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방법서울특별시 및 경기 지역에 거주하며 연령 및 교육년수를 일치시킨 실어증 환자 18명, 정상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의미역 선호도 과제는 선호도 비율(%), 동사 선택 과제는 정반응률(%)을 측정하였다.
결과첫째, 두 집단 모두 대상을 도구보다 선호하였다. 이것은 한국어 의미역 체계에서의 대상이 도구보다 위계가 높기 때문이다. 둘째,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 환자의 수행도가 더 낮았다. 이는 실어증 환자가 문장에 있어 동사와 그를 구성하는 요소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제에 따른 수행도는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으나 실어증 환자는 도구에 높은 정반응률을 보였다. 이는 도구 의미역이 동사와 연결될 때 대상에 비하여 더욱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셋째, 두 의미역 모두 실어증 중증도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실어증 중증도를 유의하게 예측한 것은 대상 의미역으로, 74.5%로 예측하였다. 이는 실어증 환자 역시 논항의 필수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해석된다.
AbstractObjectives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identify preferences of thematic role assignment in aphasia patients and to figure out the connection between thematic roles and verbs.
MethodsEighteen persons with aphasia and twenty individuals who matched their age and years of education and lived in Seoul or Gyeonggi participated in this study. The thematic role preference task measured ratio (%) of thematic role preference and the verb selection task measured accuracy (%).
ResultsFirst, both groups preferred theme to instrument. This can be interpreted to mean that in Korean thematic role hierarchy, theme is higher than the instrument. Second, the performance of persons with aphasia in the verb selection task was lower. This means that persons with aphasia have difficulty accessing verbs and the elements in their sentences. The difference in performance of the task was not significant, but persons with aphasia had a higher accuracy than the instrument. This can be interpreted as showing that the instrument becomes more active than theme when connected to verb. Third, both thematic roles showed strong correlations with aphasia severity. Theme was the prediction of aphasia severity approximately 74.5% of the time. This showed that persons with aphasia are also affected by the necessity of the argument.
ConclusionThe preference of thematic role in persons with aphasia is influenced by its hierarchy. But in the connection of thematic role and verb, it is influenced by activation through semantic relation rather than syntactic structure. In particular, theme is a variable that predicts the aphasia severity.
실어증 환자의 언어 결함은 개인의 뇌 손상 영역과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이해와 표현 영역 전반에 나타나며, 의미 연결, 어휘 인출, 규칙 실행 등과 같은 구어 상징 조작에서 어려움을 보인다(McNeil & Pratt, 2001).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휘 인출(word retrieval) 결함이다(Berndt, Haendiges, Mitchum, & Sandson, 1997; Zingeser & Berndt, 1990). 실어증 환자들이 어휘 인출에 대하여 어려움을 보이는 이유는 뇌 손상으로 인해 특정 단어와 관련된 지식이 손상되었다기보다는, 적절한 단어를 활성화하여 인출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Goodglass & Wingfield, 1997). 이로 인하여 실어증 환자들은 생물, 사물, 동작 등을 보고 명명하는 것에 어려움을 보이는 이름대기 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어휘 인출 손상은 모든 실어증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Dell, Schwartz, Martin, Saffran, & Gagnon, 1997). 거의 모든 실어증 환자들에게 경중을 달리하여 출현하는 이름대기 장애의 특징으로 인해 여타의 언어 하위 손상에 비해 어휘 인출 손상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실어증 환자의 어휘 인출 손상에 대한 연구를 품사별로 살펴보면, 다수의 연구가 동사보다는 명사 인출 결함에 집중되어 있으나(Druks, 2002), 동사가 가지고 있는 문법적 요소로 인해 실어증 환자들이 동사 산출을 명사에 비해 더 어려워한다는 결과가 최근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Hillis & Caramazza, 1991; Jonkers & Bastiaanse, 1998; Kim & Thompson, 2000; Williams & Canter, 1987; Zingeser & Berndt, 1990). 국내 연구에서는 Kim, Park, Kim 그리고 Hwang (2004) 연구에서 브로카 실어증 환자들이 정상 성인보다 동사 인출이 더 어려웠으며, 특히 명사보다 동사에서 어휘 인출에 어려움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동사는 문장에서 통사적 구성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 동사가 나타내는 통사적 관계의 대상을 논항(argument)이라 한다(Cho et al., 2003). 논항은 필수 논항(obligatory argument)과 수의적 논항(optional argument)로 나뉜다(Kim, 2002). Kim (2002)에 따르면, 필수 논항은 동사와 내재적인 통사 · 의미관계를 맺는 논항으로, 필수 논항이 생략될 경우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되거나 비문이 될 수 있다. 반면, 수의적 논항은 문장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수 요소는 아니며, 문장에서 의미적 또는 구문적 확장이 가능한 부가적 역할을 하는 논항이다. 이처럼 문장이 표현하는 사건에서 이 논항의 역할을 의미역(thematic role)이라고 한다(Cho, 2003). 의미역은 동사와 관련된 문장 요소들에 대한 의미적 관계를 정의하는 역할을 한다(Tanenhaus, Carlson, & Trueswell, 1989). 즉, 의미역과 논항의 관계를 종합하면, 동사가 문장을 구성할 때 필요한 각 논항에 대해 의미 관계를 부여하는 것이 의미역이라고 볼 수 있다(Fillmore, 1968, 1971, 1977; Yi, 2019). 따라서 논항 수가 증가하면, 이에 부여되는 의미역의 수도 함께 증가하게 되어 통사적, 의미적으로 복잡한 문장이 될 수 있다(Herlofsky & Edmonds, 2013).
