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는 학교에 입학하고 정규 교육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초기에는 철자쓰기를 배우지만 점차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된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쓰기는 학업 성취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다(Abbott, Berninger, & Fayol, 2010). 하지만 글쓰기 발달은 다양한 언어 및 인지처리 능력이 요구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에게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글자료는 언어발달과 문해발달을 살펴볼 수 있는 민감한 지표로 알려져 있다(Koutsoftas, 2016). 이러한 글자료를 사용하여 본 연구는 초등 학령기 아동의 쓰기 작문에 영향을 미치는 언어, 읽기, 음운처리 요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Chenoweth와 Hayes (2003) 그리고 Hayes와 Berninger (2014)는 글쓰기 과정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다. 이들은 쓰기 과정은 제안자(proposer), 변환자(translator), 전사자(transcriber), 평가자(evaluator/revisor)로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제안자는 글의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변환자는 아이디어를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여 문장으로 전환한다. 전사자는 이를 철자법에 맞게 작성하며, 단어, 문장, 텍스트 수준에서 글을 쓰는 과정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평가자는 작업기억과 실행기능을 사용하여 글을 검토하 고 수정한다.
초등 저학년기에는 주로 제안자, 변환자, 전사자의 역할에 집중하지만 중학년이 되면 독자를 고려하면서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글을 수정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고학년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평가자로서 자신의 글을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된다(Koutsoftas, 2016).
각 단계마다 여러 언어 및 인지 기술들이 서로 협응해야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다(Olinghouse & Wilson, 2013). 특히, 아이디어를 글로 매끄럽게 전환하는 과정은 변환과 전사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쓰기가 빈번하게 중단되고 아이디어 연결이 부드럽지 않아 쓰기 유창성과 텍스트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인지적 부담이 커지면 글쓰기의 흐름이 방해받을 수 있다. 이때 어휘, 문법 및 구문지식 등의 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여러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쓰기 모델들은 글쓰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언어 자원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Olinghouse & Wilson, 2013). 일반적으로 중요한 언어적 자원으로는 어휘, 문법 및 구문과 문장 간의 응집성이 포함된다(Crossley 2020). Kim과 Schatschneider (2017) 또한 구어 언어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아동의 쓰기발달에서 어휘와 문법, 구문과 같은 요소들이 텍스트 작성을 위해 필수적임을 제안하였다.
어휘 지식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효율적으로 단어를 인출하여 글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Mackie, Dockrell, & Lindsay, 2013). 어휘 지식이 부족할 경우 텍스트의 내용이 빈약해질 수 있다(Beard, 2000). 또한 말하기와 쓰기에서 구문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구문 지식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Scott과 Balthazar (2010)는 구어보다 쓰기에서 더 길고 복잡한 구와 절을 포함한 문장이 자주 사용된다고 보고하였다. 문법 및 구문 지식은 아동이 쓴 글의 질에 영향을 미치며, 구문 지식이 부족할 때 문법 오류가 자주 나타나며 문장 구조가 단순해질 수 있다(van der Lely & Christian, 2000). 마지막으로 상위언어 지식도 중요하다. 어휘의 정의나 의미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나 문장 구조를 의식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은 글쓰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글의 논리적 흐름을 긴밀하게 연결하기 위해 비교나 대조, 원인과 결과의 문장은 연결어미를 사용하여 복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장 구조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문장의 구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측면은 구문인식 능력과 관련이 깊다.
