [z]위치에 부착된 빨간색 버튼을 누르게 하였다. 보기 자극 중 오른쪽이 맞을 경우에는 키보드의 [/]위치에 부착된 초록색 버튼을 누르도록 하였다. 연습문항을 통해 아동이 규칙을 충분히 숙지하였음을 확인한 후 본 문항을 실시하였다. DCCS의 정확도 및 반응속도는 E-Prime 2.0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록되었다. 채점방식은 정반응할 경우에 1점, 오반응할 경우에는 0점 처리하였으며 총 24점 만점으로 나누어 정반응률을 산출하였다. 과제 예시는 Figure 3과 같다.
이야기 이해 과제
이중언어 아동의 이야기 이해 능력 측정을 위하여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Cho & Yim, 2020)를 한국어와 영어로 실시하였다. 아동은 컴퓨터 화면으로 15컷의 삽화를 보면서 녹음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의 내용과 연관된 질문에 대답하였다. 검사자는 일반 아동 집단과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각각 절반의 아동은 한국어로 먼저 진행하였고 나머지 절반의 아동은 영어로 먼저 진행하는 균형 배치로 진행하였다.
한국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는 아동에게 페파피그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림으로만 구성된 짧은 이야기를 보여주고 이야기와 연관된 사실적 이해 질문과 추론적 이해 질문에 답하는 과제를 실시하였다. 사실적 이해 질문은 이야기 내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과제로, 질문을 이해하고 내용을 기억한다면 대답이 가능하다. 정반응 시 1점, 오반응 시 0점으로 채점하며 총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론적 이해 질문은 이야기 내 함축되어 있는 정보를 아동 스스로 추론해야 하며, 통합적인 이해 능력이 요구된다. 의도추론, 어휘추론, 감정추론 그리고 결과추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의 답에 따라 0-2점 척도로 채점하며, 총 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문항 수는 12문항으로, 사실적 이해 질문은 5점, 추론적 이해 질문은 14점 만점으로 구성되어 총점은 19점이다.
영어 페파피그 이해 과제는 한국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와 동일한 패러다임으로 진행되었으며, 줄거리는 다른 이야기 이해 과제를 실시하였다. 한국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와 달리, 영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의 추론적 이해 질문은 의도추론, 결과추론, 정보추론 및 감정추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적 이해 질문 5문항, 추론적 이해 질문 7문항으로 총 12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5점, 14점 만점으로 총점은 19점이다. 영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 질문에 대한 답은 영어 구사력의 어려움으로 받는 불이익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한국어 및 영어로 대답할 수 있게 하였다.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 기록지는 Appendix 3에 제시하였다.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이중언어 아동의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Multi-lingual Assessment Instrument for Narrative-Revised (MAIN; Gagarina et al., 2019)의 2가지 이야기 자료를 사용하였다. MAIN은 생후 다양한 언어에 노출된 아동의 내러티브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3-10세 사이의 아동에게 적합하며 이야기 이해와 산출을 모두 평가할 수 있다. MAIN은 4개의 평행한 이야기(‘Cat’, ‘Dog’, ‘Baby Birds’, ‘Baby Goats’)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이야기는 6개의 그림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인지적·언어적 복잡성, 거시구조와 미시구조의 평행성과 문화적 적절성과 견고성을 고려하여 통제되어 있다. 한 개의 이야기는 3명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각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등장인물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한 명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에는 5가지 이야기 문법구조(개시사건, 내적반응, 시도, 직접결과, 결말)가 완전하게 갖춰져 있다.
본 연구에서 검사자는 아동에게 Cat 이야기와 Baby Goats 이야기를 한국어와 영어로 무선 배치하여 제시하였다. 검사 지시문은 한국어 검사 시에는 한국어로, 영어 검사 시에는 영어로 제시하였다. 검사 실시 순서는 일반아동 집단과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각각 절반의 아동은 한국어로 먼저 진행하였고 나머지 절반은 영어로 먼저 진행하는 균형 배치로 진행되었다. 검사자는 아동에게 6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보여준 후, 이야기 그림을 볼 수 없으니 최대한 자세하게 들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아동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제공하고 이야기를 말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면 아동이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산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동이 이야기를 다 말했다는 신호를 보내면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으며, 두 번째 언어의 이야기 산출 검사도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아동의 모든 발화는 검사자에 의해 녹음되었다.