동사의 의미역은 행위자(agent), 대상(theme), 도구(instrument), 장소(location), 도착점(goal), 출발점(source) 등으로 그 범주가 다양하게 구분되고 있으나, 연구자에 따라서 범주 구분에 대한 견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Saeed, 1997; Sung & Kwag, 2012). 의미역과 관련된 흥미로운 견해 중 하나는 의미역 간에 위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미역 위계란, 동사와 관련된 구문 요소에 의미역을 부여할 때 위계에 기반하여 처리한다는 주장이다(Dowty, 1991). 한국어에서의 의미역 위계는 행위자(agent), 경험주(experience), 대상(theme), 장소(location), 도착점(goal), 출발점(source), 도구(instrument) 순으로 알려져 있다(Park & Kim, 2005). 영어와는 달리, 동사 후치어인 한국어의 경우, 동사 앞에 모든 논항이 위치하게 되며, 논항 탈락이 자유로운 자유 어순을 지닌 언어라는 점에서 의미역 할당(thematic role assignment)에 대한 처리가 어순에 의존하는 영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먹다’라는 동사 앞에 하나의 논항이 위치할 때, 이 논항에 의미역을 할당할 수 있는 선택지는 영어에 비해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즉, ‘아이가’(행동주), ‘밥을’(대상), ‘식탁에서’(장소) 등과 같은 의미역이 ‘먹다’라는 동사 앞에 단독 논항으로 위치해도 한국어의 경우 비문이 아니며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구성이 가능하다. 이때, 하나의 논항을 사용하여 문장을 구성해야 할 경우, 의미역 위계에 입각하여 논항을 구성한다는 것이 의미역 위계에 따른 문장처리에 입각한 설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는 문맥적으로 추론이 가능할 때 주어 생략(subject deletion)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특징을 가진 pro-drop 언어이다(Park, 2013). 따라서, 한국어의 의미역 위계는 행위자가 대상이나 경험주에 비해 우선하지만, 주어 생략이 자유로운 특징을 지니고 있어, 실제 행동자료에서 동사 앞에 논항이 위치할 때, 대상의 의미역을 여타의 의미역보다 선호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동사 논항 및 의미역 할당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주로 동사 논항 구조가 복잡해질 수록 동사 산출에 어려움을 보인다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필수 논항과 수의 논항의 구분이 한국어에 비해 비교적 뚜렷한 영어권 환자들 연구부터 살펴보면, 실어증 환자의 경우, 논항 수가 증가함에 따라 동사 산출에 어려움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즉, 3항 동사에서 수행력이 가장 저조하였으며, 이어 2항 동사, 1항 동사 순으로 수행력 저조를 보였다(Kemmerer & Tranel, 2000; Kim & Thompson, 2000; Thompson, 2003; Thompson, Lange, Schneider, & Shapiro, 1997). 반면, 논항 탈락이 비교적 자유로운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의 결과는 영어권 결과와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동사 산출 결함에서 영어권 환자와 한국어 사용 실어증 환자 간 차이가 있다는 비교 언어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Sung, DeDe 그리고 Lee (2016)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들을 상대로 동사 산출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한국어 실어증 환자 집단이 영어 실어증 환자 집단보다 동사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 Lee (2015)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와 영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 집단 간 과제의 유형에 따른 언어의 차이를 알아보았는데, 모든 과제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가 산출한 동사의 유형 수, 발화 당 등장하는 동사의 수, 동사와 명사의 비율 차이가 유의하였다. 즉, 한국어는 논항 탈락이 자유로운 반면 서술어 기능을 하는 동사 사용이 빈번하여, 한국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가 영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에 비해 동사 산출 수행력 저조가 보다 경미함을 시사하였다.