또한 글쓰기를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기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해독, 읽기유창성, 읽기이해와 같은 읽기 능력은 글의 정확성, 유창성, 그리고 내용 전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읽기와 쓰기는 공통적으로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모두 계획하고, 검토하며, 모니터링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공유되는 인지처리과정과 지식에는 세상사 지식, 음소인식을 포함한 음운처리 능력, 글소리와 소리와의 관계, 어휘, 문법 및 구문과 텍스트 구조 등이 포함된다. Kim (2020)은 ‘Interactive dynamic literacy model’을 통해 읽기와 쓰기 과정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함께 발달한다고 제안하였다. 여기서 공통된 지식과 기술로는 철자에 대한 시각 및 음운론적 지식, 어휘, 문법 및 구문, 상위언어 지식이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단어 수준에서 글을 해독하는 능력과 철자를 쓰는 능력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Strattman & Hodson, 2005). 해독은 쓰여진 글자를 소리나 단어로 변환하는 과정이며, 쓰기는 소리를 철자로 변환하는 과정으로 두 기술 모두 공통된 음운 지식에 기반을 둔다. 단어 읽기와 쓰기를 넘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텍스트를 읽고 쓰기 위해서는 자동화 과정이 중요하다. Kim (2020)은 자동화가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읽기유창성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언어로 변환하는 쓰기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하였다. 즉, 자동화는 복잡한 과정에서 인지적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텍스트 수준의 읽기유창성 발달은 텍스트 수준의 글쓰기를 촉진한다. 읽기이해는 텍스트 구조와 주요 내용을 통합하고 해석하는 능력으로 글을 작성할 때 아이디어를 조직하고 연결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읽기이해 능력이 뛰어난 아동은 글을 쓸 때에도 논리적 흐름이 더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다(Kent & Wanzek, 2016). 읽기유창성과 읽기이해의 발달은 아이들이 글을 작성할 때 텍스트의 구조와 논리적 흐름을 인식하고 적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등 2-3학년은 독자를 고려하여 글쓰기의 관습이나 규범을 적용하는 단계이며, 점차 텍스트 구조에 대한 인식과 논리적 조직성이 급격하게 발달하게 된다(Bereiter, 1980; Lee, 2000; Lee & Ju, 2005).
읽기 능력 외에도 음운처리 능력은 글쓰기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음운인식, 빠른이름대기, 음운기억과 같은 음운처리 능력은 글쓰기 과정에서 단어를 빠르게 인출하고 철자쓰기와 문장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음운인식은 단어 해독과 철자쓰기에 필수적인 요인일 뿐 아니라 작문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운인식은 음소 수준에서 말소리를 인식하고 이를 철자로 변환하는 능력으로, 단어의 정확한 인출과 철자 구성에 기여한다. 실제로 음운인식 중재가 철자쓰기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다수 보고되었다(Leask & Hinchliffe, 2007; Schuele & Bourdeau, 2008). 특히, 알파벳 문자체계에서는 음소 수준의 소리를 개별 문자와 연결하여 표기하기 때문에 말소리를 세분하고 이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아동은 글쓰기에서 정확하고 일관된 철자를 사용하여 복잡한 단어와 문장 구성을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다(Santos & Befi-Lopes, 2012).
빠른이름대기는 쓸 단어를 검색하고 인출하여 철자로 쓰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빠른이름대기가 음운정보를 빠르게 인출하는 자동화 과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는 읽기에서 이해를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쓰기에서도 텍스트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원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데 도움을 준다(Albuquerque, 2012). 특히, 단어를 효율적으로 인출하는 능력은 글쓰기 유창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음운작업기억은 말소리 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능력으로 쓰기 과정에서 단어의 철자를 정확하게 쓰고 문장을 계획하며 응집력 있는 글을 조직하는 데 필요하다. 음운기억이 쓰기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음운작업기억은 철자쓰기와 단어 및 문장을 처리하는 데 필수적인 인지적 자원으로 간주된다.