연구절차
본 연구는 선별 검사, 언어 과제, 집행기능 과제, 이야기 과제(이해 및 산출) 순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의 실험은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국내의 이중언어 아동을 가정방문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및 지역사회 게시판을 통해 한국어가 모국어(L1)이고, 영어가 제2언어(L2)인 이중언어 아동을 모집하였다. 가정방문 시, 아동과 연구자는 원활한 평가를 위해 소음이 없는 환경에서 검사 및 평가를 진행하였다. 실험은 총 3회 방문으로 진행되었다.
대상자 선별을 위해 가정방문하여 아동의 주양육자에게 부모 보고형 아동 언어 능력 평가도구(KBPR; Han & Yim, 2018)를 작성하도록 안내하였다. 주양육자가 KBPR 설문지를 작성하는 동안, 아동에게 동작성 지능검사(KBIT2; Moon, 2020)를 실시하였다. 동작성 지능검사 결과, 동작성 지능 점수가 85점 이상인 아동만을 본 연구의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선별 검사를 통과한 아동을 대상으로 본 검사가 진행되었다. 언어 과제, 집행기능 과제, 이야기 이해 및 산출 과제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먼저, 아동의 언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어 수용 및 표현 어휘 검사(REVT; Kim et al., 2009), 영어 수용 어휘력 검사(PPVT-IV; Dunn & Dunn, 2007) 및 영어 표현 어휘력 검사(EOWPVT-IV; Martin & Brownell, 2010)를 실시하였다. 검사 순서는 한국어 표현 어휘와 수용 어휘를 먼저 실시한 후, 영어 표현 어휘와 수용 어휘 순으로 진행되었다. 문화적 및 언어적으로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이중언어 아동을 표준화 언어검사도구로 평가할 경우, 언어장애로 과잉 진단될 수 있으므로(Gutiérrez-Clellen & Pena, 2001) 아동의 언어 특성을 고려한 합산점수 산출 방식으로 아동의 언어 능력을 평가하였다. 표현 어휘와 수용 어휘 검사 모두 해당 검사의 표준화된 어휘로 먼저 실시한 후 오반응이 8개 이상인 경우 한계선을 잡고 중단하였으며, 오반응 문항을 다른 언어로 아는지 질문한 후 한국어와 영어 모두에서 오반응한 것만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아동이 보유한 어휘목록 내 어휘의 개념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였다(Bedore, Peña, García, & Cortez, 2005; Pearson, Fernández, & Oller, 1993). 총점은 아동이 정반응한 어휘의 개수를 모두 더하여 산출하였다. 언어 과제는 선별 검사를 통과한 아동을 대상으로 첫 번째 방문에 실시하였으며, 소요시간은 약 70분이었다. 두 번째 방문에 집행기능 과제 5가지(비단어 따라말하기, 단어목록회상, 매트릭스, 과일 스트룹, 차원전환카드분류)를 실시하였으며, 약 60분가량 소요되었다. 마지막 방문에는 이야기 능력 측정이 이루어졌다. 이야기 이해 능력 측정을 위하여 한국어 및 영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를 실시하였으며, 소요시간은 약 30분이었다.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측정을 위해 MAIN의 Cat 이야기와 Baby goats 이야기를 한국어와 영어로 무선 배치하여 실시하였다.
자료분석 및 결과처리
본 연구에서 사용된 과제의 점수는 정반응을 1점, 오반응을 1점으로 계산되었고, 집행기능 과제의 총점이 각기 다른 것을 고려하여 비단어 따라말하기, 단어목록회상, 매트릭스, 차원전환카드분류 과제는 정반응 개수를 총 문항수로 나누고 100을 곱하여 백분율(%)을 산출하였다. 한편, 과일 스트룹 과제는 마지막 스트룹 조건에서 아동이 45초 동안 빠르고 정확하게 산출한 전체 과일 개수를 점수로 계산하였다.