한국어의 동사 논항 구조에 따른 한국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의 동사 산출을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되었다. Sung (2016)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국어 동사의 논항 구조에 따라 1항 비능격 동사, 1항 비대격 동사, 2항 동사, 3항 동사로 나누어 애니메이션을 통한 동사 산출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3항 동사에서 가장 낮은 수행력을 보였으나, 1항과 2항 동사의 수행력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Sung, 2016). 이는 주어 생략이 빈번한 한국어 특징에 따라, 3항에서는 주어를 제외해도 2개의 논항이 활성화되지만, 2항의 경우, 주어를 생략하면 1항과 다를 바가 없기에 1항과 2항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주어 생략 현상이 지배적인 한국어의 특징이 실어증 환자의 논항 구조에 따른 동사 산출 양상에 영향을 미쳐 영어권과는 다를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정적, 동적 자극 제시 유형 및 논항 구조에 따른 실어증 환자의 동사 산출 능력을 비교한 Yoon과 Sung (2020)의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즉, 3항 동사에서 가장 수행력이 낮았으며, 1항 비대격 동사, 2항 동사, 1항 비능격 동사 순으로 수행력 저조가 나타났다.
한국 실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사 의미역에 보다 비중을 둔 연구로는 Jeong과 Sung (2018) 실험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실어증 환자 집단과 정상 성인 집단에게 행위자 또는 대상 의미역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정상 집단의 경우, 행위자 의미역 선택에서 대상 의미역에 비해 더 높은 정반응률을 보였지만, 실어증 환자의 경우, 대상에 비해 행위자 의미역을 선택하는 것에 더 큰 어려움을 보였다. 즉, 정상 집단의 경우, 의미역 위계 이론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지만, 실어증 환자의 경우 위계에 반하는 결과이다. 주어 생략이 빈번한 한국어를 사용했던 실어증 환자들은 뇌손상 이후에 행위자에 대한 의미역 할당이 대상에 비해 더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행위자가 대상에 비해 의미역 위계가 높다는 의미역 위계 이론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며, 정상군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의미역 위계 이론이 한국 실어증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상세한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살펴보았던 행위자-대상에 대한 의미역 구조와는 다른 형태(대상-도구)의 의미역 할당에서 어떠한 결과를 보이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다양한 의미역 중, 도구(instrument) 의미역은 동작과 관련된 도구나 수단의 개체가 명사구에 부여되는 의미역으로서(Yi, 2019), 신경언어장애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도구 의미역에 관한 연구보다는 도구 동사(instrumental verb)에 대한 연구가 보다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Jonkers와 Bastiaanese (2007)는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도구 동사와 비도구 동사의 표현능력 차이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명칭실어증 환자는 도구 동사에서 더 높은 수행력을 보인 데 비해 브로카 실어증 환자는 수행력에서 도구 동사와 비도구 동사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Kemmerer과 Tranel (2000) 역시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동사 표현 능력을 살펴보았고 연구 결과 도구 동사에서 비도구 동사에 비해 정확도가 증가함을 보고하였다. 이에 대해 Kemmerer과 Tranel (2000)은 도구 동사에 내재되어 있는 도구라는 구체성이 동사 인출을 촉진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다른 신경언어장애군으로 알츠하이머 치매(Alzhemier’s Disease, AD) 환자들을 대상으로 도구 동사와 비도구 동사를 비교한 연구 결과(Parris & Weekes, 2001), AD 환자들은 도구 동사보다 비도구 동사에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저자들은 AD 환자군의 경우, 사물의 기능과 관련된 의미 지식이 손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였다. 국내에서는 AD 환자를 대상으로 도구성에 따른 대면이름대기과제의 수행력을 살펴본 연구가 진행되었다. Shin, Kwon, Lee 그리고 Sim (2017) 연구 결과, AD 환자는 정상군에 비하여 도구 동사 및 비도구 동사 수행력이 모두 낮았으며, 특히 도구 동사에서 수행력 차이가 유의하였다. 이에 대해 Shin 등(2017)은 도구 동사의 인출은 동사의 하위 의미 범주 자질인 도구와 의미 연결(semantic relation)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AD 환자는 의미 자질 또한 손상되었기 때문에 동사와의 의미 연결에 결함을 보인다고 해석하였다. 또한 도구 동사는 비도구 동사보다 의미 구문적으로 복잡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행력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해석하였다(Kim & Thompson, 2000; Thompson et al., 1997). 이러한 결과는 도구 동사의 산출에는 도구와 동사의 의미 연결이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하며, 도구가 아닌 다른 의미 자질과 도구 동사의 연결을 살펴보는 추가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구 동사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지만 도구가 의미역으로 쓰일 경우, 동사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는 드물다. 도구 동사의 하위 범주 중 도구와 대상 어휘가 의미역으로 실현될 때, 한국 실어증 환자가 보이는 수행력이 의미역의 위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지, 도구라는 특징으로 인해 의미역 위계보다는 동작과 관련된 의미 구체성에 더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대상-도구의 의미역 선호도와 이러한 의미역을 제시하였을 때 동사 인출을 더욱 촉진하는 의미역이 무엇인지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인 연구질문은 아래와 같다.
1. 동사 제시 후, 의미역(대상 vs 도구) 선택 유형에 따라 두 집단(실어증 vs. 정상군) 간 선호도에서 차이가 유의한가?
2. 의미역(대상, 도구) 제시 후, 동사 선택 정반응률에 따라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한가?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 중 실어증 중증도를 가장 잘 예측하는 변인이 무엇인가?