종합하면 글쓰기는 다양한 언어, 읽기, 음운처리 기술이 요구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특히 초등 학령기에는 단순 철자쓰기를 넘어 문장과 텍스트를 구성해야 하므로 이 시기에 각 기술들이 쓰기 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개별적인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이러한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여 쓰기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초등 2-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언어(어휘, 구문), 읽기(해독, 읽기유창성, 읽기이해), 음운처리(음운인식, 빠른이름대기, 음운기억) 능력이 쓰기 작문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학령기 아동의 쓰기 발달에서 다양한 요인 간의 상호작용을 탐색함으로써 쓰기 교육 및 중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2학년에서 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2학년과 3학년은 2개반, 4학년부터 6학년은 1개 반의 아동에게 검사를 실시하였다. 총 137명의 아동에게 검사를 실시하였으며, 미실시된 검사가 있는 아동 17명과 지능 지수가 80점 이하인 아동 5명은 제외하여 최종적으로 본 연구의 데이터 분석에 포함된 아동은 115명이다. 초등 2학년 35명, 3학년 29명, 4학년 16명, 5학년 17명, 6학년 18명이다.
연구에 참여하는 아동은 한국어 비언어 지능검사-II (Korean version of comprehensive test of nonverbal intelligence second edition; Park, 2014)에서 지능지수가 80점 이상이며, 주양육자 및 담임교사로부터 감각적, 정서적 및 신경학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받은 아동을 대상이며, 마지막으로 특수교육대상자인 아동은 제외하였다. 각 학년의 대상자 수와 비언어 지능검사 결과는 Table 1에 제시하였다.
연구과제
쓰기 평가
본 연구는 한국판 핵심언어 임상평가(Clinical evaluation of language fundamentals-fifth edition, K-CELF-5 Pae, Yoon, Seol, & Jang, 2023)의 쓰기 검사를 실시하였다. K-CELF-5의 쓰기 검사는 학년당 2개의 쓰기 과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초등 학령기 쓰기 과제는 총 6개이다. 본 연구에서는 초등 2-6학년 아동에게 6개의 글쓰기를 모두 실시하였다.
쓰기 검사는 종이에 제목과 첫 문장, 그리고 두 번째 문장의 첫 일부 어절만 포함된 미완성 문장을 아동에게 제시하고, 문항에 따라 추가적으로 1-3문장을 더 쓰도록 요구하였다. ‘현장 학습과 가방 싸기’ 주제는 추가적으로 1문장, ‘개학날과 아침 조회’는 추가적으로 2문장, ‘여름 방학’과 ‘예주의 숙제’는 추가적으로 3문장을 더 쓰도록 요구하였다. 각각 한 문항씩 제시하였으며, 문항당 15분을 제공하였고, 15분이 지나면 검사를 종료하였다.
채점은 K-CELF-5의 채점 규칙에 따라 아동의 쓰기 자료를 분석하였다. K-CELF-5의 쓰기 검사는 척도 점수(rating scale)로 5가지의 지표에 대해 2-5점 척도로 채점한다. 5가지 지표는 문장의미 완성도, 구문 복잡도, 문법 오류, 철자, 응집성이다. 문장의미 완성도, 구문, 문법 지표는 아동이 추가적으로 작성한 문장에 한해 채점하며, 응집성과 철자법은 미완성 문장도 포함하여 채점하였다.
각 지표의 채점 규칙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문장의미 완성도는 문장의 의미가 적절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썼는지에 대해 2점 척도(0-1점)로 채점하였다. 구문 복잡도는 구문구조의 복잡성에 대한 지표로써 적절한 형태의 복문이면 2점, 단문은 1점, 복문이지만 연결어미의 오류가 나타나면 1점, 적절한 구문의 형태가 아니라면 0점으로 채점하였다. 문법 오류는 아동이 쓴 문장에 문법적 오류가 있는지를 채점하였으며, 문법적 오류가 없으면 1점, 오류가 있으면 0점으로 채점하였다. 철자 지표는 철자, 문장부호, 띄어쓰기 오류가 있는지에 대한 채점이다. 아동의 글에 오류가 없으면 3점, 오류가 1-2개면 2점, 3-4개는 1점, 5개 이상의 오류가 있으면 0점이다. 마지막으로 응집성 지표는 아동이 제목, 첫 문장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응집력 있게 작성했는지를 채점하였다. 문항에 따라 만점이 다르며, 아동이 써야 할 추가 문장이 1개이면 2점, 1점, 0점, 추가 문장이 2개이면 3점, 2점, 0점, 추가 문장이 3개이면 4점, 3점, 0점으로 채점하였다.