한국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는 사실적 이해 질문 5문항, 추론적 이해 질문 7문항으로 총 12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적 이해 질문은 정반응할 경우 1점, 오반응할 경우 0점으로 채점한다. 추론적 이해 질문은 0-2점 척도로 사전에 정한 채점 기준에 따라 채점한다. 사실적 이해 질문 5점, 추론적 이해 질문 14점 만점으로 구성되어 총점은 19점이다. 영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도 한국어 페파피그 이야기 이해 과제와 동일한 채점 방식을 적용하였다.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의 이야기 문법 분석은 MAIN의 이야기 문법 점수 채점표를 사용하였다. 채점표는 제시된 이야기 그림 내 출현하는 등장인물에 대해 1점, 한 명의 등장인물이 포함된 한 가지 에피소드(episode) 내 이야기 문법(개시사건, 내적반응, 시도, 직접결과, 결말)에 대해 각 1점(총 5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아동이 모든 등장인물 3명을 언급할 시 총 3점을 획득하며, 각 등장인물이 포함된 에피소드 내 이야기 문법을 모두 언급할 시 총 15점(에피소드 별 5점× 3개 이야기)을 획득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연구자가 시간과 장소 요소를 각 1점씩 더하여 총점 20점 만점으로 구성하였으며, 정반응을 1점으로 계산하였다. 한국어 이야기 문법 채점표는 영어로 된 이야기 문법 채점표를 번안하여 사용하였으며, 한국어와 영어에 능숙한 언어병리학 석사과정 대학원생 2인에 의해 번안 타당도를 확인하였다. 두 명의 언어병리학 학생이 Oxford Advanced Learner’s English-Korean Dictionary, YBM all-in-all dictionary를 참고하여 어휘 및 문장을 번역하였고, 한국어 이야기 문법 채점표는 2인에 의해 모두 동일하게 번역되었다.
본 연구의 모든 통계적 분석은 SPSS ver. 26 (SPSS Inc., Chicago, IL, USA)을 사용하여 분석되었다. 먼저 집행기능(작업기억, 억제, 전환) 과제에 따른 집단 간 수행력의 차이가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원배치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하였다. 이야기 이해 과제 및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에서 집단 간 수행력의 차이가 유의한지 알아보기 위해 일원배치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각 집단에서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집행 기능 하위요소 간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피어슨 적률 상관계수(Pearson product moment correlation coefficients)를 산출하였으며, 각 집단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예측하는 집행기능 하위요소를 확인하고자 단계적 중다 회귀분석(stepwise multiple regression)을 실시하였다.
집행기능 과제(작업기억, 억제, 전환) 수행에 대한 평가자 간 신뢰도를 산출하기 위하여 연구자와 언어재활사 2급 자격증을 소지한 언어재활사 1명이 함께 산출하였다. 전체 아동의 약 20%에 해당하는 8명의 아동(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4명, 이중언어 일반 아동 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제 결과지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정확도를 분석하였다. 신뢰도는 평가자 간 일치한 문항 수를 전체 문항 수로 나눈 다음 100을 곱하여 산출하였으며, 그 결과 연구자와 평가자 간 신뢰도는 97%로 나타났다. 이야기 이해 과제 및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수행에 대한 평가자 간 신뢰도를 동일한 방식으로 산출하였으며, 그 결과 신뢰도는 모두 97%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집행기능(작업기억, 억제, 전환) 과제에서의 집단 간 수행력 비교
작업기억 과제에서 집단 간 수행력 비교
집단 간 언어성 작업기억 과제인 비단어 따라말하기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17.365, p<.001). 즉,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 88.06, SD = 7.35)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70.92, SD =14.78)보다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성 작업기억 과제인 단어목록회상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수행력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9.955, p<.01). 즉,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 68.12, SD = 9.83)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55.46, SD =12.06)보다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언어성 작업기억 과제인 매트릭스에서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수행력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5.855, p<.05). 즉,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 57.84, SD = 20.62)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39.46, SD = 20.59)보다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억제 과제에서 집단 간 수행력 비교
집단 간 억제 과제인 과일 스트룹 수행 점수를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9.901, p<.01). 따라서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 24.29, SD = 6.84)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17.38, SD = 4.52)보다 과제 수행 점수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간 이야기 이해 과제에서의 수행력 비교
두 집단 간 한국어 이야기 이해 과제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46.784, p<.001). 따라서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15.76, SD = 2.93)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8.38, SD = 2.93)보다 한국어 이야기 이해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 영어 이야기 이해 과제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52.882, p<.001). 따라서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13.76, SD = 2.19)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7.69, SD = 2.36)보다 영어 이야기 이해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한국어 및 영어 이야기 이해 과제 수행에 대한 결과는 Table 3과 같다.