연구방법연구대상본 연구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정상 성인 20명과 실어증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계획하였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실어증 환자 2명이 일정 변경으로 인해 연구 참여를 철회하여 총 정상 성인 20명, 실어증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다. 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은 후 실시되었다(No. 202023-0020-01). 대상자는 모두 연구에 참가하기 전 충분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한 후 연구에 참여하였다. 모든 집단은 서울특별시 및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자를 대상으로 모집하였다. 두 집단 모두 (1) 오른손잡이, (2) 원활한 과제 수행을 위해 현재 시력 혹은 교정 시력이 정상이며, 정상 청력을 가지고 있다고 구두 보고한 자, (3) 연령과 교육 수준의 차이가 수행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75세 이하, (4) 초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자를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실어증 환자는 (1) 좌뇌의 피질 및 피질하 영역에 뇌졸중이나 뇌출혈 등으로 기인한 언어장애를 보이는 자, (2) 파라다이스 · 한국판-웨스턴 실어증 검사 개정판(Paradise · Korean Version of the Western Aphasia Battery Revised, PK-WAB-R; Kim & Na, 2012)을 통해 실어증으로 분류된 자, (3) 발병 전 뇌 손상 및 기타 신경학적 질환이 없었다고 보고한 자, (4) PK-WAB-R 하위 영역 중 읽기 영역에서 단어-실물, 단어-그림 및 그림-단어 짝짓기 과제를 모두 정반응한 자를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정상 성인은 (1) 한국형 간이 정신상태 검사(Korean-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K-MMSE; Kang, 2006) 결과가 기준에 따라 연령 및 교육년수에 비하여 16%ile 이상으로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자(Kang, 2006), (2) 60세 이상인 경우 서울신경심리검사(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 2nd edition, SNSB-II, Kang, Jang, & Na 2012)의 하위 검사인 서울언어학습검사(Seoul Verbal Learning Test, SVLT) 실시 결과가 연령 및 교육년수에 비하여 16%ile 이상으로 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자, (3) 정상적인 읽기 능력을 가졌다고 본인 보고한 자, (4) 언어 및 신경학적 손상을 초래하는 병력이 없는 자로 선정하였다.
집단별로 연령과 교육년수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각 독립표본 t 검정(two-independent sample t test)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두 집단 간 연령 및 교육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들의 연령 및 교육년수의 기술통계 분석을 Table 1에, 실어증 환자들의 정보는 Appendix 1에 제시하였다.
검사도구목표 명사와 동사 선정 기준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의미역은 대상과 도구로, 다른 신경언어장애군의 도구 동사와 비도구 동사의 인출을 살펴본 Shin 등(2017)의 연구와 성인용 동사이름대기 평가 어휘 목록 연구(Jeong, Lee, & Sehr, 2007)를 참고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 등장하는 구체적인 동사와 명사 선정 기준은 (1) 2항 이상의 동사, (2)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명사, (3) 현대 한국어의 어휘 빈도(Seo, 1998)에서는 빈도에 따라 100에서 1,000 이하를 고빈도, 1,000 이상을 초고빈도로 정의함에 따라 연세 20세기 한국어 말뭉치에서 빈도 수 100 이상의 고빈도 명사와 동사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목표 동사와 제시된 의미역 어휘는 Appendix 2에 제시하였다.
동사 제시 후 의미역(대상 VS 도구) 선호도 과제대상자들에게 동사를 제시한 후 하단에 있는 의미역(대상, 도구)에 관한 대상자들의 의미역 선호도를 살펴보기 위해 의미역(대상, 도구) 선호도 과제를 고안하였다. 본 과제는 제시된 동사를 보고 문장을 만들었을 때 제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어휘를 선택하는 과제이다. 과제는 상단에 동사를 제시하고, 하단에 각 대상, 도구 의미역 어휘와 무관련 어휘(foil)를 총 3개 제시하였다. 제시된 대상, 도구 의미역 어휘는 각각 제시된 동사와 연결하였을 때 모두 문장이 성립되는 어휘들로 구성하였으며 무관련 어휘는 제시된 동사와 관련이 없는 생물 및 무생물 어휘로 구성하였다. 자극은 글씨 크기 48 point로 제작되어 컴퓨터 화면에 제시되었다. 문항에 대한 예시는 Figure 1, Appendix 3에 제시하였다.