아동이 6개의 쓰기 문항에서 모두 만점을 받으면 쓰기 총점은 84점이며, 문장의미 완성도의 만점은 12점, 구문 복잡도는 24점, 문법 오류는 12점, 철자는 18점, 응집성은 18점이다.
쓰기 채점에 대한 신뢰도 검증을 위해 제1 평가자인 본 연구자와 언어병리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 1인을 제2 평가자로 하여 평가자간 신뢰도를 분석하였다. 전체 자료의 20%를 무선 추출하여 분석하였으며, 일치율은 평균 93.5%로 산출되었다.
언어, 읽기 및 음운처리 능력 평가
작문을 예측하는 변인을 언어, 읽기, 음운처리 기술로 살펴보았다. 우선 언어는 수용어휘와 문법 및 구문 능력을 측정하였으며, 어휘는 수용 ·표현어휘력검사(Receptive and Expressive Vocabulary Test, REVT; Kim, Hong, Kim, Jang, & Lee, 2009)의 수용어휘 검사를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구문 능력은 K-CELF-5 (Pae et al., 2023)의 문장 따라말하기와 구문인식 능력을 측정하는 문장 구성하기 검사를 실시하였다. 문장 따라말하기는 40개의 문장을 따라말하는 능력이다. 채점은 어절 단위로 채점하였다. 또한 문장 구성하기는 아동에게 무작위로 배열된 어휘, 문법 형태소, 혹은 어절을 보여주며, 읽어준 후 아동에게 “쓴다고 생각하고 완벽한 문장으로 배열해서 말해주세요.”라고 지시문을 들려주었다. 아동이 의미적으로 적절하고 문법적으로 적절한 문장을 산출하면 1점, 그렇지 않으면 0점으로 채점하였으며 총 19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KCELF-5의 문장 구성하기 검사는 초등 4학년부터 규준이 제공되나 본 연구에서는 구문인식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초등 2-6학년까지 사용하였으며 원점수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읽기 능력은 한국어 읽기검사(Korean language-based reading assessment, KOLRA; Pae, Kim, Yoon, & Jang, 2015)의 해독, 문단글 읽기유창성, 읽기이해 검사를 실시하였다. 해독 검사는 총 80개의 2음절 단어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의미단어 40개와 무의미단어 40개의 총 80개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미단어와 무의미단어는 각각 자소-음소 일치형 단어와 자소-음소 불일치형 단어 20개가 포함되어 있다. 문단글 읽기유창성은 각 학년에 맞게 문단글을 제시하고 10초당 정확하게 읽은 음절 수를 계산하였다. 1-2학년용 읽기 지문은 130음절, 3-4학년용 지문은 358음절, 5-6학년용 읽기지문은 737음절이었다. 마지막으로 읽기이해는 빈 칸 채우기 형식의 읽기이해 검사이며, 빈 칸에 들어갈 어휘나 문법형태소, 접속사 등을 쓰는 과제이다. 총 24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음운처리 능력 검사는 KOLRA (Pae et al., 2015)의 음운인식, 빠른이름대기, 음운기억 검사를 실시하였다. 음운인식 검사에서는 음소 수준의 문항(20문항)만 실시하였다. 빠른이름대기는 숫자와 1음절 글자 읽기를 모두 측정하였으며 두 과제에 걸린 시간을 2로 나누어 평균 소요 시간을 측정하였다. 음운기억 검사는 2-5음절의 비단어를 따라말하는 과제이다. 총 20개의 문항이며, 정확하게 읽은 음절 수로 채점하였다.