집단 간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에서의 수행력 비교
두 집단 간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27.333, p<.001). 따라서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11.00, SD = 2.50)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6.62, SD =1.94)보다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집단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28) = 26.801, p<.001). 따라서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M =11.94, SD = 2.44)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M = 7.62, SD = 2.02)보다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수행력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한국어 및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과제 수행에 대한 결과는 Table 4와 같다.
집단별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집행기능 하위요소 간 상관관계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서의 상관분석 결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의 집행기능 하위요소와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어 이야기 이해 수행력과 영어 이야기 이해(r = .682, p<.01),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r = .495, p<.05),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r = .489, p<.05) 수행력이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영어 이야기 이해 수행 력과 매트릭스(r = .681, p<.01)가 유의한 상관을 보였으며,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수행력과 단어목록회상(r = .511, p<.05),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r = .729, p<.01) 수행력이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그 외 다른 변인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 결과는 Table 5와 같다.
집단별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의 예측 요인
이중언어 일반 아동 및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설명해주는 집행기능 하위요소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비단어 따라말하기, 단어목록회상, 매트릭스, 과일 스트룹, 차원전환카드분류, 총 5가지 과제를 독립변수로 하여 단계적 중다 회귀분석(stepwise multiple regression)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의 영어 이야기 이해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요인은 매트릭스로 나타났다(F(1,15) = 12.950, p<.005, R2 = .463). 또한,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요인은 단어목록회상으로 나타났다(F(1,15) = 5.308, p<.05, R2 = .261). 그러나, 한국어 이야기 이해 능력과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집행기능 하위요소는 없었다(p>.05). 이에 대한 결과를 Table 7에 제시하였다.
한편,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이야기 이해 능력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집행기능 하위요소는 없었다.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영어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집행기능을 살펴보고, 각 변인에서 집단 간 차이가 나타나는지 확인하였다. 또한, 두 집단에서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집행기능 간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검증하고, 각 집단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집행기능 예측 요인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집단 간 집행기능 과제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언어성 작업기억 과제인 비단어 따라말하기에서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이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다(Boerma et al., 2015; Bonifacci et al., 2020; Guiberson & Rodríguez, 2020; Taha, Stojanovik, & Pagnamenta, 2021). Girbau와 Schwartz (2008)의 연구에서도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 단순언어장애 아동과 스페인어-영어 이중언어에게 비단어 따라말하기 과제를 시행한 결과, 단순언어장애 아동 집단이 일반 아동 집단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행을 보였음을 보고했다. 따라서,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언어성 작업기억 수행력 차이는 언어 능력에 따른 음운규칙 처리 및 회상의 결함과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한다(Briscoe, Bishop, & Norbury, 2001; Gathercole & Baddeley, 1990).