의미역(대상, 도구)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본 과제는 Jeong과 Sung (2018)의 연구 과제에서 고안하였다. Jeong과 Sung (2018) 연구에서의 동사 선택 과제는 행위자, 대상 의미역의 역할을 가진 명사구가 동사에 제시되고, 빈 칸에 들어갈 동사를 고르는 과제였다. 그러나 한국어는 다양한 대화 상황에서 주격, 목적격 등 다양한 조사 생략이 일어나며, 무표지 명사구가 어떤 의미역에 해당하는지 파악이 가능하면 조사의 생략이 가능하다(Lee, 200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명사와 동사 간 의미 연결 관계를 Pyramid & Palm Tree Test (Howard & Patterson, 1992) 형태를 응용하여 무표지 명사구에서 의미역 정보를 파악하여 동사와의 의미 연결 활성화를 살펴보는 과제로 변형하였다. 본 과제는 제시된 어휘를 보고 문장을 만들었을 때 제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동사를 선택하는 과제이다. 동사 선택 과제에서 자극들은 글씨 크기 48 point로 제작되어 컴퓨터 화면에 제시되었다. 과제는 상단에 각 의미역 유형별(대상, 도구) 어휘를 제시하고, 하단에 목표 동사, 목표 동사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동사와 무관련 동사(foil)를 총 3개 제시하였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동사는 ㈜ 낱말어휘정보처리연구소 유의어사전(https://natmal.com/)을 참고하였다. 본 과제는 각 의미역 유형별 15문항으로, 총 30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문항에 대한 예시는 Figure 2, Appendix 4에 제시하였다.
연구 과제의 자극 타당도국어국문학을 전공한 20대 이상 정상 성인 20명에게 Google 드라이브의 설문지를 통하여 본 연구의 의미역 선호도 과제에서 사용될 목표 동사와 대상, 도구 의미역 명사, 동사 선택 과제에서 사용될 목표 동사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동사의 의미적 관련성을 각 1-7점 척도로 측정하도록 하였다. 관련이 높을수록 높은 점수로 체크하도록 지시하였으며, 그 결과 평균 6.3점으로 나타났다. 이후 본 연구에서 사용될 동사 선택 과제에 대한 30문항을 Google 드라이브의 설문지를 통하여 전국의 교육년수 12년 이상인 20대 이상 40대 이하 정상 성인 82명에게 실시하였다. 그 결과, 모든 문항에서 평균 80% 이상 목표 동사를 선택하였다.
실험설계연구절차본 연구는 두 집단 모두 독립되고 조용한 공간에서 실시하였다. 먼저 실험자는 대상자에게 컴퓨터 화면을 통해 과제와 동일한 글씨 크기로 제작한 문장이 잘 보이는지 확인한 뒤 진행하였다. 실험 전, 실험자는 대상자에게 과제를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연습 문항을 실시한 다음 본 과제를 실시하였다. 각 과제의 문항은 모두 무작위로 실시하였으며, 보기 제시 유형은 역균형화(counter balancing)하였다. 의미역 선호도 과제의 경우, 실험자는 ‘지금부터 맨 위에 보이는 단어가 있을 거예요. 이것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입니다. 그리고 아래 세 가지는 명사들입니다. 이 동사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었을 때, 가장 연관이 깊다고 생각하는 단어를 골라 주세요.’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자극이 컴퓨터에 제시되었고, 대상자가 고르도록 하였다. 동사 선택 과제의 경우, 실험자는 ‘지금부터 맨 위에 보이는 단어가 있을 거예요. 이것은 명사입니다. 그리고 아래 세 가지는 동사들입니다. 위의 명사를 사용하여 문장을 만들었을 때, 가장 적절한 동사를 골라 주세요.’라고 설명하였다. 이어 자극이 제시되었으며, 대상자가 선택하도록 하였다. 자극을 보고 15초 간 무반응하면 다시 고르도록 지시한 뒤 반응을 기다렸고, 15초가 지난 후에도 선택하지 않으면 오반응으로 처리하였다. 대상자의 반응은 기록지에 기록하였다.
결과처리선호도 비율(Preference ratio)의미역 선호도 과제에서 제시된 동사를 보고 대상자가 어떤 의미역을 선택했는지 그 경향성을 빈도로 측정하여 선호도 비율로 환산하였다. 즉, 각 의미역 유형을 선택한 빈도를 총 문항 수(15)로 나눈 후 100을 곱하여 선호도 비율(%)을 계산하였다.
정확도(Accuracy)대상자가 정반응한 문항은 1점, 오반응은 0점으로 계산하였다. 실험을 실시하는 동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경우 모두 오반응으로 처리하여 채점하였다. 과제 종료 후, 각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에서 정반응한 문항의 수를 각 과제의 총 문항 수인 15로 나눈 뒤 100을 곱하여 정반응률(%)을 계산하였다.