연구절차
본 연구는 조선대학교 IRB 승인을 받은 후에 진행하였다(2-1041055-AB-N-01-2019-02). 검사는 학년 말인 12월-1월 초에 진행하였으며, 학교 내 빈 교실 등 조용한 공간에서 검사자와 아동이 일대일로 검사를 진행하였다. 쓰기 검사는 검사자 2인이 각 반에 들어가서 전체 검사로 실시하였다. 쓰기 검사를 제외하고 아동과 일대일로 실시한 검사는 각 아동당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모든 연구과제 수행은 개별 휴대폰 및 녹음기를 통해 녹음하여 대상자의 반응을 기록하고 채점하였다.
검사는 언어치료를 전공하는 학부 4학년과 석, 박사 대학원생이 진행하였다. 연구가 시작되기 전 연구자는 실시 및 채점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하였으며 충분한 연습을 한 후에 검사를 진행하였다.
연구결과
상관분석 결과 쓰기 작문은 음운기억을 제외한 모든 언어, 읽기, 음운처리 변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174-.600). 구체적으로 쓰기 작문은 구문인식과 가장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으며(r=.600, p<.001), 수용어휘(r=.539, p<.001)와 읽기이해(r=.508, p<.001), 문장 따라말하기(r=.505, p<.001)도 .5 이상의 상관 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이름대기와 문단글 읽기유창성은 각각 r=-.480 (p<.001)과 r=.456 (p<.001)으로 나타나 속도와 관련된 요인들도 쓰기 작문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운인식(r=.337, p<.001)과 단어 해독(r=.174, p<.05)은 다른 변인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은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예외적으로 음운기억은 쓰기 작문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련된 변인은 아니었다.
쓰기 작문을 예측하는 요인에 대한 다중회귀분석 결과는 Table 4에 제시하였다. 쓰기 작문을 설명하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수용 어휘, 문장 따라말하기, 구문인식, 단어 해독, 읽기유창성, 읽기이해, 음운인식, 빠른이름대기, 음운기억 요인을 독립 변인으로 설정하여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 독립 변수들 간의 다중공선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VIF를 분석한 결과 독립 변인 모두 1에 근접하여 다중공선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세 개의 독립 변수가 종속 변수를 유의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구문인식(β=.600, p<.001)이 가장 높은 설명력을 가지며, 두 번째로 빠른이름대기(β=-.289, p<.001), 세 번째로 수용어휘(β=.227, p<.05)가 유의한 설명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들 요인은 총 46.3%의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F=32.749, p<.001).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초등 2학년에서 6학년 아동의 쓰기 작문을 예측하는 언어, 읽기, 음운처리 요인을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언어 요인으로는 수용어휘, 문장 따라말하기, 구문인식, 읽기 요인으로는 단어 해독, 읽기유창성, 읽기이해, 마지막으로 음운처리 요인으로 음운 인식, 빠른이름대기, 음운기억을 측정하고 각 요인의 설명력을 평가하였다.
연구결과, 구문인식, 빠른이름대기, 수용어휘가 초등 학령기 아동의 쓰기 작문을 예측하는 유의미한 변인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구문인식 능력이 가장 설명력이 높았다. 그 다음으로 빠른 이름대기와 수용어휘 순이었다.
먼저 쓰기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 요소로 구문인식이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구어와 달리 쓰기에서는 더 길고 복잡한 구와 절을 포함한 문장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문 능력은 쓰기발달에서 필수적인 기반이 된다(Scott & Balthazar, 2010). 선행연구들도 구문 지식 수준이 아동의 작문 능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부족한 구문 지식은 결과적으로 작문의 질을 낮추는 반면(Olinghouse, 2008), 복잡한 구문 구조에 대한 이해와 표현 능력이 높을수록 전반적인 글쓰기의 질 또한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Beers & Nagy, 2009).