언어성 작업기억 과제 중 단어목록회상에서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이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 비해 과제 정확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언어발달지연 아동이 일반 아동에 비교하여 낮은 수행력을 보인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다(Cho & Yim, 2020; Chun & Yim, 2017; Yim & Han, 2019). 이는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문장 내 단어목록을 저장 및 회상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정보가 입력된 단기기억과 기존의 의미 및 구문적 지식이 입력된 장기기억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 낮은 수행력을 나타낸다는 것을 일부 선행연구(Becker & McGregor, 2016; Petruccelli, Bavin, & Bretherton, 2012)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시공간 작업기억 능력을 측정하는 비언어성 과제인 매트릭스를 시행한 결과,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이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 비해 과제 정확도가 유의하게 낮았다. 이러한 결과는 언어발달지연 아동이 비언어성 작업기억에서 일반 아동과 비교하였을 때 낮은 수행력을 보인다는 국내 ·외 선행연구와 일치한다(Bishop, 2006; Cho & Yim, 2020; Hong & Yim, 2014; Leonard et al., 2007; Yim et al., 2015).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시각적 자극을 기억하고 회상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가지며, 이에 따라 비언어적 영역에서도 작업기억의 결함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억제 능력을 측정하는 과제인 과일 스트룹에서 집단 간 수행을 비교한 결과,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낮은 과제 수행력을 나타내었고 집단 간의 차이가 유의하였다. 이는 언어발달지연 아동이 억제 과제에서 일반 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이다(Henry et al., 2012; Kapa, Plante, & Doubleday, 2017; Marton, Campanelli, Scheuer, Yoon, & Eichorn, 2012; Roello et al., 2015; Spaulding, 2010). 본 연구 결과,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우세한 반응인 시각적 정보를 의식적으로 억제하고, 장기기억에서 과일의 원래 색깔 정보를 빠르게 인출하는 능력이 일반아동보다 현저하게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환 능력을 측정하는 과제인 차원전환카드분류(DCCS)에서 집단 간 수행을 비교한 결과,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의 과제 정확도는 일반 아동보다 낮았고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하였다. 이는 국내의 선행연구(Mun & Yim, 2021; Yim, Jo et al., 2016)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정보처리 시 요구되는 인지능력이 제한적이며, 주의를 집중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데 관여하는 집행기능 중 작업기억과 전환기능이 일반 아동에 비해 비효율적이라는 선행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Bishop, 1993; Kapa et al., 2017; Johnston, Smith, & Box, 1997).
두 번째, 집단 간 한국어 및 영어 이야기 이해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두 언어 모두에서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이 이중언어 일반 아동에 비해 유의하게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는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보다 이야기 이해 능력이 낮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다(Liles, Duffy, Merritt, & Purcell, 1995; Merritt & Liles, 1987). Peristeri, Andreou, Tsimpli와 Durrleman (2020)에 따르면, 이중언어 아동 집단에서 이야기 이해 능력에 중요한 이중언어 사용 효과가 관찰되었으며,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과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집단 모두 이해력 질문에서 단일언어 아동 집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한편,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동 집단 내에서는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점수 차이가 없어서 본 연구는 선행연구와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중언어 유무와 관계없이 Yoon과 Kim (2005)은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여 전달하는 것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일차적으로 들은 이야기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결함임을 보고하였다. Mun과 Yim (2021)의 연구에서도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 이해 질문에 답하는 과제에서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사실 및 추론적 질문에 답하는 것에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이야기에 드러난 사실적 정보를 이해 및 기억하는 것과 함축된 정보를 추론하는 것 모두 어려움을 나타낸다(Botting & Adams, 2005; Dodwell & Bavin, 2008; Ford & Milosky, 2008; Norbury & Bishop, 2002). 이에 본 연구에서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의 수행력이 이중언어 일반아동에 비해 낮았던 것은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이야기에서 구어로 제시된 어휘 및 문장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 외에도 시각적, 청각적 정보의 회상과 정보를 분류하고 통합하는 능력, 숨겨진 정보를 추론하는 능력 등에 결함이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이야기 이해 과제에서의 수행력이 일반아동에 비해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 번째, 집단 간 한국어 및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수행력을 비교한 결과, 두 언어 모두에서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의 수행력이 이중언어 일반 아동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일반 아동에 비해 낮은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가진다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Altman et al., 2016; Fichman, Altman, Voloskovich, Armon-Lotem, & Walters, 2017; Merritt & Liles, 1987). Govindarajan과 Paradis (2019), Paradis와 동료들(2013)에 따르면,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이중언어 일반 아동에 비해 이야기 문법 점수가 현저히 낮았다. 