자료의 통계적 처리수집된 자료의 통계적 처리는 SPSS V26.0 for Windows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다. (1) 동사 제시 후 의미역 유형(대상 VS 도구)에 따른 집단 간 선호 비율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 (2) 의미역 제시 유형(대상, 도구)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의 정반응률에서 집단(정상 성인, 실어증 환자) 간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 (3)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과제에서 실어증 유형(유창성, 비유창성) 간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맨-휘트니 U 검정(Mann-Whitney U Test), 집단 내 과제 간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윌콕슨 순위-부호 검정(Wilcoxon Signed-Rank test)을 실시하였다. (4)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의 중증도를 예측하는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피어슨 상관계수(Pearson correlation) 및 단계적 회귀분석(stepwise regression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의미역(대상 VS 도구) 선호도 과제에서 집단 간 차이 분석실어증 환자 집단과 정상 성인 집단 간 의미역 선호도 과제에서의 선호도 비율에 대한 기술 통계는 Table 2, Figure 3에 제시하였다. 무관련 어휘의 경우 정상 성인 집단은 아무도 무관련 어휘를 선택한 대상자가 없었으며, 실어증 집단 내에서 전체 문항 중에 무관련 어휘를 선택한 비율은 5%이며, 정상 성인 집단을 포함하였을 때에는 총 2.6%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무관련 어휘는 통계적 분석에 포함되기에는 충분한 반응 수가 아니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기술통계 결과, 실어증 환자 집단 및 정상 성인 집단이 모두 대상 의미역, 도구 의미역 순으로 선호를 보였다. 대상 의미역에 대한 비율에서 실어증 환자 집단보다 정상 성인 집단이 더 높은 선호를 보였다. 도구 의미역에 대한 비율에서 정상 성인 집단보다 실어증 환자 집단이 더 높은 선호를 보였다.
의미역(대상, 도구) 유형에 따른 집단 간 선호에 대한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하였다. 집단을 개체 간 변인으로 하고, 의미역 유형을 개체 내 요인으로 한 분산분석 결과는 Table 3에 제시하였다. 의미역 유형에 따른 집단 간 선호 비율에 대한 분산분석 결과, 실어증 환자와 정상 성인 집단에 대한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F(1, 36)=1.115, p=.298). 의미역 유형에 따른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36)=38.705, p<.0001). 즉, 도구 의미역 선호에 비해 대상 의미역 선호가 유의하게 더 높았다. 집단과 의미역 유형에 대한 상호작용 간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F(1, 36)=1.265, p=.268).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에서 집단 간 차이 분석의미역(대상, 도구)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 환자와 정상 성인 집단의 정반응률에 대한 기술통계는 Table 4, Figure 4에 제시하였다. 실어증 환자 집단에 비해 정상 성인 집단에서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이 모두 높았다.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에서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어증 환자와 정상 성인 집단을 집단 간 요인으로, 의미역 제시 유형을 집단 내 요인으로 설정하여 이원혼합분산분석(two-way mixed ANOVA)을 실시하여 주효과와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였다. 그 결과는 Table 5에 제시하였다. 실어증 환자 집단과 정상 성인 집단 간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F(1, 36)=9.156, p<.01). 즉, 실어증 환자 집단의 정반응률이 정상 성인 집단의 정반응률보다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미역 유형에 따른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F(1, 36)=1.582, p=.217). 실어증 환자 집단과 정상 성인 집단의 의미역 유형과 집단 간 이차 상호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F(1, 36)=1.854, p=.182).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 유형(유창 vs 비유창) 간 차이 비교실어증 중증도를 연속변수로 설정하여 종속변수로 지정하는 회귀분석을 실시하기에 앞서, 실어증 유형을 유창성 여부로 분류하였을 때, 중증도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 먼저 탐색적 검증을 시행하고자 하였다. 또한, 동사 선택 과제에서 실어증 유형에 따른 집단 간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 후, 집단 간 차이가 없다면 유형을 분리하지 않고, 실어증 중증도를 연속변수로 처리하는 회귀분석의 종속변수로 투입하고자 하였다.
실어증 유형은 PK-WAB-R 유창성 점수 4점을 기준으로 4점 이하를 비유창성으로, 4점 초과를 유창성으로 분류하였으며, 실어증 지수를 중증도로 하여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한지를 맨-휘트니 U 검정(Mann-Whitney U Test)을 사용하여 검증하였다. 그 결과, 실어증 지수가 유창성 유형의 경우 비유창성 유형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Z=-2.860, p<.01).
실어증 유형에 따라 동사 선택 과제 정반융률에서 집단 간 차이가 유의한지를 맨-휘트니 U 검정(Mann-Whitney U Test)을 사용하여 검증하였다. 그 결과는 Table 6, Figure 5에 제시하였다. 대상 의미역(Z=-2.969, p<.01) 및 도구 의미역(Z=-2.860, p<.01) 모두에서 비유창성 실어증 환자의 수행력이 유창성 실어증 유형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보였다.
각 실어증 유형 내에서 의미역 유형에 따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윌콕슨 부호-순위 검정(Wilcoxon Signed-Rank Test)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는 Table 7에 제시하였다. 유창성 실어증(Z=-.142, p=.887) 및 비유창성 실어증(Z=-.211, p=.833) 유형 모두에서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할 때, 실어증 유형에 따른 차이는 중증도에 따른 차이로 설명될 수 있으며, 실어증 유형에 따른 분류 자체가 본 연구의 독립변수에 영향을 주는 유효한 변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실어증 유형을 유창성 점수 기준으로 인위적으로 나누어 범주형 변수로 접근하기 보다는, 중증도를 연속형 변수로 하여 의미역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과 실어증 중증도를 예측하는 변인 분석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과 실어증 중증도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피어슨 상관계수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대상 의미역 동사 정반응률(r=.745, p<.005)과 도구 의미역 동사 정반응률(r=.621, p<.005)에서 강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그 결과는 Table 8에 제시하였다.