본 연구에서 구문인식 능력은 ‘문장 구성하기’ 과제를 통해 측정하였다. 이 과제는 무작위로 배열된 어휘, 조사와 연결어미 등을 문법적으로 적절하게 배치하여 우리말의 문장 구조에 맞게 완성하는 과제로, 구문인식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는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규칙을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며(Tong & McBride, 2016), 문장 산출 이상의 능력을 요구한다. Pratt, Tunmer와 Bowey (1984)는 5세와 6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문법 오류는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었으나 단어 재배열은 두 집단 모두 수행력이 낮았으며, 연령에 따른 차이도 확인되었다. 이는 단어 재배열 과제가 구문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며, 구문인식 능력을 보다 민감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문 지식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글쓰기의 질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이다(Andrews et al., 2006; Tong & McBride, 2016; Yeung, Ho, Chan, & Chung, 2013). 구문인식 능력이 높은 아동은 더 복잡하고 문법적으로 적절한 문장을 쓸 수 있으며, 이는 문인식 능력이 문장의 복잡성 및 정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Tong & McBride, 2016). 또한 글쓰기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Hayes와 Flowers (1980)는 성인의 글쓰기를 계획, 작성, 검토의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검토 과정에서 구문인식 능력은 문장의 의미가 적절하고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구문인식 능력에 어려움이 있다면 검토 과정에서도 취약할 수 있다(Beers & Nagy, 2009).
두 번째로 높은 설명력을 보인 요인은 빠른이름대기 능력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음운인식, 빠른이름대기, 비단어따라말하기의 세 음운처리 기술을 분석했으며 그중 빠른이름대기가 유의미한 예측 변인으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에서도 빠른이름대기는 일관되게 쓰기 작문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Hooper et al., 2011; Kim, 2016; Kim & Kim, 2018; Santos & Befi-Lopes, 2012).
우선 빠른이름대기 능력은 철자쓰기의 정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Hooper et al., 2011; Santos & Befi-Lopes, 2012). 빠른이름대기는 어휘의 음운, 의미, 철자 정보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을 반영하며, 이는 고빈도 어휘일 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빠르고 효과적인 어휘 표상은 철자 정확성을 높이고, 단어나 문장을 수월하게 쓸 수 있게 한다.
둘째, 자동화된 철자쓰기는 인지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한다. 빠르게 단어를 인출하여 노력 없이 철자를 쓸 수 있는 아동은 남은 인지적 자원을 아이디어 구상 및 구문적으로 정확하고 복잡한 문장을 쓰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글의 응집성을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Santos와 Befi-Lopes (2012)는 빠른 이름대기 능력은 문장을 문법적으로 적절하게 쓰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빠른이름대기 수행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구문구조의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Santos & Befi-Lopes, 2012). 연구자들은 빠른 어휘 접근으로 인지적 부담이 줄어들고, 그 결과 문법적 정확성과 글의 응집성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였다.
특히, 유창성 기반(fluency-based)의 쓰기 과제에서 빠른이름대기 능력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다. 쓰기는 높은 인지적 부담이 요구되는 과제이므로 빠른 인출 속도는 시간 제한이 있는 과제에서 유리하다. 어휘표상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은 아이들이 글을 작성할 때 멈추지 않고 더 일관된 글을 작성하도록 돕는다. 이는 철자쓰기보다는 글의 내용에 더 많은 인지적 자원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글쓰기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국내 연구들에서도 유창성 기반 쓰기 평가에서 빠른 이름대기가 작문 성취도를 예측하는 변인으로 나타났다. Kim (2016) 그리고 Kim과 Kim(2018)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 아동과 쓰기부진 아동 모두에서 빠른 이름대기가 작문 성취도를 예측하는 공통적인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하면, 빠른이름대기는 주제에 맞는 아이디어를 빠르고 유창하게 글로 표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인이다. 특히 초등 학령기 아동의 처리 속도는 어휘 인출 속도를 높여 쓰기 유창성에 기여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글의 길이와 질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쓰기 작문을 예측하는 변인은 수용어휘로 나타났다. 어휘 지식은 쓰기 능력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변인으로, 내용을 구상하고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여 문장을 구성하며, 복잡한 주제에 대해 표현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Olinghouse & Leaird, 2009). 어휘 지식이 풍부한 아동일수록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수용어휘로 평가하였으며, 연구에 따라 수용어휘나 표현어휘, 정의하기와 의미관계 어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하였다. 하지만 평가 방식에 상관없이 어휘 지식은 글쓰기와 일관된 관련성을 보였다. 종단연구에서도 초기 어휘 지식이 이후의 글쓰기 성취도를 예측하며, 어휘 중재가 글쓰기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Dobbs & Kearns, 2016; Mc-Cutchen, Northey, Herrera, & Clark, 2022).