또한 Rezzonico와 동료들(2015)에서도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이야기 거시구조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은 이야기 문법 범주별 사용빈도가 낮고 구성한 완전한 일화(episode)의 수가 일반 아동에 비해 적다는 점에서 이야기 문법에 대한 이해 및 지식 사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및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제1언어(L1)가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두 집단 모두 제2언어(L2)에서의 이야기 문법 산출 점수가 더 높았다. 이는 본 연구에 L2에 2년 이상 노출된 이중언어 대상자가 포함되었으며, L2가 L1보다 지배적인 아동이 있었으므로 일부 연구 참가자가 L2에 능숙했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 번째, 두 집단의 집행기능과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간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서는 한국어 이야기 이해 수행력은 영어 이야기 이해,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수행력과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또한,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수행력은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수행력과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높은 한국어 이야기 능력을 가진 아동은 제2언어(L2)인 영어 이야기 능력도 유의하게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중언어 아동의 영어 능력은 다른 언어 능력과 공존하며 발전하므로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동의 영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동의 언어 내 및 언어 간 발달 패턴과 연관성을 탐구해야 한다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Uccelli & Páez, 2007).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서 영어 이야기 이해 수행력은 시공간 잡기장인 매트릭스와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야기 이해 과제에서 아동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해당 장면을 그림으로 함께 제시하였는데, 이때 청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시각적 정보에 의해서도 이야기가 전달되었기 때문에 시공간 잡기장 용량이 이야기 이해 수행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시공간 잡기장은 시각적 정보를 저장, 조작 및 인출하는 데 관여한다(Swanson & Siegel, 2001). 이와 같은 시공간 잡기장 용량이 이야기에 나타난 세부사항들을 기억해서 문제에 답해야 하는 이야기 이해 과제 수행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의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수행력은 일화적 완충기 과제인 단어목록회상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일화적 완충기는 여러 개의 정보들을 한 개의 덩이(chunk)로 만들어 처리하며, 장기기억을 활용한다(Baddeley, 2000). Dodwell과 Bavin (2008)의 연구에서는 아동들에게 이야기 그림을 통한 이야기 산출 과제를 실시하여 아동들의 이야기 능력과 작업기억과의 관계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음운 작업기억 및 일화적 완충기가 이야기 산출 능력과 유의한 상관이 있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과제로는 음운 작업기억은 단어 회상하기, 일화적 완충기는 문장 따라말하기를 실시하였으며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아동들의 이야기 산출 수행에 중요하게 작용함을 강조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단어목록회상 과제가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는 측면에서 일화적 완충기가 이야기 문법 요소를 구조화하고 산출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인지 기술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에서는 한국어 이야기 이해 능력과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간 유의한 상관이 있었다. 한편,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한국어 및 영어 이야기 이해 능력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과 유의한 상관을 보인 집행기능 하위요소는 없었다.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과 달리 집행기능과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의 상관이 유의하지 않아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다섯 번째, 각 집단의 이야기 이해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예측해주는 요인이 있는지 분석한 결과,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서 영어 이야기 이해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집행기능 과제는 매트릭스가 43%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영어 이야기 이해 능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집행기능은 시공간 잡기장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야기 이해를 위해서는 청각적 정보와 함께 시각적 정보인 그림을 처리하며 그 정보를 조작하고 인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에서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유의하게 예측해주는 집행기능 과제는 단어목록회상이 21%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집행기능은 일화적 완충기로 나타났다. 이는 일화적 완충기가 정보의 순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보가 일화적 완충기를 통해 일시적인 시간 동안 저장되고 처리되며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Allen, Baddeley, & Hitch, 2014; Hitch, Allen, & Baddeley, 2020; Savarimuthu & Ponniah, 2023)는 측면에서 아동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스스로 조직화하여 산출하는 데 일화적 완충기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과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 간 이야기 이해 과제의 총점을 비교하였고 세부적으로 사실적 이해와 추론적 이해에서 각 집단의 수행력을 비교하지 않았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일반 아동 집단과 이중언어 언어발달지연 아동 집단의 사실적 및 추론적 이해 과제의 수행력을 비교하고 어떤 집행기능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볼 것을 제언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이중언어 일반 아동의 영어 이야기 이해 능력은 시공간 잡기장인 매트릭스 과제와 유의한 상관을 보이고 한국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은 일화적 완충기인 단어목록회상 과제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내었다. 반면에 집행기능과 한국어 이야기 이해 능력 및 영어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후속 연구에서는 집행기능 과제를 한국어와 영어로 실시하여 언어에 따른 이야기 이해 능력 및 이야기 문법 산출 능력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학령전기 이중언어 어휘발달지연 아동 집단에서 집행기능과 이야기 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도출하지 못했으므로 추후 연구에서는 집단의 특성을 달리하거나 집단의 크기를 확대하여 이러한 능력 간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