의미역 제시 유형에 따른 변인 중에서 실어증 중증도를 가장 잘 예측하는 변인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 위해 실어증 중증도(AQ)를 종속변수로, 의미역 제시 유형을 독립변수로 단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으며, 결과는 Table 9에 제시하였다. 실어증 중증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변인은 대상 의미역이었다(F(1, 16)=19.922, p<.0001, R2=.745). 즉, 대상 의미역에 대한 동사 선택 과제 정반응률이 실어증 환자 집단의 중증도를 74.5%로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 및 결론본 연구는 한국 실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동사 의미역 선택과 이러한 의미역이 동사를 선택할 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다양한 동사 의미역 중에서도 본 연구에서는 도구-대상에 집중하였으며, 도구 동사에 대한 기존 연구는 비교적 다양하였으나, 이와 관련된 도구 의미역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도구가 가진 구체성과 의미 재현의 용이성 때문에 도구의 의미가 내재된 동사 연구는 다양하였지만, 도구가 논항으로 재현되었을 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동사 인출과 관련되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정상 성인 집단과 실어증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동사를 제시한 후 의미역(대상, 도구) 선호에 대한 집단 간 차이를 파악하였다. 이어 제시한 의미역과 동사의 연결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의미역 제시 유형(대상, 도구)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에 대한 정반응률을 분석하고 집단 간 차이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의 정반응률을 분석하여 실어증 중증도를 가장 잘 예측하는 변인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첫째, 두 집단 모두 대상 의미역을 도구 의미역에 비해 선호하였다. 이는 의미역에 있어 위계가 존재한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다(Dowty, 1991). Park과 Kim (2005)에 따르면 하나의 논항에 여러 개의 의미역을 부여받으면 위계에 입각하여 하나를 선택한다고 하였다. 한국어 의미역의 위계에 따르면 대상 다음으로 오는 의미역은 장소, 도착점, 출발점, 도구이다(Park & Kim, 2005). 즉, 대상 의미역이 도구 의미역보다 높은 위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된다. 본 연구 결과, 두 집단 모두 대상 의미역이 도구 의미역에 비하여 더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따라서 두 집단 모두 의미역의 위계에 따라 대상 의미역을 더 선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의미역의 선호도는 구문론적 측면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구는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을 묶어서 만든 통사적인 단위로, 문장 안에서 어휘적 요소들 간에서 계층적 구조를 만들며(Freidin, 2012), 명사구, 형용사구, 부사구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어의 의미론적 측면에서 명사구를 살펴보자면, 명사와 격조사가 결합된 명사구는 행위자, 대상, 처소, 도구 등 문장에서 특정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Choi, Hong, Cho, Song, & Ko, 1998). 목적격 조사가 결합된 대상 의미역은 문장에서 동사가 요구하는 필수 논항이 되고, 도구격 조사가 결합된 도구 의미역은 수의적 논항이 된다. 따라서 대상 의미역은 필수 논항으로 문장에서 등장하는 빈도가 더 높기 때문에 더 선호 비율이 높았고, 도구 의미역은 수의적 논항이기 때문에 대상 의미역에 비하여 선호 비율이 낮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논항 생략이 자유로운 한국어의 특징을 감안할 때, 의미역 위계에 의존한 선호도 비율이 당연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한국어의 경우, 비교적 어순이 자유롭고(free word order language), 문맥이 뒷받침될 때 자유롭게 논항을 탈락하는 특징을 가진 문맥 또는 담화기반 언어(context- or discourse-based language)라는 측면을 감안할 때, 이러한 통사적 자유도가 논항의 의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의미역 위계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실어증 환자에게 확인하였다는 점은 의미있는 결과라 볼 수 있다.
둘째, 실어증 환자는 두 가지 의미역 유형 모두에서 정상 집단에 비해 동사 선택 과제 정반응률이 낮았다. 이것은 실어증 환자가 동사 어휘 인출에 있어 동사와 관련된 의미역을 활성화하고 동작과 관련된 의미 자질에 접근하는데 전반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기존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Miceli et al., 1984, 1988; Williams & Canter, 1987). 또한, 실어증 환자가 전반적으로 동사 산출에 어려움을 보인다는 기존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Hillis & Caramazza, 1991; Jonkers & Bastiaanse, 1998; Kim & Thompson, 2000; Williams & Canter, 1987; Zingeser & Berndt, 1990).