어휘 지식의 정도는 글쓰기에도 드러난다. 잘 작성한 글에는 의미를 보다 풍부하게 전달하는 형용사나 부사와 같은 어휘가 포함되어 있다(Beard, 2000). 또한 어휘 지식이 많은 아동은 다양한 어휘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글을 길고 응집력 있게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어휘 지식이 부족한 아동은 글에 포함된 어휘 수가 적고 이는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과 글의 명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Yoon과 Kim (2024)의 연구에서도 어휘 수준에 따른 글쓰기에서 어휘 지식이 부족한 아동은 총 T-unit 수, T-unit 당 평균 낱말 길이, 절 밀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반적인 글의 응집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CELF-5의 쓰기 채점 기준에는 어휘와 관련한 지표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어휘 지식은 문장을 의미있고 완전한 문장을 작성하는 기초가 되며, 풍부한 어휘는 복잡하고 정교한 문장 구조를 쓰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어휘는 글의 응집성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요인인데, 대표적으로 어휘적 결속표지이나 접속 부사와 같은 결속장치는 글의 유창성과 논리성을 높여 글의 응집성을 강화하는 요소이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읽기 요인이 쓰기를 예측하는 변수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K-CELF-5의 쓰기 검사의 특성에 기인할 수 있다. K-CELF-5는 주로 문장을 구성하고 제목과 연결되도록 1-3개 문장을 쓰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읽기 변수가 글쓰기 작문에서 유의미한 예측 변인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 참여한 아동들의 해독이나 읽기유창성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서 개인들 간의 편차가 크지 않아 글쓰기 능력을 구별하는 데 민감하지 않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휘나 구문인식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글쓰기 구성에 보다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CELF-5는 제시문을 기반으로 문장 수준의 쓰기 기술을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정보를 종합하거나 논리적 조직성을 요구하는 고차원적인 작문 과제와는 달리, 개별 문장의 의미적 적절성과 문법적 정확성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KCELF-5는 언어구조에 대한 지식을 확인하고 언어와 관련한 글쓰기 어려움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지만 통합적이고 조직적인 사고 과정이 필요한 작문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본 연구의 제한점일 수 있다.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 예측 요인으로 나타난 구문인식, 빠른이름대기와 어휘 능력은 언어 지식과 언어처리의 효율성이 학령기 아동의 작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쓰기 작문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어휘, 문법 및 구문 능력, 처리 속도와 같은 다양한 언어 능력과 음운처리기술 모두가 요구되는 복잡한 처리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쓰기 평가와 중재에서 이러한 언어적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읽기와 관련한 변인 중 어느 것도 예측요인으로 나타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본 연구에서 사용한 쓰기 검사의 특성이 문장 수준의 쓰기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으며, 추후 연구에서는 주제 글쓰기나 요약하기와 같은 보다 자유롭게 작성한 글자료를 통해 다양한 언어 및 읽기요인, 그리고 음운처리 요인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초등 2-6학년 전체를 하나의 집단으로 선정하여 분석하였으나 저학년과 고학년의 쓰기 발달 단계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학년에 따라 쓰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