대상 의미역과 도구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정반응률은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의미역 유형을 달리하였을 때 동사를 활성화하는데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결과는 도구성 유무를 통해 동사를 도구 동사/비도구 동사로 나누어 살펴본 연구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영어권 실어증 환자 도구 동사 연구에서는 도구 동사가 가지고 있는 구체성에 의거하여 비도구 동사보다 수행력이 높았다고 보고되었다(Jonkers & Bastiaanese, 2007; Kemmerer & Tranel, 2000). Ferretti와 Mc Rae 그리고 Hatherell (2001)은 동사를 읽고 관련된 명사를 고르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도구에서 점화 효과(priming effect)가 일어났다고 보고하였다. 즉, 도구 명사는 동사와의 의미 연결 활성화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도구성이 내재된 의미역 제시가 동사 의미를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대상 의미역에 비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를 앞선 의미역 선택 선호도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흥미롭다. 즉, 동사를 제시하였을 때, 관련 의미역을 선택하는 선호도 조사에서는 의미역의 위계에 따라 도구에 비해 대상을 선호하였지만, 의미역 위계에 있어 상위에 위치하는 대상 의미역이나 동작의 구체성이 내재된 도구 의미역은 동사 선택 정확도에서는 차이를 드러내는 요소가 아니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동사가 제시되고 의미역을 선택해야 할 때는 의미역의 위계에 의존하지만 동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의미역 유형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본 연구에서는 동사를 도구 동사에 국한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역 유형이 동사 선택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동사를 도구 동사와 비도구 동사로 구분하여 도구와 대상 의미역을 활성화하였을 때, 도구 의미역이 제시될 때 대상에 비해 도구 동사 활성화를 촉진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추가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 실어증 중증도를 예측하는 의미역 분석에 앞서 탐색적 분석으로 실어증 유형에 따른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실어증 중증도에서 유형 간 차이가 유의하였으며, 유형 간 차이는 중증도 차이로 설명될 수 있어, 실어증 유형 구분이 중증도와 별개로 논의되기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실어증 유형을 구분하여 분석하고자 하는 접근 방식은 최근 다양한 실어증 연구자들에 의해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McNeil & Pratt, 2001). 이러한 결과는 실어증 유형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두 유형 간 실어증 중증도를 통제한 후 가능함을 시사한다.
넷째, 실어증 환자의 전반적인 실어증 중증도와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 정반응률이 정적 상관을 보였다. 즉, 실어증 중증도를 나타내는 AQ 지수가 낮을수록 의미역 유형에 따른 동사 선택 과제의 정확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실어증 중증도가 동사의 의미역 처리 손상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어증 중증도를 유의하게 예측한 변인은 대상 의미역이었으며, 약 74.5%의 예측력을 보였다. 이는 대상 의미역을 동사와 연결하는 수행력이 도구 의미역과 동사 연결의 수행력보다 실어증 중증도와 더 깊은 상관을 보이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대상 의미역이 실어증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한다(Jeong & Sung, 2018). Jeong과 Sung (2018)의 연구 결과, 실어증 중증도와 대상 의미역이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연구 결과에 대해 Jeong과 Sung (2018)은 행위자 의미역은 한국어의 주어 생략 특성에 의하여 대상 의미역에 비하여 자주 생략되기 때문에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구문론적 측면에서도 살펴보자면 본 연구에서 살펴본 의미역은 대상과 도구로, 대상 의미역이 도구 의미역에 비해 의미역 위계에서 상위에 위치하며, 논항이 가지고 있는 특징도 대상 의미역이 필수 논항에 위치한다. 따라서, 논항 생략이 자유로운 한국어 특징상, 수의 논항의 특징을 가지는 도구 의미역은 생략이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Jeong과 Sung (2018) 연구에서 주어 생략이 자유로운 한국어 특징상 행위자에 비해 대상 의미역이 중증도에 더 강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즉, 실어증 중증도를 예측하는 요인이 대상 의미역이 보다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과는 실어증 중증도는 의미역의 위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필수 논항 여부가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체 결과를 요약하자면, 동사에 관한 의미역 선택에 대한 선호도는 뚜렷하게 의미역 위계에 기반하여 처리하는 양상이 정상 및 실어증 집단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도구 또는 대상 의미역을 제시한 뒤, 동사 선택 정반응률에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결과에서는 의미역 유형에 따른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어증 중증도를 유의하게 예측하는 변수는 대상 의미역인 겻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의미역 위계에 입각한 처리과정은 실어증 중증도와도 관련이 높을 수 있지만, 의미역 위계 자체가 동사 의미 활성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보안하여 향후 보다 심층적인 동사 의미역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의미역을 도구와 대상으로 한정하였다. 보다 다양한 동사 의미역에 대한 연구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또한, 도구 의미역에 대한 보다 심층적 연구를 위해서는 동사 자체에 내제된 도구성 여부와 의미역 간의 관게를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able 1.
Table 2.
Table 3.
Table 4.
Table 5.
Tabl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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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cesAppendix 1.Information of aphasic patientAppendix 2.Target verb and thematic role nou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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